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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가 낳은 변종의 습격…떼돈 버는 화이자 비웃었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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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뉴스1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뉴스1

전문기자의 촉: 화이자·모더나는 구원자일까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세상에 나온 지 일주일 지났다. 그새 6개 대륙 최소 33개국으로 번졌다.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제압하고 독성이 강하지 않은 착한 놈이 될지, 델타 못지않게 나쁜 놈이 될지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오미크론이 지구촌의 이기심을 비웃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 이기주의가 낳은 변종이 오미크론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아프리카 인구의 6%만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며 "아프리카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백신 제조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백신 접종률과 불공평한 접근성이 맞물리면 변이 바이러스의 온상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보츠와나(21.23%)와 남아공(24.25%)에서 오미크론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영국을 필두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1월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엄청난 백신 불평등을 들어 "재앙 수준의 도덕적 실패(catastrophic moral failure)"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게 현실로 나타났다. 선진 20개국(G20)이 전 세계 백신의 89%를 독점했다.

백신 불평등은 위드 코로나도 무력화한다. 지난 7월 영국이 세계 최초로 위드 코로나에 들어갔고, 선진국들이 뒤를 이었지만 백신의 효능 감소, 델타의 위력 앞에서 속속 굴복해 봉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오미크론이 등장하자 놀라서 G20 국가들은 "조속한 부스터샷"을 외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백신 불평등이 더 심화할 게 뻔하다.

세계는 지구촌으로 묶인 지 오래다. 어느 한 곳만 백신을 많이 맞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 초기에 전문가들이 경고했지만 G20의 지도자들은 이기주의의 노예가 됐다. WHO 대사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주요 20개국(G20)의 부유한 국가들은 백신의 89%를 독점했고, 향후에 인도될 백신의 71%도 그들에게 가기로 예정돼 있다”고 비판한다.

백신 이기주의에 편승해 화이자·모더나 같은 회사는 떼돈을 벌고 있다.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 백신으로 의약품 역사를 새로 썼다. 단일 약으로 42조원이라는 역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에도 34조원이 예약돼 있다. 모더나는 올해 20조원 안팎의 매출이 예상된다.

갑질 계약도 서슴지 않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공무원들은 가격,주간단위 도입물량 등을 말하지 않는다. 이게 알려질까 봐 벌벌 떤다. 장관이 계약 관련 정보를 공개하자 국장급 공무원이 공개적으로 경고했을 정도다.

얼마 전 미국 소비자단체 퍼블릭시티즌은 화이자와 콜롬비아·브라질 등 9개국과의 계약서를 토대로 '화이자 권력(Pfizer's Power)'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공급 지연이 생겨도 책임을 묻지 못하고, 허락 없이 백신을 기부하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주권 면제 조항도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얼마 전 모더나의 이윤 추구 행위를 보도했다. 모더나와의 개별 구매 계약 정보가 공개된 23개국(유럽연합 포함) 중 저소득 국가는 한 군데도 없다고 한다. 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COVAX)에 최대 340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거의 보내지 않았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그들(모더나)은 투자 수익 극대화 외에는 책임이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허 개방 압박이 거세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다. 화이자 최고경영자는 엘버트 불라는 틈만 나면 부스터샷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2일 BBC 인터뷰에서 "앞으로 여러 해 동안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의 옥스포드대학과 아스트라제네카(AZ)는 이윤을 남기지 않고 코로나 백신을 공급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Merck·MSD)는 코로나 치료제(알약) '몰누피라비르'를 독점하지 않고 105개국이 로열티 없이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 덕분에 방글라데시 제약사는 지난달 복제약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1인 치료에 2만~3만원 대로 미국 가격의 20분의 1도 안 된다. 머크의 이런 움직임 때문인지 화이자도 개발 중인 알약 치료제의 복제를 95개국에 허용했다.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 AP=연합뉴스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 AP=연합뉴스

코로나 백신은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해 기적처럼 탄생했다. 화이자·모더나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인류가 더 대가를 치렀을지 모른다. 그래서 두 회사에게 경제적 이득이 따라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매사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기업이 자선사업가일 수는 없다. 다만 인류의 불행 앞에서 좀 냉정해지자는 것이다.

화이자 엘버트 불라 CEO는 2일 BBC 인터뷰에서 팬데믹에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중요한 건 수백만명을 살렸다는 점이다. 우리가 세계 경제에 수조 달러를 아껴줬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공허하게 들린다. 더러는 짜증이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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