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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재판 나온 김기영 재판관 "판결 징계하면 원시사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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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헌법재판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기영 헌법재판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기영 헌법재판관(연수원 22기)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던 김 재판관은 대법원 판례와 반대로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가 법원행정처의 징계 검토 대상에 오른 바 있다.

김 재판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123회 속행 공판에서 "당시 판결로 징계했다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원시사회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현직 헌법재판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에 나온 것은 이종석 헌법재판관 이후 두 번째다.

김 재판관은 2015년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긴급조치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했다. 이는 같은 해 3월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었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일 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당시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 문건을 만들어 김 재판관의 징계를 검토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김 재판관은 검찰 조사에서 해당 문건을 보고 "이런 대책 방안은 도저히 문명사회 사법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이 진술의 의미를 묻자 김 재판관은 "헌법이나 제가 생각하는 민사소송법에 비춰보면 1심 판사이든, 2심 판사이든, 대법관이든 자신들의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 재판에 1심이 잘못됐으면 2심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뒤집으면 되고 2심이 잘못됐으면 대법원에서 바로잡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처 차원에서 (징계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법치주의가 완성된 나라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결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서 떨어지는 등 불이익을 받진 않았느냐는 질의에는 "그런 인식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징계 검토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판결을 했다고 징계했다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원시사회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지난 2018년 9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판결과 관련해 “헌법 수호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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