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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본 세상] ⑷'지산겸(地山謙)', 힘 있는 자 겸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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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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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뜯어야 한다. 지지율은 변하고 또 변하는 것, 상대 약점을 건드리면 내 지지율은 오르게 되어 있다. 공격의 끈을 바짝 조이자. 조금만 더 밀치면 이길 수 있다.

대선 후보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게임'. 앞으로 5개월, 국민들은 그 피비린내 나는 대선 리그를 지켜봐야 한다. 누가 이길까?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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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지산겸(地山謙)'괘를 뽑았다. 땅(☷)이 위에 있고, 산(☶)이 아래에 있는 형상이다(䷎). '화천대유(火天大有)'에 이은 15번째 괘다.

산은 땅 위에 있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러나 '지산겸'은 반대다. 산이 땅 아래에 숨겨져 있다. 산은 웅대하다. 그 힘을 땅속에 감추고 있다. 그래서 겸(謙)이다.

地中有山謙. 君子以裒多益寡,稱物平施.
땅속에 산이 있으니 겸(謙)이다. 군자는 많은 것을 덜어내고, 적은 곳을 보탠다. 사물의 균형을 살피고 시책을 공평하게 맞춘다.

'지산겸' 괘사(卦辭)의 설명이다.
주역은 '끝까지 겸손, 또 겸손하라(君子有終)'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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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몸을 낮춰 수양을 쌓고(卑以自牧), 명성이 쏟아져도 겸허한 마음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鳴謙, 中心得也).’

‘큰 공로가 있더라도 겸손을 유지해야 만민이 복종한다(勞謙, 萬民服也).’

'지산겸' 괘가 '화천대유'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화천대유는 하늘(天)의 강건한 기세가 불(火)의 기운을 받아 만물을 살찌우게 하는 형상이다. 이 괘를 잡는 자는 큰 위세를 떨칠 수 있다. 그러나 성세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쇠(衰)하기 마련이다. 올바른 군자라면 그때 겸허하게 자기 몸을 낮춰야 한다고 주역은 말하고 있다.

'겸(謙)'괘를 '대유(大有)' 괘 바로 뒤에 배치한 이유다.

여당 후보로 선출됐다고, 지지율이 야권 주자 중에서 가장 높다고 뻐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럴수록 더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고, 부족한 곳을 살펴 국민을 받들라는 충고다. 허세(虛勢)를 부리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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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겸' 괘의 핵심은 산이다. 그 웅장함이 땅에 숨어 있을 뿐이다. 이는 곧 겸손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콘텐트 없이 세몰이에만 의존한다면, 그건 허세다.

비굴하라는 건 더욱 아니다. 주역은 마지막 효사(爻辭)에서 이렇게 말한다.

鳴謙, 志未得也, 可用行師征邑國.
명성이 자자해도 겸손하라. 그럼에도 그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군대를 동원해 정복하라.

상대의 그릇된 공격에는 강력하게 응징하라는 얘기다. 묵직하게 한 방 날릴 수 있어야 한다. 힘은 그렇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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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자 겸손하라. 겸손한 자 결국 승리할 것이다.

주역 '지산겸' 괘의 한국 대선 전망이다.

'물어뜯기 식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국민에게 한없이 진실하고 겸허하게 다가가는 후보', 그 사람이 차기 대통령에 오를 것이라고 예견한다.

3000년 전 논리로 어찌 21세기 한국 정치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주역은 현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생각의 로직을 제시한다. 3000년 생명력의 원천이다.

주역의 '지산겸'이 제시하는 '겸손'의 가르침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왜냐고? 주역의 괘사 이 한마디에 답이 있다.

人道惡盈而好謙!

교만한 것을 미워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의 기본 속성이기 때문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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