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5층. 윤석열 대선후보 집무실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사진)을 전달했다.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열흘 만이다. 애초 지난 8일 이 수석이 예방하려 했지만 일정 문제로 연기됐다.
▶윤석열 후보=“우리 대통령님하고 여사님 다 건강하십니까.”
▶이철희 수석=“특별히 아픈 데는 없습니다만 피곤이 누적돼서 대통령 되기 전에 비하면 얼굴이 많이 상했어요. 대통령이란 자리가 혹사당하는 자리더군요.”
▶권성동 후보비서실장=“시작하기 전에 겁부터 주시네요.”
▶윤 후보=“아이 뭐 다 힘든 자리죠.”
이 수석은 “대통령께서 축하 말씀 꼭 전해 달라고 하셨고 당신(문 대통령)도 두 번이나 대선을 치러봤으니까 체력 안배 잘하시면서 다니시면 좋겠다고 꼭 전해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감사의 말씀 전해 주시고 여사님과 두 분 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라고 화답했다. 이어진 30분간의 비공개 면담에선 ‘대선 중립’이란 묵직한 주제가 언급됐다. 회동 뒤 윤 후보 측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윤 후보가 ‘대통령이 대선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하자 이 수석이 ‘여기 오기 전 대통령께서 선거에 대한 엄정 중립을 하겠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했다. 윤 후보 말씀을 다시 대통령께 잘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 이야기-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선대위 합류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윤 후보는 축사에서 “정치개혁뿐만 아니라 국가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또다시 김 박사님께서 역할을 하셔야 할 때가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그동안 쌓아오신 경륜으로 저희를 잘 지도하고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합류 요청에 대해 “그럴 계기가 되면 뭐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선대위 합류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긍정 답변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합류 시점 및 직책에 대해선 “나는 아직 아무 시간표도 모르고 내용도 모른다. 후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취재진 물음에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는 그런 이야기를 처음부터 안 한다. 뭐가 짜여지면 그때 가서 내가 판단하는 거지 미리부터 어쩌고저쩌고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김 전 위원장과 같이 일하는 데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선이라는 것은 가다가 작은 강물도 만나고 큰 강물도 만나고 그러면서 쭉 흘러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이야기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