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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본 세상] ⑶'불통의 시대(天地否)', 이 난국을 풀 자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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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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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갈기 찢겼다. 좌와 우로 갈리고, 진보와 보수로 쪼개지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었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진영논리가 판치고, 프레임 씌워 공격하고, 막말로 비난한다.

할퀴고, 헐뜯고…. 그걸 5년마다 반복하고 있다. 패배자는 '5년 후 보자'라며 이를 간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치 모리배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의도적이고 치밀하게 갈라놨던 탓이다. 이 정권 들어 국민 갈라치기는 유독 심했다.

뜻있는 지식인들은 뒤로 물러난다. '그래 너희들끼리 다 해 먹어라~' 모리배들만 판친다. 망국(亡局)이다.

주역은 이 상황을 적확하게 설명한다.
제12괘 '천지비(天地否)'가 그것이다.

앞에서 봤던 '천화동인(天火同人)'의 바로 앞 괘다.

ⓒ바이두

ⓒ바이두

'천지비'괘는 하늘(☰)이 위에, 땅(☷)이 아래에 있는 형상이다(䷋). 지극히 정상이다. 하늘은 당연히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주역의 논리는 다르다. 하늘과 땅을 살아있는 주체로 보고 그 둘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천지 역동성이 끊긴 형상이 바로 '비(否)'괘다.

하늘은 높게 있을 뿐 땅을 돌아보지 않는다. 땅은 아래에만 머물 뿐이다. 그러니 서로 교류하지 않는다. '폐색불통(閉塞不通)'이다. 천지가 통하지 않으니 만물은 생육 되지 않는다.

天地不交, 萬物不通也.

인간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막혔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니, 국민도 담을 쌓는다. 좌와 우가 찢기고, 진보와 보수가 갈린다. 불신과 반목만 횡행한다.

그래서 괘 이름이 '막히다', '헐뜯다'라는 뜻의 '비(否)'다.

ⓒ바이두

ⓒ바이두

주역은 괘를 이렇게 풀이한다.

天地不交否. 君子以儉德辟難, 不可榮以祿

'천지가 교류하지 않으니 '비(否)'의 형국이다. 군자는 자기의 덕(德)을 숨기고 난을 피한다. 봉록을 받는 영예의 자리도 버린다.'

소인이 판치는 세상, 군자는 주변으로 밀려난다. '대왕소래(大往小來)'다. 모리배들이 판치니 지식인들은 입을 닫는다. 입(口)은 있되 말은 하지 않는(不)는 '비(否)'의 상황이 그대로 연출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上下不交而天下无邦也
'상하가 서로 통하지 않으니, 천하에 그런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역은 '소통이 사라진 나라는 쇠망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궁하면 변하고(窮則變), 변하면 통하고(變則通), 통하면 지속되고(通則久), 지속되면 다시 궁하는 게(久則窮) 주역 음양의 이치다.

ⓒ바이두

ⓒ바이두

주역은 '천지비' 괘 다섯 번째 효의 효사(爻辭)를 이렇게 적는다.

'休否, 大人之吉, 位正當也'
'비(否)의 상태가 끝나가고 있다. 재덕을 구비한 군주가 자리에 오르니 길하리라'

리더십을 갖춘 국가 지도자가 등장한다면 이 지긋지긋한 '불통 시대'를 끝낼 수 있는 것이라는 희망이다. 주역은 불통의 시대가 궁(窮)하면 통합의 큰 리더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이 과연 그때인가? 우리는 다시 희망의 끈을 당길 수 있을 것인가? 

TV에서는 오늘도 후보들의 말 전쟁이 중계되고 있다. 그러나 소통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여전히 국민을 갈가리 찢어놓는 거친 말만 오갈 뿐이다. 진영논리가 판치고, 프레임 씌워 공격하고, 막말로 비난하고…. 짜증만 키운다.

비(否)'의 시대, 불통의 시대,
이를 종식시킬 큰 지도자는 이번에도 오지 않는 것일까?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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