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 외몽골 민속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외몽골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초원을 중심으로 유목생활을 하고 있어 수도인 울란바토르(인구 50만)를 비롯, 달한(6만)·에르데렛트(4만) 등 몇몇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수없이 옮겨가는 이동성 자연부락을 형성하거나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손님 접대의식>
그래서 이번 조사는 울란바토르를 중심한 반경 2백㎞안팎의 테레이지·태랜 등 주변 마을의 민속무용을 살펴봤다.
조사 안내를 맡은 바다라는 여성은 동독 유학까지 한 뛰어난 미모였고 남편이 대학교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조사의 고증에는 모스크바연극예술대학 출신인 중앙청년무용단 지도책임자 셉짓 트인수헤바다르씨가 많은 도움을 주었고 채록과정의 통역으론 김일성대학 출신인 몽골인 수헤바달씨가 수고를 해주었다.
외몽골의 민속춤은 내용적으론 씨름춤·동물춤·난쟁이춤·유목춤 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 형태적 측면에서는 손님을 접대할 때 추는 춤과 같은 독무와 옛 궁중무용을 민속화시켜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추는 군무로 나눌 수 있다.
외몽골은 내몽골 보다는 춤의 종류도 많고 춤사위·율동 등이 훨씬 다양했다.
외몽골의 수많은 초원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들에는 갖가지 색깔의 야생꽃 10여종이 한창 만개해 있는 데 차마 발로 밟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몽골인들은 양과 말을 방목하며 살기 때문에 여가시간이 많고 밤이면 푸른 초원에 모여 마음껏 노래하고 춤을 추며 노는 풍습이 오래 전부터 정착돼 아름다운 많은 춤들과 노래를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조사한 몇 가지 외몽골 민속춤들을 소개해 본다.

<유목춤>
이 춤은 유목민들이 이동해 새로운 마을을 형성하고 나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 추거나 부족 축제 때 추는 춤이다.
유목춤의 종류는 물고기 잡는 춤, 양떼를 모는 충, 낙타를 타는 춤, 말 타는 춤 등이 있다.
이러한 춤들 중에서도 말 타는 춤(자듬할부지그)은 유목민이며 기마민족인 몽골인들의 기질을 잘 나타내는 가장 흥겹고 멋진 춤이라 할 수 있다. 말의 안장을 잡고 질주하는 모습의 동작이나 말이 뛰는 모습의 동작, 분노한 말의 모습을 나타내는 동작, 전사가 말 타고 활을 쏘는 모습의 동작, 말이 뒤집혀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동작 등 약70여 가지의 춤사위로 짜여진 춤이기 때문에 춤이 다양하고 전투적이다.
몽골사람들이 이 춤을 좋아하는 이유는 씩씩한 기마민족다운 사고의 본질이 이 춤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말 타는 춤을 추면서 말과 한 마음이 되고 높이 뛰면 뛸수록 말과 자기가 건강하고 강한 힘이 생긴다하여 도약춤이 주축을 이룬다.
도약춤에서 우리농악의 「자반뛰기」와 연풍대 상쇠의 「발림춤」에서 볼 수 있는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 및 춤사위가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농악의 춤사위 중에는 몽골의 말 타는 춤에서 연유한 것도 있지 않은가 생각을 가져봤다.
말 타는 춤은 비단 민중들의 춤일 뿐만 아니라 몽골 중앙청년무용단이 추는 예술적인 춤에서도 주 종목을 이루고 있을 만큼 몽골의 대표적인 춤이 되어 있다.

<동물춤>
축제 때 추기도 하지만 유목생활의 현장에서 짐승을 보호한다는 뜻으로도 춘다. 이 춤은 우리가 말로만 들어봤던 토테미즘에서 나온 반인반수의 춤으로서 독수리를 비롯. 곰·양·낙타·소·사슴·여우·늑대 등 많은 동물의 춤을 춘다.

<도약동작 주축>
춤꾼들은 짐승의 탈을 쓰고 짐승의 외모를 모방한데 그치지 않고 소리까지 흉내내면서 사람이 짐승이 되고 짐승이 사람이 되기도 하는 등 주술적 행위를 통해 짐승과 사람이 일체가 된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이 일체가 되는 이유는 자신들이 특정한 동물의 유형과 혈연적으로 관계가 있고 운명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 동물이 번식하면 자신의 행복이 확고하게 되며 그 동물들의 번성이 곧 인간의 생존문제를 풍요하게 하기 때문이다.

<난쟁이춤>
이 춤은 우리나라 여천지방의 농악에서 볼 수 있는 1인2역의 잡색들이 추는 춤과 유사한 춤이다.
난쟁이춤(냐겟흐부지그)은 한 사람이 두 사람의 옷을 입고 허리를 앞으로 굽혀 손을 땅에 대어 발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마치 두 사람이 서서 춤추는 것처럼 위장한다. 춤동작은 주로 발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여 인형처럼 코믹하게 나타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형처럼 코믹>

<씨름춤>
레슬링춤이라고도 부르는 씨름춤은 축제 때 흔히 추는 데 씨름꾼들에게 무사적인 정신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의식적 성격의 춤이다.
춤의 형식은 씨름하는 동작이나 용맹스러운 움직임을 위주로 하며 씩씩하게 추는 게 특징이다.
이 춤은 씨름꾼이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추어야하는 춤이다.

<손님접대춤>
이 춤은 내몽골의 올도스지방 접대춤과 마찬가지로 양손에 흰색 천과 술사발을 들고 귀한 손님을 영접하는 뜻으로 추는 의식성이 짙은 춤이다.
따라서 몽골여성들에게는 거의 생활화된 춤으로서 평생을 통해 몇 차례는 누구나 추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춤은 흔히 결혼식 때 손님을 맞이하는 집의 여성들이 추고 귀한 손님이 집을 찾아왔을 때도 춘다. 춤형식에 있어서는 내몽골의 춤처럼 수건춤과 술사발을 머리에 얹고 추는 사발춤으로 나눌 수 있다. 이같은 접대춤은 옛날의 궁중무용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설이 있는 데 역사적으로 옛날 궁중무용이 성행했던 미양가더·다데강가·할하·바로가 종족 등이 살고 있는 지역에 이 춤이 많이 퍼져 있는 것이 이 설을 뒷받침해 준다.

<집단무용>
이 춤은 형식이 개인적 표현무용이 아니라 집단적 원무로 공동체적인 축제의 춤이라 할 수 있다.
외몽골의 집단무용에는 「마도천사도스부지그」라 하여 우리말로는 「말을 기르는 청년들」이라는 춤이 있고, 우유를 짜는 것을 주제로 하는 「살층부지그」라는 춤과 양털을 짜는 것을 표현한 「에루힛트부지그」라는 춤도 있다. 또 「즐거운 청년」이라는 「속그록그자르스부지그」, 말 타는 것을 상징한 「자듬할부지그」 등도 있다. 이들 민속춤 중에서 「말 기르는 청년들」이라는 춤과 「즐거운 청년」이라는 춤은 몽골청년들의 씩씩하고도 즐거운 생활을 묘사한 춤으로서 소련민속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깨짜고 도약하는 춤이 나오고 있으며 「우유 짜는 춤」이나 「양털 짜는 춤」들은 그 노동행위를 손짓과 발짓으로 나타내고 있다.

<한삼춤 보는 듯>

<청소년 집단무용>
몽골에는 청소년(어린이)들이 즐겨 추는 집단무용이 있다. 이 춤을 「보토그층부지그」라 하는데 춤의 종류에는 낙타새끼를 타고 노는 춤, 「샤간나듬부지그」라는 공치는 춤, 할아버지 구두를 풍자한 「어위진고탈부지그」라는 춤, 염소새끼의 모습을 나다내는 「엘흐시그부지그」라는 춤, 우리나라 강강술래처럼 손잡고(수건을 잡고) 원무하는 「요후루부지그」 등이 있다.

<궁중무용>
외몽골에는 「하다영부지그」 와「오르똔니부지그」라 하는 궁중무용이 남아있다.
이 춤은 미양가더·다데강가·할하·바로가 종족 등이 살고 있는 고장에 세속화되어 지금은 결혼식 때 여성들이 한삼을 끼고 우아하게 추는 춤이 되어 잔존하고 있다. 또 이 춤은 중앙청년무용단에서 예술적으로 재창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춤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궁중무용에서 보는 한삼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할만큼 앞·옆·위로 뿌리는 춤사위가 똑같았다.
글 정병호 교수(중앙대·민속무용)
사진 주기중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