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수준 못 미친 「서울연극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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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극단 민예의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와 극단 신시의 『우린 나발을 불었다』가 올해 서울연극제(8월24일∼10월4일) 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최고상인 대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 두 작품 중 『‥‥목탁구멍‥‥』는 부상으로 해외연극계 시찰지원금(2천2백만원)을 받게되며, 『‥‥나발‥‥』는 지방공연 지원금(1천7백만원)을 받는다.
연극제심사위원회는 5일 심사회의에서 대상과 함께 부문별 개인상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개인상부문에서도 『‥‥목탁구멍‥‥』가 희곡상(이만희)·연기상(이도련)·분장상(박필영)을 『‥‥나발‥‥』가 연출상(김상열)·미술상(신상철)을 각각 차지해 총10개 상중 7개를 휩쓸었다. 나머지 참가 6작품은 4명이 공동 수상하는 연기상중 3개를 차지하는 부진에 그쳤다.
연기상 공동수상자는 극단 맥토 『시민 조갑출』의 이인철, 극단 성좌 『한가위 밝은 달아』의 여운경, 극단 대하 『언제나 어디서나』의 박승태씨 등 3명.
올해 참가작 8편은 대부분 사회문제를 소재로 하는 현실비판성이 강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고상은 오히려 「진실된 삶과 자아」라는 인간본연의 원초적 문제를 다룬 불교극 『목탁구멍‥‥』에 돌아갔다.
『‥‥목탁구멍‥‥』는 산사생활의 사실적 묘사와 적절한 연기의 앙상블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나머지 참가작들은 대부분 많은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있으나 주제를 극적으로 잘 소화하지 못해 「문제의 나열」「과잉의욕」이라는 평을 받았다.
특히 『불임의 계절』 『한가위 밝은 달아』 『시민 조갑출』 등이 문제나열식으로 제시만 했을 뿐 본질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불임의 계절』은 교육문제를 다루면서 학생·교사의 독백과 교무회의 장면 등으로 일관되는 대사나열만으로 단순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는 평이다.
『한가위‥‥』는 뿌리깊은 농촌문제를 새롭게 조명하지 못하고 산적한 문제점을 산만하게 나열하는데 그쳤으며, 『시민 조갑출』도 엄청난 현실의 압박에 시달리는 소시민을 소재로 하면서 그를 누르고있는 현실(월남참전·광주민주화운동 등)을 너무 많이 포괄하려다 오히려 적절히 조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작품성 문제 외에 초반의 진행차질도 이번 연극제의 악재였다.
당초 1억5천만원의 제작지원금 제공과 함께 기획·홍보 등 진행을 전담하기로 했던 공연기획사 「코벤토」가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해 모든 계획이 어긋났었다. 이에 따라 작품제작에만 전념하던 각 극단이 개막직전 진행업무를 모두 떠맡아 공연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중견연출가 등 젊은 연극인들은 행사진행에 차질을 빚은 집행부(연극협회)에 대한 책임추궁을 위해 연극인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참가작의 일정수준 확보를 위해 희곡심사보다 실제공연을 보고 참가여부를 결정하는 실연심사제의 확대, 축제분위기 조성을 위해 상을 놓고 겨루는 경연방식보다 많은 극단이 참가하는 페스티벌 형식의 도입 등도 연극계내부에서 고려되고 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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