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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추락’, 그 배후에 알리바바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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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의 탈(脫) 중국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이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중국의 국경 봉쇄 및 자국 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당국을 등에 업고 발 빠르게 시장에 접근하는 중국 본토 기업과 달리, 당국의 갖은 규제로 팽창하는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이 넘쳐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매 업체 ‘월마트’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5년간 중국 오프라인 마트를 주름잡던 월마트의 폐점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월마트 중국 본토 1호점인 광둥성 선전 뤄후훙후점 ⓒ신랑재경

월마트 중국 본토 1호점인 광둥성 선전 뤄후훙후점 ⓒ신랑재경

중국 매체에 따르면 월마트는 25년 전 중국 본토에 처음 개점한 뤄후훙후(羅湖洪湖) 점이 오는 12월 폐점한다고 전했다. 해당 지점과 함께 문을 닫는 점포는 1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지난 2016년 이후 중국에서만 이미 80개 점포를 철수했다.

한때 중국 오프라인 슈퍼마켓 최강자 타이틀을 얻었던 월마트에 이번 철수는 뼈아픈 고통이다.

월마트는 철수의 주된 이유로 전자상거래 발전과 신유통 등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던 점을 꼽았다. 외자 기업 특성상 정책 결정 프로세스가 늦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고, 결국 급변하는 중국 시장 트렌드에 뒤처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월마트 중국 책임자는 “현재 중국 100여 개 도시에 400여 개 매장과 20여 곳의 물류 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과거의 1위 자리를 수성하기엔 이미 다수의 대형 기업이 시장에 포진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월마트는 중국에서 더 이상의 호황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완전 퇴출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마트 제치고 왕좌 꿰찬 기업은 어디?

2020 '중국 100대 슈퍼마켓 목록. ⓒCCFA

2020 '중국 100대 슈퍼마켓 목록. ⓒCCFA

중국 프랜차이즈경영협회(CCFA)가 발표한 '중국 100대 슈퍼마켓 목록(Top 100 Chinese Supermarkets List)'에 따르면 한때 1위였던 월마트는 2020년 매출 874억 위안(약 16조 3천억 원)을 기록하며 4위로 추락했다.

1위를 차지한 기업은 ‘따룬파(大潤發·RT-mart)’다. 따룬파는 2020년 총매출 1059억 위안(19조 7천억 원)을 기록하며 중국 슈퍼마켓의 일인자로 등극했다. 따룬파는 대만 대기업인 룬타이그룹(潤泰集團)이 1996년 설립한 대형마트로 1997년 상하이에 첫 지점을 열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따룬파는 중국 시장에 걸맞은 경영 방식과 지점 권한 보유 방식을 혼합해 경영에 착수했다. 경영은 본사에서 주도하지만, 지점은 각 지역 특색에 맞게 경영방식을 조정·운영했다. 이는 곧 중국 본토 소비자의 호의를 얻었고 빠르게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할 수 있었다.

개점 3년 만인 2000년, 따룬파 회원 수는 이미 150만 명에 이르렀다. 2001년 룬타이그룹은 40여 년의 소매유통 경험이 있는 프랑스계 유통기업 오상그룹(歐尙集團)과 합작해 선진국의 유통 노하우와 기술을 받아들여 따룬파를 국제유통업체로 성장시키기 시작했다.

2009년 매출액은 404억 위안에 달해 당시 유통업계의 최강자 까르푸의 매출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2010년 룬타이그룹과 오상그룹은 공동 상장을 계획해 2011년 합작회사 선아트그룹(高鑫零售, Sun Art Retail Group) 주식을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격 대비 41% 상승으로 마감했으며, 71억 홍콩달러(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따룬파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6년 이후 중국 본토 슈퍼마켓의 급속한 성장으로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따룬파는 해당 연도에도 영업수입이 1000억 위안을 초과하며 중국 오프라인 소매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태였다.

중국 융후이(永輝), 스지렌화(世紀聯華), 화룬(華潤) 등 로컬 오프라인 마트가 점차 체인 구도를 형성하며 시장 격차를 좁혀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따룬파가 개점 이후 중국 마트 왕좌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로컬 마트들의 부진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기도 잠시, 따룬파는 현지 마트와의 치열한 접전에서도 1위를 수성했다.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던 해결책은 바로 알리바바였다.  

ⓒ비쥬얼차이나

ⓒ비쥬얼차이나

알리바바는 2017년 29억 달러(약 3조 3106억 원)를 들여 선아트그룹 지분 36%를 매입했다. 당시 중국 최대의 온라인 기업이었던 알리바바가 경쟁력이 사라져가는 마트를 사들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바로 ‘신유통(New Retail)’개발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백화점, 마트를 온라인 데이터와 통합하는 온·오프라인 융합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따룬파를 택했고, 신유통 체계 구축 및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박 터지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알리바바와 손을 잡은 따룬파는 눈부신 쾌거를 이루게 됐다. 알리바바의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이용해 온라인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얻게 됐고, 소비자들에게도 완전히 통합된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따룬파 쇼핑객이 알리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alizila

따룬파 쇼핑객이 알리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alizila

2018년 따룬파는 알리바바의 신유통 기술을 활용해 절반 이상의 매장에 디지털 혁신을 도입했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정교화, 매장 내 온라인 주문, 키오스크 활용, 배송 서비스, 온라인 앱을 이용한 할인쿠폰 제공 등 완전히 새로운 오프라인 마트를 선보였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는 신유통의 첫 단계가 따룬파에서 이뤄진 것이다.

따룬파-알리바바의 온·오프라인 전략 성공 이후 알리바바의 경쟁 업체 징둥(京東)도 오프라인 확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징둥은 따룬파의 경쟁 업체인 월마트를 택해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자 했다. 그러나 따룬파의 확장세가 비대해서였을까. 월마트와 징둥의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알리바바는 월마트를 완전히 누르기 위해 또 한 번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36억 달러(약 3조 3106억 원)를 추가로 투자해 선아트 산하의 오상그룹(歐尙集團)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이로써 알리바바는 선아트 지분 규모를 72% 수준으로 확대했다.

대니얼 장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고객 라이프스타일과 기업 운영의 디지털화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선아트 지분 확대로 우리의 '신유통' 구상이 강화되고 소비자들에게도 완전히 통합된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선아트그룹의 2020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따룬파는 현재 중국 전역에 484개의 대형 마트와 6개의 중형 마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에 월마트가 문을 닫는 순간에도 따룬파는 24개의 매장을 열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줄어 월마트의 매출이 폭락할 때도 따룬파는 지난 11월 '온라인'을 통해 주문량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2월 선아트그룹 전무이사 린샤오하이는 “따룬파는 향후 옴니 채널 개발을 가속함과 동시에 내년에는 한 자릿수 높은 성장률을, 내후년에는 두 자릿수 높은 성장률을 보이겠다”는 당찬 포부를 보였다.

알리바바를 등에 업고 중국 슈퍼마켓 일인자가 된 따룬파. 왕좌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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