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장갑에 갇혀 죽은 네덜란드 새끼 농어, 일회용 마스크를 먹이로 오인해 먹은 브라질 마젤란 펭귄….
코로나19 발(發) 쓰레기가 지구를 덮치고 있다. 최대 방역 도구였던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이 지구의 숨통을 죄는 흉기로 변했다. 통제 불능 상태의 ‘코로나 쓰레기’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대유행보다 더 강력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난징대학 펑이밍·우페이페이 박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마스크·장갑 등 개인보호 장비(PPE) 사용량 증가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해당하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8월까지 193개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방출량을 조사한 뒤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이 기간 조사 대상국 전체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840만t에 달했다. 대유행 이전과 비교해 1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 증가분의 대부분을 병원 등 의료기관이 배출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전체 증가량의 87.4%가 의료 폐기물이다.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이 쓰고 버린 쓰레기가 7.6%, 온라인 쇼핑으로 발생한 포장재 쓰레기가 4.7%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테스트 키트도 0.3%를 차지했다.
증가분을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럽 24%, 남미 16%, 아프리카 8%, 북미 6%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쓰레기의 이동 경로를 시뮬레이션으로 추적한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전 세계 369개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했다.
상당수는 중동과 아시아에 몰려 있었다. 이라크 샤트알아랍 강 5200t, 티베트 인더스 강 4000t, 중국 양쯔 강 3700t, 러시아 아무르 강 1200t 등 바다에 도착한 쓰레기의 약 73%가 아시아 강을 타고 이동했다. 유럽에서는 다뉴브 강이 옮긴 플라스틱 쓰레기가 1700t에 달하는 등 바다 위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11%는 유럽 수로를 통한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상당수가 강을 타고 이동했으며 그중 1.5%에 해당하는 2만5900여t이 바다에 도착할 것으로 예측했다. 2층 버스 2000대를 꽉 채우는 규모다. 또 바다에 도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71%는 올해 연말까지 해안 등으로 다시 밀려 나오고 나머지 29%는 해안이나 해저에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를 이끈 펑이밍 박사는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미 해변과 해안 퇴적물에 쌓이기 시작했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해양 생물을 덮치고,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나왔던 경고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방역을 위해 사용되는 일회용 제품들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라는 데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유행 선언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 사용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마스크와 장갑의 수가 월 1290억 개, 650억 개로 추산됐다.
일회용 제품의 사용 증가는 곧바로 쓰레기 증가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홍콩 무인도 소코섬 해변에서는 무더기로 떠내려온 마스크가 해변 100m를 메우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3개월 만에 PPE 플라스틱 쓰레기가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PPE의 공격에 목숨을 잃는 야생동물도 늘었다. 영국 요크셔 해안에서는 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하고 낚아챈 송골매가 포착되는가 하면, 새들이 마스크에 발이 묶여 버둥거리고 있다는 신고도 늘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더 악화하고 있다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의료 쓰레기 관리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