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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인 "자녀에 의존해 산다" 72.8%-한국갤럽 조사서 드러난 한·미·일·태 등 6개국 노인들 생활·의식구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덴마크·이탈리아 등 구미와 일본등 선진국의 노인들이 국가연금으로 노후생활을 유지해가고 있는데 비해 한국·태국 등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가 노인들은 대부분 자식들이 대주는 생활비에 의존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국 등 구미3개국 취업노인들 중 절반정도(40.4∼61.8%)는 「일하는 게 즐거워서」 취업을 계속하기를 원했으나 한국·태국에서는 취업노인의 70∼80%가 「돈이 필요함」을 취업계속이유로 꼽고있어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서는 안정되고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는 노인복지정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일본·태국·미국·덴마크·이탈리아의 조사기관과 공동으로 86∼88년 6개국 노인 6천4백명의 생활과 의식구조를 개별면접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노인복지정책이 마련돼 있는 미국·이탈리아·덴마크에서는 국가가 주는 연금(각각 84.7%, 82.5%, 76.5%)이나 재산소득, 회사에서 주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었으나 한국·태국에서는 「자식들이 대준다」가 각각 72.8%, 77.9%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연금이 수입원이 되는 경우는 1.8%, 5.5%에 불과했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일본을 자식들의 보조가 21.8%에 지나지 않는데 비해 국가연금은 77%나 돼 선진국형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고있음을 보여줬다.
「노후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에 대해 일본·미국의 응답자들이 젊었을 때 저축해두어야 한다는 「자립형」인데 비해 태국에서는 가족·자녀들이 대주어야한다는 「가족형」으로 집중 대답했다. 반면 이탈리아·덴마크는 「사회보장제에 의해 보장돼야 한다」는 응답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자립형이 51%, 가족형이 36·3%로 두 항목으로 분산돼 나타났다.
희망하는 동거형태에 있어서도 동·서양 노인들은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3국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동거교류형」을, 구미3국은 자녀들과 자주 만나 식사하거나 이야기하는 정도가 좋다는 「별거교류형」을 원했다.
자신을 돌봐줄 부양자로 구미 3국은 배우자와 딸, 일본은 배우자·며느리·딸, 태국은 딸·아들 순으로 지목했으나 한국은 아들·며느리가 압도적으로 지적돼 유별난 남아선호경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은 근심·걱정의 의논상대로도 단연코 아들을 꼽았다.
그러나 6개국 노인들이 취미생활로 TV보는 일을 첫째로 꼽은 점, 가족 또는 자녀를 가장 중요시하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
한편 한국의 경우 81년의 1차 조사에 비해 노인들의 집안일 참여률이 크게 증가하고 취업률도 50%나 높아져 노인들이 보다 적극적인 생활을 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자노인의 취업은 7년새 2. 3배나 증가했다.
88년 조사에서는 ▲스스로 벌어 노후생활비를 조달하고있는 점 ▲종교활동의 증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해 살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점 ▲여유자금을 자녀에게 보태주기보다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의 증가 등이 두드러져 노인들의 사고가 점차 서구화해 가는 경향을 보였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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