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화장서 합동결혼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사저인 이화장에서 불혹(40)의 나이가 지나도록 예식을 올리지 못한 다섯 쌍의 남녀가 8일 결혼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저소득층과 동거부부들의 무료합동결혼식을 주선해온 신혼복지회(회장 박성철·62)가 8일 이 박사와 프란체스카 여사(90)의 56주년 결혼기념일에 맞추어 이화장에서 식을 올릴 수 있도록 요청하여 이루어지게 됐다.
이화장측도 박 회장의 제의에 대해 결혼기념일을 뜻깊게 보낸다는 뜻에서 흔쾌히 승낙했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며느리 조혜자씨(48)는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한 결혼식인데다 어머님 결혼기념일과 겹쳐 허락했다』고 말했다.
결혼식에 참가한 다섯 쌍의 남녀는 말못할 사연이 있거나 먹고살기 바빠 식도 올리지 못한채 동거중인 사람들.
이들은 특히 이화장이 금술 좋기로 소문난 이박사부부가 살던 곳이라 더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식당업을 하는 정성택씨(48)는 『8년째 동거중이라 올 가을이 가기 전에는 식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친척소개로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화장측에선 장소제공은 물론, 이 박사의 친필휘호 복사본 「화락」(서로 화목함으로써 행복을 누린다)을 신랑에게, 잠언록「말 한마디」와 앞치마를 신부에게 선물로 주었다.
폐백을 드릴 때 선물을 손수 전달한 프란체스카 여사는 내 결혼기념일에 이런 행사를 갖게돼 기쁘다며 지하에 계신 박사님께서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