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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수사 흘리나” 경고하자, 검경 “명예 침해 않게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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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9월 2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 창밖으로 투척한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남성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TV조선 캡처]

지난 9월 2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 창밖으로 투척한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남성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TV조선 캡처]

유동규(52·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전 경기도 정책실장) 비서실 부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651억원+α’ 배임 혐의를 받는 유 전 본부장이 여당 대선후보 최측근과 통화한 사실보다, 정 전 실장의 ‘경고’에 검찰과 경찰이 잇따라 해명성 입장을 낸 게 더 큰 논란이다.

정 부실장은 4일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법당국이 특정 개인에 대한 수사 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려 흠집을 내려는 행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각각 “당사자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당사자가 좌시하지 않겠다는데 저희를 통해 언론에 흘러가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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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실장은 유 전 본부장과의 통화와 관련한 중앙일보 질의에 “한 차례, 5분 정도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문자메시지로 답했다. 다만 자신이 먼저 전화를 걸어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유 전 본부장의 구명 요청 전화였을 수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을 부인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평소 알고 있던 모습과 달리 부정한 일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점에 놀라 직접 확인이 필요했다”며 “통화 당시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고 충실히 수사에 임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정 부실장은 “(통화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잠이 덜 깬 것 같아서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다”며 “이 후보에게는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려고 (통화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주요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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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통화 시점은 지난 9월 29일 유 전 본부장의 주거지 압수수색 직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관 진입 직전 9층 창문 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져 “뭔가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1일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2시간가량 이 후보의 복심(腹心)과 통화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와 SNS 등에서 “당시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한 이 후보의 복심이 더 있다”며 “정 부실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고 또 다른 통화자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도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핵심 물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 등 윗선과의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자료가 나올 수도 있어서다. 해당 휴대전화는 현재 경찰이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이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아직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의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대화 상대와 내용 등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날 (두 사람이) 통화했다는 걸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자살하겠다며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말했다가 일부 언론에서 “정 부실장에게 들은 얘기인가”라고 묻자 “언론인으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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