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서 존엄사선언 급증|불치의 병 생명연장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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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라이샤워박사(79)가 최근 스스로 생명유지장치를 거부, 숨을 거둔 일이 일어난 가운데 존엄사 유언서를 미리 만들어 두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는 일본에서는 존엄사에 대한 의학적 윤리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라이샤워박사는 그동안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간부전증으로 생명유지장치에 의해 연명해오던 중 지난 8월말 일본인 부인인 하루여사를 비롯한 가족과 친지에게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생명유지장치를 거부, 9월1일 존엄사의 길을 택했다고 일본의 언론이 보도했다.
존엄사란 불의의 사고나 불치의 병에 걸려 완전식물인간이나 반식물인간이 되는 등 의료기계의 도움이 없이는 생명유지가 불가능한 경우 이 장치를 자신이 거부, 편안한 죽음을 맞겠다는 것으로 대부분 자신 이외의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안락사와는 다소차이가 있다.
일본의 조일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AERA에 따르면 존엄사협회까지 설치돼있는 일본에 협회회원으로서 존엄사 선언을 한 사람수가 지난 80년 1천명정도였으나 87년부터 급격히 증가, 지난 7월 현재 9천3백명에 이르렀다는 것.
이 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이 선언서대로 상당수가 실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일본의 사회생명윤리간담회가 지난해 여름 전국의 의사 약1천6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사들이 존엄사 유언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71%나 돼 사회적인 비판의 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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