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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금리 뛰는데 고정금리로 갈아타? DSR로 한도 줄면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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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한 회사원 김모(39)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규제 전에 빚을 내 ‘대출 한파’는 피했지만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김씨의 전체 대출액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등을 합해 4억원 정도다. 더욱이 대출 당시 이자 비용이 낮았던 변동금리형 상품을 택해 시장금리가 들썩일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 그는 “내년까지 시장 상황을 보다가 이자 압박이 커지면 고정금리형 상품으로 갈아탈지 아니면 당장이라 옮겨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최근 ‘영끌’로 주택을 산 대출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주담대 대출금리가 최고 5%를 넘어서면서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국의 금리 인상 시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미국 등 각국이 돈줄 죄기에 나서며 국고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대출 한도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주담대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대출 한도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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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이들이 고정금리형 갈아타기(대환대출)로 ‘이자 다이어트’에 나서야 할까.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고 5% 선을 돌파했다. 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일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7~5.377%로 집계됐다. 8월 말(연 2.92~4.42%)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최고·최저금리가 약 1% 포인트씩 뛰었다.

반면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아직 5% 선을 뚫진 않았다. 같은 기간 평균 0.6%포인트 올라 연 3.31~4.814%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이자가 변동금리보다 약 0.6%포인트 비싸다는 얘기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건 고정금리형 주담대가 금리 지표(기준)로 삼는 은행채 등 금융채 금리가 급등한 데다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해 은행들이 앞다퉈 고정금리의 가산금리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시장금리 상황 반영 시점의 차이도 있다.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는 한 달 주기로 수신금리 상황을 반영하지만, 고정금리는 매일 반영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은 3일 연 2.534%로 지난 8월(연 1.891%)보다 0.643%포인트 높아졌다. 연초(연 1.536%)와 비교하면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단기 국채가격(금리 상승)급락으로 은행채 금리가 빠르게 오른 경향이 있어 대출자 상당수가 변동형에서 고정형으로 갈아타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금리만이 아니다. 앞으로 갈아타기를 할 때는 ‘대출 한도’도 따져야 한다.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정이 갈아타기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규제지역 내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은행권 주담대를 받거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문제는 변동형 주담대를 고정형 주담대 상품으로 갈아탈 때도 DSR 규제가 적용되는 데 있다. 상품을 바꾸는 것으로 간주돼 신규 대출에 적용되는 규제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근로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낸 영끌족은 주담대 대환대출 시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줄어들 수 있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서울의 6억원(시세) 넘는 아파트를 살 때 신용대출 5000만원(금리 연 4%)과 변동금리형 주담대로 3억원(금리 연 3.5%, 30년 만기)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자. A씨가 올해 안에 시중은행에서 고정금리형 주담대로 갈아타려면 대출 한도(1억8900만원)는 기존보다 37% 줄어든다. DSR 규제로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의 원금과 이자가 소득의 40%(2000만원)를 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만기가 3년 이상이고, 아직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대출자라면 올해 안에 고정금리형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안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뿐이 아니다. DSR 산정 때 적용되는 신용대출 상환 만기도 7년에서 5년으로 줄면서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앞서 예를 든 A씨가 대환대출 시기를 내년으로 미룰 경우 1억3900만원만 빌릴 수 있다. 기존(3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금융사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연내 고정금리형으로 대환대출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특히 비규제지역이나 규제지역 내 6억원 미만 주택 대출자가 대출한도 축소 걱정 없이 갈아탈 기회는 올해까지”라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 역시 “앞으로 기준금리가 최소 2~3번 오르고, 시장금리도 뛰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다”며 “대출 한도에 영향이 없고, (주담대) 대출 만기가 3년 이상 남았다면 (대출) 금리가 올라도 걱정 없는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환대출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따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약정기간(3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수수료(중도상환수수료)를 1~1.5%가량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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