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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카오, 1800억에 라방 원조 ‘그립’ 샀다…속내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인 플랫폼 '그립' 서비스 화면. 사진 그립 캡처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인 플랫폼 '그립' 서비스 화면. 사진 그립 캡처

카카오가 국내 라이브 커머스 원조 '그립'을 인수한다. '소상공인 상생'과 '글로벌 진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무슨 일이야

카카오가 1800억원을 투자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원조 '그립'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 1일 그립에 따르면 카카오는 약 1800억원에 그립컴퍼니 지분 48%를 인수하기로 했다. 창업자 김한나 대표는 지분이 33.72%에서 17.25%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 그립은 네이버 스노우에서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 등을 기획한 마케팅 총괄 출신 김한나 대표가 네이버·카카오 출신 개발자들과 2018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중국에서 인기였던 라이브 커머스 모델을 2019년 2월 국내 최초로 들여왔다. 그립에선 현재 하루 평균 700~800건의 실시간 방송이 진행된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 1위인 네이버 쇼핑 라이브의 방송 횟수(11월 기준 일평균 720건)와 비슷하다.

김한나 그립 대표. 사진 그립

김한나 그립 대표. 사진 그립

그립은 왜 팔았대

● 일본·미국 공략: 김한나 대표는 "해외는 이제 막 라이브 커머스가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글로벌 도약에 속도를 내는 데 필요한 총알(자금)을 마련하려면 카카오의 힘이 필요했다"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그립은 최근 이베이재팬의 온라인 쇼핑몰 큐텐(Qoo10)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라이브 커머스 솔루션인 '그립 클라우드'를 B2B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미국 진출도 계획 중이다. 김 대표는 "미국은 한국 시장보다 고객 1인당 매출이 높고, 시장규모가 월등히 커 창업 초기부터 눈여겨보던 시장"이라고 밝혔다.
● 넥스트 유튜브 지향: 김 대표는 "카카오가 '팬덤 기반 SNS형 커머스'라는 그립의 색깔을 높이 산 것 같다"며 "넥스트 유튜브는 그립처럼 SNS와 미디어, 커머스가 결합된 형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립 소비자의 월 평균 체류시간은 4시간 40분이다. 인스타그램의 체류시간이 7시간, 일반적인 커머스 플랫폼의 체류시간이 1~2시간이다. 그립의 경우 '팬덤 커머스'에 가까워 소비자를 붙잡는 힘이 크다.

라이브 커머스 원조 그립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라이브 커머스 원조 그립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카카오는 왜 샀대

 상생, 상생, 상생: 그립에 입점한 1만 7000여명의 셀러들은 대부분 소상공인이다.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카카오로선 그립 같은 플랫폼이 있다면 소상공인들에게 손 내밀기 좋을 수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앞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엔 진출하지 않고 소상공인 상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그립에 입점한 소상공인 셀러가 크게 느는 것을 보고 기술을 통한 상생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 글로벌 시장 노크: 현재 카카오는 웹툰·게임 등 콘텐츠 부문을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글로벌 실적이 없다.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그립을 통해 커머스 부문의 글로벌 창구를 하나 더 뚫어놓겠다는 계산도 이번 인수에 반영됐다.
● 네이버 1위, 그냥은 못주지: 현재 라이브 커머스 시장 1위는 네이버다. 지난해 7월 정식 출시된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1년 만에 분기 거래액을 전년 대비 13배 이상 키우며 입지를 굳혔다. 소상공인들에게 동영상 제작 도구를 제공하고 네이버는 판을 까는 '오픈마켓' 전략이 통한 것. 반면 비슷한 시기 출발한 카카오 쇼핑 라이브는 소속 제작진이 직접 제작한 방송을 하루 1~2회 송출하는 '오리지널 전략'을 택했지만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이에 '누구나 팔 수 있다'는 슬로건 하에 오픈마켓 식으로 성장한 그립을 통해 네이버에 대항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는

카카오 인수 후에도 그립은 독자적으로 운영될 방침이다. 카카오 쇼핑 라이브와도 플랫폼을 통합하지 않고, 별도 운영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방향과 세부적인 시너지 방안은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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