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大그룹 대선자금 수사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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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른바 5대 기업(삼성.LG.현대차.롯데.SK)의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 수사론이 대두되면서 검찰이 고민 중이다. 정치권에서 연일 폭로하는 내용들에 대한 확인작업의 필요성 때문이다. 또 검찰 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문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검 중수부는 30일 "수사 확대 방침을 정한 바 없으며 확대 수사를 위한 충분한 단서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공보관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5대 기업 자금 담당자 일부 소환' 등 몇몇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해명했다.

그러나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심이 가는 다른 기업들의 단서가 조금이라도 발견된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나 자금 담당자 등에 대한 소환이 어느 시점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 29일 소환조사한 이화영 전 민주당 업무조정국장과 이상수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하면서 다른 기업들과 관련된 내용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에서 받은 후원금 3억원을 SK그룹처럼 개인 명의로 처리했다"는 등의 李의원 폭로는 검찰로서는 확인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목이다. 李의원에 대한 수사 이유를 "SK의 지원금 10억원을 불법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던 만큼 비슷한 사안에 대해 묵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SK와 같은 전면적인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의 경우는 당초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부분을 수사하면서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사실이 불거져 나왔다. 즉 회계 부분을 충분히 뒤지면서 시작된 수사여서 불법자금 혐의 입증이 백업될 수 있었던 셈이다. 그 과정에 석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다른 기업들에서 그 같은 방법으로 불법자금 여부를 캐내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재현씨 구속 수감=대검은 이날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지난해 11월 최돈웅 의원과 공모해 SK에서 1백억원을 받으면서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고, 선관위에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김영일 의원과 공모해 허위 신고한 혐의다. 검찰은 다음주 초 金의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金의원과 崔의원을 포함한 당직자들의 추가 조사에서 다른 기업의 불법 대선자금이 꼬리가 잡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이회창씨의 대국민 사과도 검찰 수사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강주안.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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