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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선 100여일전 '국민과의 대화'…野 "대선 앞둔 의도 의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일반 국민 300명과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100분간 생방송되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코로나 극복과 방역, 민생경제를 주제로 국민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며 “대화에는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연령, 성별, 지역 등을 고려한 국민 300여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여한다”고 밝혔다.

참석자 300명 중 코로나 백신 접종자 등 200명은 현장 대화에 참여하고, 백신 미접종자 등 100명은 온라인으로 참여한다. 청와대는 참석자 선발 등은 생방송을 진행하는 KBS에 일임했다고 밝혔다.

타운홀미팅 방식의 대화는 2019년 11월 19일 이후 2년만이다. 특히 코로나 확산 이후 문 대통령이 대규모 인원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9년 11월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진행자인 방송인 배철수 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9년 11월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진행자인 방송인 배철수 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문제는 대화가 이뤄지는 시점이다.

세금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100분간 생중계하는 이번 대화는 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열린다. 역대 대통령 중 임기를 6개월 남겨놓고  이같은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열었던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그간 민감한 사안에 불통으로 일관했던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왜 갑자기 대규모 생중계 행사를 기획했는지 의심스럽다”며 “국민들은 치적에 대한 자랑이 아닌 대장동 게이트, 요소수 사태 등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솔직한 책임 인정을 듣고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도 유사한 형식의 행사를 추진하다 선거 개입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일 때를 포함해 임기 중 4차례 ‘국민과의 대화’를 열었다. 그중 마지막 대화는 2000년 2월에 열기로 했는데, 당시 야당은 “4월 총선을 겨냥한 선거운동 성격이 있다”고 반발했다. DJ는 결국 국민과의 대화를 이듬해 3월로 연기했다.

2001년 3월 1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KBS공개홀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당시 행사는 당초 2000년 2월에 열기로 기획됐지만, 총선 개입 논란 끝에 1년 연기됐다. 연합뉴스

2001년 3월 1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KBS공개홀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당시 행사는 당초 2000년 2월에 열기로 기획됐지만, 총선 개입 논란 끝에 1년 연기됐다. 연합뉴스

대화의 성격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정치학)는 “어떤 방식이라도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의 기회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민감한 시기에 개최되는 대화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이를 문재인 정부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활용할 경우 정치적 논란만 키우고 오히려 대선에까지 역효과를 주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이어 “이번 대화는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면서 느낀 한계와 아쉬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와 무관하게 차기 정부가 시행착오 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진솔한 조언과 당부를 전하는 자리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바람직한 대화’의 사례로 2009년 1월 이명박(MB) 전 대통령 당시 열렸던 ‘대통령과의 원탁대화’를 꼽기도 한다.

당시 MB와 대화를 나눈 4명의 패널은 정갑영 연세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방송인 박상원 씨였다. 이중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이 됐고, 김 교수는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며 2017년 대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2009년 1월 SBS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로부터 탤런트 박상원, 조국 서울대교수, 김형민 SBS 부국장, 이 대통령, 정갑영 연세대교수, 김민전 경희대교수. 청와대사진기자단

2009년 1월 SBS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로부터 탤런트 박상원, 조국 서울대교수, 김형민 SBS 부국장, 이 대통령, 정갑영 연세대교수, 김민전 경희대교수.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사람은 당시 원탁대화에서 MB를 향해 비판적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현여권에선 “조국 전 장관이 당시 TV 대담에서 MB를 향해 조목조목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 여권에서 스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하며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은 이번 행사를 포함해 4번에 불과하다.

지난 1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기자회견 형식의 소통 역시 총 8번에 그쳤다. 반면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150회에 달하는 기자회견과 브리핑을 했고, MB도 언론과 20회 직접 대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5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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