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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이재명 후보되자 '3철'도 각자도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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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당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의 북콘서트에 모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2018년 3월 당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의 북콘서트에 모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3철’도 이젠 각자도생의 길을 가지 않겠나.”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3철’의 대선 역할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본부장급 의원이 19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3철’이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대표적인 친노·친문 3인방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실체가 드러난 건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비노(비노무현) 그룹이 세 사람을 겨냥해 ‘친노 퇴진’을 요구했던 때였다. 당시 캠프 직을 사퇴했던 이들은 2017년 19대 대선에선 민주당 선대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다시 맡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이후엔 흩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사람이 공개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건 2018년 3월 경기 수원 아주대에서 열린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가 마지막이었다. 민주당의 한 친문계 의원은 “세 사람을 ‘3철’로 묶을 만큼 동질감이 예전만 못하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된 뒤로는 정치적 선택도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과 거리 두는 전해철

세 사람 중 가장 이 후보와 각이 서 있는 사람은 전해철 장관이다. 이 후보가 지난 18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입장을 철회하기 전까지 전 장관은 여러 차례 ‘신중론’으로 맞섰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재난지원금에) 여야가 협의와 합의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도 그는 “재정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친문 인사는 “전 장관이 겉으로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이 후보의 주장에 사실상 선을 그은 측면이 강했다”고 말했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중앙안전재해대책본부 2차장을 맡으며 코로나 위기 상황도 관리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장관은 "코로나 종식이 우선"이라고도 말했다. 연합뉴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중앙안전재해대책본부 2차장을 맡으며 코로나 위기 상황도 관리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장관은 "코로나 종식이 우선"이라고도 말했다. 연합뉴스

전 장관은 2018년 경기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와 맞붙으며 격렬한 ‘네거티브 전쟁’을 벌였다. 이에 민주당의 친문 의원은 “이 후보와 한 차례 맞붙어 본 전 장관은 이 후보의 장단점을 잘 안다”라며 “선거관리 부처의 장관인 데다가 과거 경험도 있다 보니 전 장관이 이 후보와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도 지난 17일 공개된 경인일보 인터뷰에서 “저의 향후 정치 일정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가장 우선”이라며 이 후보와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최근엔 ‘전해철 차출론’도 당 주변에서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의 부본부장급 의원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전 장관이 당으로 돌아와 친문 조직을 결집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경기지사나 차기 당대표 출마를 고심하는 전 장관이 내각에서 팔짱만 끼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서울권 중진)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대위 쇄신론’ 꺼낸 양정철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민주연구원장을 지내며 선거를 진두지휘한 양 전 원장은 총선 승리 직후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올해 4월 귀국 후 7개월째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엔 보폭도 넓어졌다. 양 전 원장은 지난 17일 21대 초선·비례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절박함이 안 보인다.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선대위에 화살을 날렸다.

2019년 10월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왼쪽부터)이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경기 수원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모습. 민주연구원

2019년 10월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왼쪽부터)이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경기 수원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모습. 민주연구원

양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굳이 내가 꼭 나서야 하냐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양정철 역할론’에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넓어진 행동반경에 당내에선 “이 후보에게 ‘나에게 일을 맡겨달라’는 은근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수도권 중진)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양 전 원장은 후보 직속 실무단인 ‘광흥창팀’ 핵심멤버로 활동했다. 그래서 “그가 이 후보 직속의 ‘별동대’를 맡고 싶어한다”(선대위 실무진)는 말도 들린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의 한 핵심 인사는 “양 전 원장에 어떤 역할을 맡길지는 전적으로 이 후보가 판단할 문제”라며 “다만 직책과 관련 없이 양 전 원장이 그간 해왔던 ‘조언자’ 역할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밑에서 李 돕는 이호철

이호철 전 수석은 그동안 3철 가운데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가장 드물었다. 이 전 수석은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제가 존경하는 ‘노변’(노무현 전 대통령), ‘문변’(문 대통령) 두 분이 대통령이 됐다. 살아오면서 이만한 명예가 어디 있겠나”라는 글을 쓴 뒤 공직과는 거리를 뒀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10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10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랬던 이 전 수석도 지난 7월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뒤로는 이 후보에 대한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산 출신의 한 친문 인사는 “경선에서 부산 친문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이재명을 돕는 게 좋겠다’고 정리한 것도 이 전 수석”이라고 전했다.

이 전 수석은 민주당 선대위 합류가 전망됐지만 끝내 직을 맡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부본부장급 의원은 “공식 직책을 가지면 몸만 무거워진다고 이 전 수석이 판단했을 수 있다”며 “물밑에서 인재 영입이나, 부산 친문을 결집하는 일을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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