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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안철수·심상정 완주 약속에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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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양당 진영 싸움에 제3지대 필요성  

2012년 단일화 응했지만 이번엔?

정의당이 심상정 전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데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그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둘은 출마 채비 중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강 구도에 ‘제3지대’란 균열을 내려 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기득권 양당이 간판 선수만 교체하는 정권 교체는 구적폐를 몰아낸 자리에 신적폐가 들어서는 ‘적폐 교대’만 반복할 뿐”이라며 “판을 갈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심상정 후보는 “34년 양당 정치와 단절하고 정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며 “승자독식 양당 체제를 종식하고 다원주의 책임 연정을 열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엔 “모두가 살고 싶은 대한민국을 위한 정의당의 재건, 진보 집권을 향한 정의당의 새 도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두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에 양당 진영 대결로, 더군다나 박빙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에게 어마어마한 단일화 압박이 가해질 것이다. 둘 다 경험했던 바다. 2012년 야당(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란 명분 앞에서 단일화(안철수)를 했거나 문재인 당시 후보 지지 선언(심상정)을 하고 중도 하차했다. 심 후보는 앞선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다. 안 후보는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올 4월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 뒤,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했다.

이번에도 두 후보에게 단일화할 거냐는 질문이 몰리는 까닭이다. 심 후보는 “염치없이 단일화 얘기를 하는 건 차악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안 후보는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고 했다.

지금 답변만 보면 완주하겠다는 것인데, 정치권에선 반신반의한다. “심 후보가 3월 대선 직후 열리는 6월 지방선거 때의 선거연대를 고리로 단일화할 것”이라거나 “안 후보가 내년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가 떠도는 배경이다.

사실 현행 단순다수제(한 표라도 많으면 승리)와 소선거구제(선거구당 한 명 선출)는 양당 구도를 낳는다. 사표 방지 심리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유권자들은 웬만한 제3의 선택지가 있을 때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기꺼이 주곤 했다. 일종의 다원성(다당제)에 대한 기대다. 2016년 총선 때 1당(민주당·123석)·2당(새누리당·122석)에 이어 무시 못할 3당(국민의당·38석)이 등장했고,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가 21%의 득표로 3위를 했다.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20대 여성의 15%가 기타 후보를 선택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있었다.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제3지대를 자처한 두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완주할 수 있을지, 완주한다면 얼마나 선전할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