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세금감면율 美·日 절반도 안돼…R&D 세액감면 확대해야"

중앙일보

입력

한국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수준이 미국·일본 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이 납부해야 할 법인세액 중 각종 공제·감면으로 납부가 면제된 금액의 비중이 일본 24.8%, 미국 18.6%, 한국 8.4%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한·일은 2019년 기준, 미국은 가장 최근 통계인 2018년 기준). 즉 세금 100원 당 국내 기업이 8.4원의 공제·감면을 받을 때 미국·일본 기업은 그 2배 이상인 18.6원, 24.8원을 각각 공제 받았다는 의미다.

[자료 한경연]

최근 5년간 공제·감면율 추이를 살펴보면 미국은 공제·감면율이 지속 증가했고, 일본은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5년간 공제·감면율이 지속적으로 줄었다(2015년 12.5%에서 2019년 8.4%로 감소). 낮은 공제·감면율로 법인세 명목세율과 실효세율 간 격차도 한국이 가장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감면 혜택을 적용한 후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나타내는 것으로, 명목·실효세율 격차가 작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공제·감면 혜택을 적게 받았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감면율은 중소기업의 1/4

한경연은 한국의 법인세 공제·감면율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낮은 원인으로 미흡한 대기업 세제지원을 지목했다. 실제 공제·감면율을 국내기업 규모별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2019년 기준 대·중견기업의 공제·감면율은 5.1%로 중소기업 20.1%의 1/4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 대‧중견기업은 공제·감면율이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하락했으나, 중소기업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료 한경연]

한경연은 법인세 공제·감면율을 미국·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법인세 공제·감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은 대기업에 당기 R&D 비용의 최대 10%까지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R&D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기준 최대 2%에 불과하다.

한경연은 ▶소득·비용 공제 확대 ▶법인세 최저한세 제도 폐지도 강조했다. 미국은 소득의 최대 80%, 일본은 50~100%까지 이월결손금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두 국가 모두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 소득을 국내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하는 등 소득공제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법인세 최저한세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한국은 대기업에 대해 소득의 최대 60%까지만 이월결손금 공제를 허용하며 국외원천소득을 모두 국내 과세소득에 포함한다.

[자료 한경연]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의 세 부담 증가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고용에 대한 여력 위축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민간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며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세제지원을 완화하고 불합리한 조세제도를 개선해 기업의 조세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잠재성장률, 1%대로 하락할 수도”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이날 “현재 같은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생산성 부진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5%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장잠재력 저하 원인과 제고 방안’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고령화 진행 속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 중 가장 빠른데, 노동생산성 증가율 급락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2000년대 4.7%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은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을 거치며 올해 2%까지 떨어졌다.

보고서는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완화하기 위한 4대 방안으로 출산율 증가, 여성 경제활동 참가 확대, 퇴직인력 활용도 제고, 노동생산성 향상을 제시했다. 이 4가지가 이뤄진다면 2030년 잠재성장률이 기존 예측인 1.5%에서 2%대 중반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