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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어깨동무 통일 합창/평양간 한국 축구선수단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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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영인파 몰려 호텔입장에 30분/“잘왔다” 목말태워 「사람숲」 사이로 행진/오늘 노동당 창건 휴일… 10만 횃불시위
○…손에 손을 잡고 또 어깨를 껴안고 남과 북의 체육인들이 너나할것없이 눈시울을 적시며 『아리랑』 『고향의 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목메어 불렀다.
9일 저녁 평양시 모란봉 대동강변 청류벽에 자리잡은 한식집 옥류관 남북선수단 만찬은 절절한 동포애를 나눈 꿈같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최용해 북한축구협회장이 한국선수단을 초청,마련한 만찬에서 한국의 정동성 체육부장관,북한의 김유순 체육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남녀선수ㆍ임원ㆍ취재기자에 이르기까지 참석한 모두는 하나로 어울렸다.
오후 7시30분 시작된 만찬은 각 테이블에 남북 체육관계자ㆍ축구선수ㆍ임원이 고루 섞여 앉아 잉어회ㆍ해상꿩ㆍ완자볶음ㆍ잣죽ㆍ신선로 등 전통음식을 즐기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아버지를 북에 둔 이회택 감독과 그의 아버지 소식을 전해준 박두익 감독,한국땅에 오빠 한필성씨를 둔 한필화씨,통일축구 대임을 맡은 박종환 감독,명동찬 감독 등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혈육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만찬이 끝날 무렵 북한 가수들의 민요에 심취해 있던 남북 체육인들은 차츰 흥에 겨워 건배를 주고받았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 체육부장관은 김유순 위원장의 손목을 이끌고 테이블을 돌며 남북 교류와 통일을 향한 전진을 다짐했으며 선수들과 함께 어울려 무대 위아래에서 통일을 합창했다.
부자상봉을 앞둔 이회택 감독의 눈에도,나이어린 남북 축구선수들의 눈에도 모두 이슬이 맺혔다.
남북의 만찬은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넘게 진행됐다.
이날 정 체육부장관은 북측에 용과 호랑이가 그려진 도자기를 선물했다.
○필림 송고못해 애태워
○…평양방문 이틀째까지도 방송기자들이 방송기사를 송고하지 못하고 있다.
KBSㆍMBC 두 방송사 취재진 6명은 9일 한국 축구선수단의 북경공항을 출발해서부터 평양도착,평양에서의 움직임,거리표정 등을 취재ㆍ촬영했으나 이를 우리측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10일 오전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아 애태우고 있다.
당초 남북통일축구대회 추진을 위한 실무협상에서는 촬영된 필름은 행낭으로 판문점을 통해 하루 한두차례씩 한국측에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에서는 협의중이라며 필름 인수를 하지 않아 아직 한차례도 행낭을 보내지 못했다. 한국방송 취재진은 10일 오전 김형진 북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에게 TV필름을 담아 행낭을 보낼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거리마다 인공기 걸려
○…10일 북한의 명절. 조선노동당 창건 45돌 기념일이어서 공휴일이다. 이날 평양거리에는 간선도로변 가로등마다 인공기와 노동당기가 걸리고 시내 큰 건물에는 「경축 노동당 창건 45돌」 등의 경축판이 걸렸다.
9일 저녁 김일성광장에서는 평양시내 청년학생 10만명이 경축 횃불시위를 벌였다. 또 운동장 등에서는 5만명의 학생들이 이곳저곳에 나누어져 집단체조(매스게임) 등을 했다.
○3천여명 공항영접
○…한편 9일 낮 12시 정각 남쪽 선수단과 기자들을 태운 조선민항 특별기가 도착한 평양 외곽의 순안공항은 환영분위기 일색이었다.
공항에 나온 3천여 남녀 환영객들은 모두 꽃을 들고 「조국통일」 「조국은 하나다」라는 함성을 지르며 분단 이후 처음으로 조선민항을 타고 도착한 남쪽 손님들을 따뜻이 맞이했다.
기내에서 간단히 인적사항을 대조하는 것으로 입국수속을 끝낸 선수단ㆍ기자단중 인솔책임자인 정동성 체육부장관이 맨처음 트랩을 내렸다.
정 장관이 내려서자 환영나온 김유순 북한올림픽위원장,김형진 부위원장,최용해 축구협회장 등이 다가와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악수를 나눴다.
또 일부 환영객들은 최순호ㆍ김주성 등 한국 남녀축구선수들을 목마태워 환영객 터널 사이를 1백여m나 행진했고 다른 선수단과 기자단들에게도 손목을 잡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순안공항에서 한국선수단 숙소인 창광거리의 고려호텔까지는 약 21㎞. 차량이 많지 않고 도로가 4차선으로 넓어 평상시엔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도로였으나 이날은 수많은 환영인파가 연두에 몰려나와 여러 차례나 길이 막히는 바람에 무려 1시간45분이나 소요.
환영인파는 김일성광장에서부터 고려호텔까지 특히 많았는데 선수단과 기자단이 호텔 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호텔안까지 들어가는 데만도 30여분이나 걸렸다.<평양=전종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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