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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오인, 삼켰다가 즉사···야생동물 위협하는 ’마스크 쓰레기‘

중앙일보

입력

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마스크들이 환경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야생동물이 먹이로 착각하는가 하면,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지만, '비양심'에 다시 지구가 공격당하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 사용 늘며 무단투기에 골치 #무더기로 해변에 떠밀려 오기도 #야생동물들 먹이로 착각, 곤욕 치러 #"분해되는데 450년, 새로운 환경문제"

영국 요크셔 해안에서 포착된 송골매가 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해 부리로 쪼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영국 요크셔 해안에서 포착된 송골매가 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해 부리로 쪼고 있다. [트위터 캡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국가들이 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미국을 아름답게(Keep America Beautiful)'의 헬렌 로우먼 대표는 이를 지적하며 “코로나 사태가 쓰레기의 양상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 버려진 마스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 버려진 마스크. [로이터=연합뉴스]

무단투기 마스크가 송골매·갈매기 생명 위협 

영국 요크셔 해안에선 최근 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하고 낚아챈 송골매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근 영국 BBC,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사진작가 스티브 시플리가 촬영한 사진 속에서 송골매는 마스크를 발톱으로 움켜쥐고, 부리로 쪼기까지 한다.  

영국 요크셔 해안에서 포착된 송골매가 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해 발톱으로 낚아챈 채 하늘을 날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영국 요크셔 해안에서 포착된 송골매가 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해 발톱으로 낚아챈 채 하늘을 날고 있다. [트위터 캡처]

시플리는 "송골매는 마스크가 분명 먹이인 줄 알았을 텐데 송골매가 잘못됐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후 3~4주 사이 새끼 송골매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이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송골매가 먹이로 착각한 마스크는 근처 관광지에 버려져 있던 것이란 게 그의 추정이다.  

송골매는 1960년대 이후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 만약 송골매가 마스크를 먹거나 마스크 끈에 발이 묶인다면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시플리는 "영국엔 송골매가 1000쌍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사용한 마스크를 제대로 버려 야생동물을 위험에 빠트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버려진 마스크에 발이 묶인 갈매기. [트위터 캡처]

버려진 마스크에 발이 묶인 갈매기. [트위터 캡처]

버려진 마스크에 발이 묶여 날지 못하고 있는 갈매기. [트위터 캡처]

버려진 마스크에 발이 묶여 날지 못하고 있는 갈매기. [트위터 캡처]

앞서 영국에선 마스크에 발이 묶였던 갈매기가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되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 RSPCA는 에식스주의 길에서 날지 못하고 바닥을 서성이는 갈매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갈매기의 양 발은 쓰다 버린 마스크 끈에 칭칭 감긴 채 퉁퉁 부어있었다. 다행히 갈매기는 일주일 간의 치료 끝에 상처가 회복됐다.   

RSPCA 측은 “영국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하면서 유사 사례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상점과 마트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100파운드(약 15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바닷속, 무인도까지 흘러온 마스크  

마스크 폐기물은 해양생물도 공격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남부 앙티브 인근 바닷속에선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여러 개가 발견됐다. 프랑스의 비영리환경단체 '바다정화작전(Operation Mer Propre)'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용한 일회용품이 새로운 환경오염원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프랑스 남부 앙티브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장갑들. [페이스북 캡처]

프랑스 남부 앙티브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장갑들. [페이스북 캡처]

프랑스 남부 앙티브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마스크들. [페이스북 캡처]

프랑스 남부 앙티브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된 마스크들. [페이스북 캡처]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당국은 최근 일회용 마스크 20억개를 제작 주문했다. 프랑스는 지난 20일부터 마트나 은행 등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벌금 135유로(약 18만5000원)를 부과하고 있다. ‘바다정화작전’ 관계자는 “마스크가 분해되는 데 450년이 걸린다”면서 “지중해에 해파리보다 마스크가 더 많아질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남부 앙티브 인근 바닷속에서 건져 낸 마스크와 장갑들. 코로나19 시대에 캔이나 병 등과 더불어 새로운 환경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프랑스 남부 앙티브 인근 바닷속에서 건져 낸 마스크와 장갑들. 코로나19 시대에 캔이나 병 등과 더불어 새로운 환경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 4월 홍콩 무인도 소코섬 해변에선 마스크 폐기물 100여 개가 발견됐다. 마스크를 발견한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에 따르면 이 마스크들은 중국이나 홍콩에서 이곳까지 흘러온 것으로 보인다. 

거리에 버려진 마스크나 장갑이 하수도나 바다까지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은 수십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가 내리면 물에 씻겨 내려가거나 가벼운 무게 탓에 바람에 실려 날아갈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 소코섬에 떠내려 온 버려진 마스크들.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 소코섬에 떠내려 온 버려진 마스크들.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 소코섬 바다에 떠 있는 버려진 마스크.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 소코섬 바다에 떠 있는 버려진 마스크.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바다로 흘러온 마스크는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위험이 된다는 점이다. 해양생물이 마스크나 장갑을 해파리로 착각해 먹을 경우 소화관이 막혀 죽을 수 있다. 또 폴리프로필렌을 포함한 부직포로 된 마스크는 분해되면서 유해한 화학물질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오션스아시아의 게리 스톡스는 “거리, 하수구, 버스 정류장, 해변 등 곳곳에서 버려진 마스크들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할 또 하나의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美 일부 도시는 무단투기에 벌금 부과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과 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마스크와 장갑 등 방역 폐기물을 공공장소에 버려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마스크와 장갑이 플라스틱 소재라도 재활용 쓰레기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바이러스 전파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탈리아 로마 거리에 버려진 마스크.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 거리에 버려진 마스크. [EPA=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거리 곳곳에 버려진 마스크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거리 곳곳에 버려진 마스크들. [AFP=연합뉴스]


데이비드 비더먼 북미 고형 폐기물협회 이사는 “사용한 마스크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쓰레기봉투에 넣은 후 봉투를 단단히 묶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작은 용기나 비닐봉지를 휴대해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는 경우 다 쓴 마스크나 장갑을 넣을 수 있도록 한다.

방역 폐기물 불법 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매사추세츠주 에식스 카운티의 스왐스컷 경찰은 방역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다 적발되면 최대 5500달러(약 67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뉴욕 서퍽 카운티도 마스크와 장갑 무단 투기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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