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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제빵사업 해보겠다면 빵 한개부터 만들어 보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10)

올바른 도구를 갖췄어도 잘못 사용하거나 애초부터 잘못된 도구의 사용은 실패를 낳는다. 국자로 국을 뜨면 되는 것을 끊임없이 티스푼이 가장 최고의 도구라고 믿고  국을 뜨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또는 국자를 갖췄지만 국자를 뒤집어 국을 뜨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멍청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창업 생태계에서는 이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잘못된 도구로 또는 도구의 잘못된 사용법으로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하면 각종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고객 유입과 매출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성장과 생존을 위한 규모를 절대 이루지 못한다. 결국, 임직원은 번아웃을 넘어 참담한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빠지고, 시간이 지나면 월급마저도 건너뛰게 된다.

실패를 불허하고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나사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스템을 찾고 개선하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개선을 반복하는 경험은 필수다. [Photo by Mark Felix / AFP]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실패를 불허하고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나사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스템을 찾고 개선하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개선을 반복하는 경험은 필수다. [Photo by Mark Felix / AFP]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도구를 언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총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회사의 시스템이다. 회사의 시스템은 문화와 비전을 모두 포함한다. 미국 나사의 경쟁력은 개별 우주발사체 기술과 이론만은 아니다. 개별 기술과 이론은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에 웬만한 국가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기술과 이론을 조직의 문화와 비전에 맞춰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나사의 역량은 금방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다. 이런 시스템을 찾고 개선하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는 경험은 필연적이다. 실패 없이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으나 현실 세계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실패를 절대 불허하고 용납하지 않는 문화에서도 과연 나사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잘못된 시스템으로 사업을 지속하면 아무리 좋은 인력과 기술을 확보했어도 멋진 집을 거의 다 완성하려던 찰나에 불이 나 다 다시 짓고 또 불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좋은 인력과 기술에 좋은 아이디어와 훌륭한 자본을 갖춰도 일이 될 듯 말 듯 반복하며 계속 실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동안 수행한 모든 프로세스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아주 세세하게 적어 보기 바란다. 제품 개발 과정, 제품 오류 개선 과정, 필요 기술 선정 과정, 영업 프레젠테이션 준비 과정, 고객 유지 과정, 비용 처리 과정 등 실패가 반복되는 부분의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개선의 효과는 고객 만족 증대, 제품 개발 일정 단축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성원의 근무 환경이 나아지고, 부정적 스트레스가 감소해 업무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시스템은 ‘어떻게’의 이슈가 크다. 시스템은 좋은 비전과 훌륭한 전략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의 이슈다. 잘못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프로세스를 세세하게 기록하고, 각 프로세스마다 결과물을 측정한 후 해당 결과물을 검토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일상에 반복되는 프로세스를 올바르게 수립하기 위해 각 프로세스를 스텝별로 기록하고 우선순위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결과물을 지속해서 측정해야 한다. 결과물을 지속해 측정하지 않고는 어떤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고 개선의 결과가 어떤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성공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창업가의 특징은 비전과 전략 수행에 방해가 되는 개인적 습관과 회사의 프로세스를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즉각 폐기한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잘못된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는 전략 실패로 규정할 수 있다. 국을 뜨겠다는 궁극의 비전과 국을 뜨려면 볼록한 부분을 아래로 놓고 잡아야 한다는 시스템을 잘 갖춰 놓고도 막상 국자가 아닌 티스푼을 선택하는 것이다. 잘못된 전략을 개선하기 위해 MVP(Minimum Viable Product·최소기능제품) 방법을 추천한다. 일단 빠르게 행동에 옮겨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최소한의 리소스를 투입해 결과물을 선보인 후 피드백을 받아 다시 신속하게 개선하는 방법이다. 특히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선례가 없는 경우 이 방법의 활용은 효과를 볼 것이다.

영원한 전략은 없다. 전략은 빠르게 수정되고 개선되어야한다. [사진 pxhere]

영원한 전략은 없다. 전략은 빠르게 수정되고 개선되어야한다. [사진 pxhere]

스타트업은 유사한 선례가 없는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더 좋은 전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실행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어차피 실행해 봐야만 유효성을 알 수 있다면 가능한 한 빠르게 실행해 보는 것이 낫다. 선택한 전략을 실제로 빨리 실행할수록, 전략 유효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빠른 실행에 집중하기로 했다면 이제는 최소한의 리소스를 투입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제빵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면, 전체 제빵 제조를 위해 필요한 장비와 공장 부지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 하지 말고, 일단 빵 한 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냄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창업가가 사업 자금을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전자와 같은 접근 방식을 선택하는 바람에 투자도 못 받고 심지어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초기 예상과 달리 안 좋은 결말을 맺는 경우를 흔하게 목격한다. 적은 비용으로 테스트에 실패한다는 것은 더 많은 전략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막대한 리소스가 투입될수록 여러 정서적·외형적 집착으로 인해 포기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결과물은 더욱 비참해지기 마련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는 없어. 그냥 다 죽자.”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조차 포기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이어진다. 빠르게 실행에 옮길 만큼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영원한 전략은 없다. 전략은 수정되고 개선되라고 있는 것이다. 전략의 실패가 사업의 실패로 이어지는 이유는 초기 한 번의 전략 실패가 영원한 사업 실패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첫사랑에 실패했다고 영원한 사랑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의 실패도 똑같다. 실패했다면 수정하고 개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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