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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늦은 韓에 '희망'이었다···'퇴출 신세' AZ 몰랐던 사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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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첫 출하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이 경기도 이천시 한 물류센터에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4일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첫 출하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이 경기도 이천시 한 물류센터에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전문기자의 촉: AZ백신 단상

"참으로 역사적인 날입니다. 지금이 그 순간입니다."
 8개월 여전인 지난 2월 24일 정세균 전 총리는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 앞마당에서 이렇게 백신 첫 출하의 기쁨을 표현했다. 정 전 총리는 "일상회복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 첫걸음이 뚜벅뚜벅 전진해 이제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진입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세계 첫 접종은 지난해 12월 8일 영국의 마거릿 키넌(90) 할머니였다. 한국은 2월 26일 첫 접종이 시작됐다. 키넌 할머니보다 80일 늦었다. 한국인의 첫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Z)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 직원들이 석 달 동안 주말을 바쳐 첫 백신을 탄생시켰다. 무장군인의 호위를 받으며 전국으로 배송된 AZ은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첫 접종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AZ이 퇴출 직전 신세에 처했다. 정부는 5일 내년용 화이자백신 3000만회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박준구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계약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년도 신규 백신 구매는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을 주력으로 한다"면서 "내년으로 이월되는 얀센·노바백스 백신도 있기 때문에 여러 백신 포트폴리오 구매 방침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AZ은 여기에 끼지 못한다.

 정부는 3일, 지난달 12일 베트남에 각각 29만회, 110만 회분을 기부했다. 또 지난달 태국에 47만회분, 이란에 100만회분을 기부했다. 모두 AZ백신이다.

 한국에는 8월 AZ백신 계약 물량(2000만회) 공급이 끝났다. 코백스 퍼실리티(국제 백신배분 프로젝트)에서 210만회분이 8월에 들어오고 더는 오지 않는다. 82만회분이 남았고 하루 2000~3000명만 맞는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밀려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AZ백신은 그동안 1276만명이 2차까지 맞았다. 전체 접종자의 32.6%를 담당했다. 특히 지난겨울 3차 대유행 때 사망자가 쏟아진 요양병원·요양원 어르신들의 중증화와 사망률 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또 60~74세 고위험군의 든든한 방패가 됐다. 60세 이상 고위험군이 돌파감염을 당해도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게 AZ 덕분이다.

지난 2월 26일 서울 관악구보건소에서 관악치매전문요양센터 요양보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6일 서울 관악구보건소에서 관악치매전문요양센터 요양보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AZ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산 백신 개발에도 기여한다. 국산 백신의 효능 등을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AZ이 2000회분의 백신을 무상으로 공여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무상 공여는 매우 드문 일이다. AZ백신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것을 기조로 삼은 '착한 백신'이다. 반면 화이자·모더나는 고가로 판매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모더나는 그동안 한국 공급 스케줄을 수차례 어겼다. AZ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한국의 효자 AZ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질병관리청 관계자에게 물었다.

AZ백신이 이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나.
"그렇다고 보면 된다."
내년에도 안 쓰나.
"내년에 사용 계획이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AZ은 여전히 코로나19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베트남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주력 백신으로 쓰인다. 영국에서 1,2차용으로 널리 쓰였고 최근 3차용 백신으로도 승인이 났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부적합한 환자에게 쓰기 위해서다.

 정부가 효과·이상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화이자·모더나를 주력 백신으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백신 목록에서 AZ이 '완전 삭제 신세'가 되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지난 2월 첫 출하 관련 기사에 "백신아 부탁한다. 국민을 모두 안전하게" "힘내라 대한민국" 등의 댓글이 붙었다. AZ은 우리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 착한 백신 AZ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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