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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실패는 강한 리더십 만든다, 왜 그럴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07)

신화는 말 그대로 사람을 신격화한 이야기다. 사람이 아니라 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신에게 실패란 없다. 그래서 신격화한 대상에게도 실패라는 단어가 금기시된다. 오죽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싫었기에 시련이라는 말로 대체할까. 실패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무엇인가. ‘OO의 신화’, ‘손 대는 것마다 대박 신화’ 등 성공적 업적을 수시로 신격화하기를 남발하는 사회는 과연 얼마나 실패에 관대할 수 있을까. 실패를 터부시하는 사회는 인간이 신이 되기를 바라는 사회인가, 아니면 성공한 사람을 신격화해 범접할 수 없는 계층으로 구분 짓고 이에 희열을 느끼는 사회인가.

성공의 신격화는 보통의 인간이 성공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기에 아주 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 고대로부터 인간의 신격화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그리스와 인도 등에서도 21세기 들어 신이 된 인간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성공의 신격화는 성공은 신의 영역이요 실패는 인간의 영역임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의미이니, 이런 인식 아래에서 성공과 실패는 절대 함께 갈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게 된다.

신이 아닌 인간 세계로 눈을 돌려 보자. 실패 없이 성공한 인간은 없다고 한다. 반복되는 실패 없이 성공한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금수저는 흙수저 누군가의 후손인 것을 생각하면 현재 시점에서 신격화한 금수저도 사실은 수많은 실패를 거친 흙수저 성공의 부수적 산물일 수 있을 것 같다. 실패를 종말형·완료형이라기 보다는 변화형·지속성장형으로 여기는 인식이 필요하다.

실패 없이 성공한 인간은 없다. 반복되는 실패 없이 성공한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진 pxhere]

실패 없이 성공한 인간은 없다. 반복되는 실패 없이 성공한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진 pxhere]

실패하기 위해 창업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는 누구도 없겠지만, 동시에 수많은 역경과 기쁨과 실패로 얼룩진 롤러코스터 같은 굴곡을 거치는 것이 창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순식간에 쟁취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만, 그럴 때마다 여행의 의미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모든 인생은 여행’이라는 표현이 있다. 여행의 과정을 무시하고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해 사진을 남기고 오는 여행이 간혹 있는데 우리는 이를 여행이라 여기지 않고 돈만 버린 일이라 치부한다. 목적지까지 가고 돌아오는 여행의 순간마다 잔잔한 미소와 기쁨, 고통과 실망으로 가득한 경험으로 채워질수록 여행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창업과 사업도 인생의 일부 과정임이 틀림없기에 여행의 의미를 잊지 않고 되새겨 보면 좋을 것이다. 사업의 목적을 강하게 갈망하며 포기하지 않고 우리 자신에 대한 수많은 것을 깊이 깨닫고 배우기도 하는 것이 창업이고 사업이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실패는 위로와 격려, 응원으로 가득 채워야 할 만큼 소중할 수밖에 없다.

여행이 주는 이득이 분명한 만큼 실패가 주는 이득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그 이득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실패를 경험한 그룹이 다른 비교 그룹에 비해 더 뛰어난 성과를 만든다는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의 연구결과를 창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의 목적을 갈망하며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기도 하고, 심지어 원했던 목적지가 진정 원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뉘우치며 돌이키기도 하는 것이 창업이다. [사진 pxhere]

사업의 목적을 갈망하며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기도 하고, 심지어 원했던 목적지가 진정 원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뉘우치며 돌이키기도 하는 것이 창업이다. [사진 pxhere]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벌인 실패와 실수를 생각보다 잘 망각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심지어 자신은 성공 확률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고 믿기도 한다. 많은 창업가가 실패의 찰나에는 “창업하기 전 기대했던 것보다 잘 안돼. 이렇게 실패와 좌절이 많을지 몰랐어”라고 고백하지만, 막상 실패를 딛고 성공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실패의 순간 고민하며 무능력에 쩔쩔매던 자신의 모습을 망각하고 ‘선택적 기억’ 속에 살아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와 관련해 성공한 창업가의 교만을 언급하기에 앞서 인간은 누구나 선택적 기억에 빠지기 때문에 실패를 잘 기억하지 못할 뿐 생각보다 많은 실패를 벌이면서도 잘 살아가고 있으니 실패했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선택적 기억에 빠져 실패를 망각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 실패를 자세히 분석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야 성장할 수 있다. 실패를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잊거나 잘못 기억하면 안 된다. 실패를 망각하는 선택적 기억을 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자기성찰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 성공에만 주목하며 이를 찬양하는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실패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패가 주는 또 하나의 큰 이득은 리더십이다. 주변 동료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끌어내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리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을 일관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본인의 실패 경험담이 강력한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패 경험의 공유야말로 개인의 성격과 각종 역량을 보여주기에 적절하고, 실패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높은 자존감과 항상 부족하기에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겸허함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 이와 같은 상태는 주변 사람의 마음과 공감을 얻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리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창업가 정신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풍성하게 담은 사업의 창업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패를 단죄하고 영원히 구분해 가둬놓을 대상으로 여기는 한 성공의 어머니를 여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성공이라는 자식이 탄생할 수도 없게 된다. 이는 꿈 꿀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경제·사회적으로는 새로운 기회와 일자리의 창출을 멈추게 할 것이다. 창업가 본인이 실패를 관대히 용납하는 것처럼 회사 내 구성원의 실패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전체에 참으로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본인은 물론 타인의 실패를 얼마나 용서하고 포용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함께 풀어나가려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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