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컨설턴트까지 모셔왔다...두산, 경영 정상화 ‘잰걸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9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9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두산그룹이 재무약정 조기 졸업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해 불발된 두산건설 지분 매각을 재추진하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임원을 영입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두산이 목표한 대로 연내 ‘구조조정 기업’ 딱지를 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산건설 매각 재개 ‘시동’

7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두산건설 지분 매각계획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대우산업개발과 매각 협상이 결렬된지 1년여 만이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4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두산건설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지분 99.99%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고 긴급자금 3조원을 지원받았다. 3년 내 상환 조건이었다. 이후 두산그룹은 자구계획안에 따라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모트롤BG(4530억원),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6986억원),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8500억원) 등 우량자산을 잇따라 매각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의 채무 잔액은 약 7000억원으로 줄었다.

과거보다 재무구조도 개선돼 

두산그룹 구조조정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두산그룹 구조조정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거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의 협상이 틀어진 주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매각가로 약 3000억원을 요구했지만, 대우산업개발은 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지난 10년간 두산건설에 약 2조4000억원을 지원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산업개발의 대주주인 중국 펑화그룹이 부채 비율이 높은 두산건설 인수에 부정적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두산건설의 재무구조는 최근 상당히 개선된 상태다. 지난 2010년 1조731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 규모는 2019년 563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 1600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20%대였던 차입금 의존도는 16%대로 낮아져 부채비율도 431%까지 떨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으로서는 지금이 두산건설 매각에 나설 최적의 시기일 것”이라며 “신영증권이 사모펀드(PEF) 방식의 인수를 제안해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 임원 영입, 체질 개선 속도 

두산그룹은 1일 ㈜두산 지주부문 내 ‘그룹포트폴리오 총괄(사장)’을 신설하고, 김도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 대표 파트너를 선임했다. [사진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1일 ㈜두산 지주부문 내 ‘그룹포트폴리오 총괄(사장)’을 신설하고, 김도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 대표 파트너를 선임했다. [사진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자산 매각과 함께 그룹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두산 지주부문 내 ‘그룹포트폴리오 총괄(사장)’을 신설하고, 김도원(52)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 대표 파트너를 선임했다. BCG는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의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컨설팅했다.

두산그룹은 과거에도 위기의 상황에서 컨설팅 기업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 1998년 맥킨지와 손잡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시 주력회사였던 OB맥주를 매각하고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했다. 20년 넘게 에너지사업 분야 컨설팅을 담당한 김 총괄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신재생에너지 사업 위주로 그룹을 재편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이 신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은 구조조정을 졸업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은 올해까지 채무 잔액을 모두 상환해 내년까지 예정된 재무약정을 조기 졸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최근 주목받는 친환경 분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 역시 채권단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