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가짜뉴스 만드는 증오의 정치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낙상사고' 9일만에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관람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의 눈썹 아래로 열상(빨간 원) 자국이 보인다. [국회사진기자단]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낙상사고' 9일만에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관람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의 눈썹 아래로 열상(빨간 원) 자국이 보인다. [국회사진기자단]

'올블랙' 오보..언론 속인 함정

‘공수처보도’ 불만 기자폭행

대선초반부터 언론혐오 심각

1. 최근 언론에 대한 여권의 적대감을 보여주는 두 사건이 터졌습니다.
한가지는..이재명 민주당 대권후보의 부인 김혜경과 관련된 오보사건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건 ‘더팩트’라는 인터넷언론사입니다. 연예인들의 비밀연애를 포착하는 사진으로 이름을 알린 매체입니다. 파파라치성 보도로 논란이 많은 사이트인데..최근엔 정치인에 대한 취재도 합니다.

2. 더팩트는 15일 ‘낙상 이후 첫 외출하는 김혜경’이라며 한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검은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에 망토, 바지까지 ‘올블랙’이라 스타워즈의 악인 ‘다스베이다’를 닮았습니다. 김혜경과 비슷한 체구의 올블랙이 이재명 후보 집이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 기다리던 차를 타고 민주당사로 갔습니다. 더팩트는 김혜경이라 확신했습니다.

3. 이재명측은 올블랙이 김혜경이 아니라, 수행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스토킹 범죄라며 더팩트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스토킹 행위’라며 경고조치했습니다. 이재명측은‘가짜뉴스’라며 더팩트에 정정기사를 요구했습니다. 더팩트는 16일 정정했습니다.

4. 이틀만에 반전이 있었습니다.
민주당 원로 유인태(노무현 대통령 정무수석)가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올블랙 오보사건은) 김혜경 수행원들이 취재진 골탕 먹이려고 장난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집앞에 대기중인 것을 보고..일부러 김혜경처럼 보이는 대타를 내보냄으로써 오보를 유도했다는 겁니다. 일종의 ‘가짜뉴스 함정’을 판 셈입니다.

5. 이런 경우..더팩트의 보도는 가짜뉴스일까요? 취재행위는 스토킹일까요?
‘진짜가 아니다’라는 포괄적 의미에선 ‘가짜뉴스’이겠지만..엄밀한 의미에서 ‘가짜뉴스’는 악의를 가지고 왜곡ㆍ조작한 뉴스를 말합니다. 이번 경우는 ‘취재원에 속은 오보’입니다. 대선후보 부인 정도의 취재원이면 얼마든지 언론을 속일 수 있습니다. 대선후보 부인이 설마 속일 것이라곤..어떤 언론도 예상하지 못할 겁니다.

6. 언론의 취재를 스토킹이라 비난하려면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스토킹행위는..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접근하여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취재행위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대선후보 부인이면 명백한 공인이며, 낙상으로 사회적 이목까지 집중됐습니다.
대타까지 동원해 함정에 빠트릴 정도로 위협적인 스토킹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7. 두번째 사건은 더 충격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캠프에서 뛰었던 변호사(A)가 지난 10일 중앙일보 기자(B)를 폭행했습니다. 같이 술 마시던 A변호사는 공수처 검사와 통화한 다음 B기자가 쓴 ‘공수처 인사관련 기사’를 문제삼으면서 술병을 던지고 술상을 엎었습니다. B는 손가락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옆 테이블 손님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현직 청와대 행정관인 A의 부인도 달려와 사건을 수습했답니다.

8. 중앙일보ㆍjtbc노동조합이 17일 성명을 냈습니다.
‘비판보도를 이유로 가한 폭행은 언론자유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사회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권력의 입김에 의해 사실이 은폐조작되거나 수사가 유야무야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

9. 직접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정치적 이유로 기자를 폭행한 사건은 정말 이례적입니다.
막 대선레이스가 시작된 시점에서 벌써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심각합니다. 적대감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은 위험합니다. 트럼프처럼..
‘가짜뉴스는 나 개인의 적이 아닙니다. 미국민 모두의 적입니다..’(2019년 5월 플로리다 연설)
〈칼럼니스트〉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