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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네이버 쇄신..결국 이해진 몫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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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10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감사대상기관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10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감사대상기관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81년생 CEO 내정..획기적 인사

갑질 자살사건 때 약속한 쇄신은?

1. 네이버가 획기적인 인사를 했습니다.
네이버 이사회는 17일 1981년생 여성임원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차기 CEO로 내정했습니다. 함께 내정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비슷한 또래입니다. 1978년생 김남선 사업개발투자인수합병 책임리더입니다. 국내최대 IT기업의 파격인사로 주목됩니다.

2. 네이버는 인사의 메시지로 ‘글로벌경영을 위한 세대교체'를 강조합니다.
1967년생인 현CEO 한성숙과 비교하면 ‘세대교체’ 확실합니다. 국내파 서비스기획자인 한성숙과 달리 최수연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입니다. 글로벌사업지원 책임자를 맡아왔으니..글로벌 메시지 분명합니다. 김남선 역시 하버드 로스쿨 출신으로 해외 M&A전문가입니다.

3. 이런 획기적인 인사의 발단은 지난 5월 네이버 개발자의 자살 사건입니다.
개발자의 극단적 선택은 직장내 괴롭힘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그를 괴롭힌 상급자(담당임원 A)의 인성도 문제였지만..조직문화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4. 가해자 A는 오래전 비슷한 갑질행태로 네이버를 떠났던 인물이었습니다.
다시 네이버로 돌아온 과정이 황당합니다. 최인혁 당시 COO가 데려왔습니다.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자..직원들을 불러놓고‘내가 책임진다’고 공언했답니다.
최인혁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A의 갑질이 시작됐습니다. 일부 직원들이 단체로 최인혁에게 항의했습니다. 무시당했습니다. 결국 자살사건이 터졌습니다.

5. 사건 이후 대응도 말이 많았습니다.
A는 해직됐지만..최인혁은 COO에서 자발적으로 사임했습니다. 최인혁은 네이버파이낸셜대표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징계’를 안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란 반발이 일었습니다. 오너 이해진과 친하기 때문이란..구설에 올랐습니다.

6. 오너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직원들에게 사과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회사문화의 문제입니다..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쇄신을 해야하는 길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이해진이 다짐한 ‘연말 쇄신인사’가 17일 발표된 겁니다.

7. 세대교체와 글로벌경영 측면에선 획기적인 인사임에 분명한데..정작 조직문화쇄신 차원의 평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신임 최수연 CEO와 김남순 CFO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데다 네이버에 입사한지 1~2년밖에 되지않습니다. 기업문화쇄신에 더 중요한 인물은 COO인데..내정자 발표가 없었습니다.

8. 사실..누가 어느 자리에 임명되든..세상사람들은 모두 이해진을 바라봅니다.
이해진은 조만간 기업문화쇄신을 맡을 COO를 고를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이해진 본인이 얼마나 쇄신의지를 보여주느냐..일 겁니다. 쇄신의 디테일도 직접 챙겨야 합니다.

9. 이해진은‘은둔의 경영자’란 세평을 싫어하지만 내성적인 건 사실입니다.
그는 2017년 재벌총수에 지정되는 것이 싫어..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이사회의장직 내려놓았기에 나는 재벌총수가 아니다’며 ‘총수없는 재벌’로 지정해달라고 했습니다.

10. 아무리 싫어도 이해진은 재벌총수입니다.
네이버는 이해진 없이 안움직입니다. 기업문화쇄신은 더더욱이..
진정한 기업문화쇄신이 이뤄진다면..이해진은 재벌총수의 짐을 저절로 벗을 겁니다.
〈칼럼니스트〉
202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