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천문학-탈서울 추구 독자문학 가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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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쓸쓸하고 호젓하던 포구 제물포가 세계의 바다를 받아들이는 한반도의 관문으로 열린 것은 1883년. 1백여년만에 이제 인천은 1백80여만명을 품은 수도권 제2의 도시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서울과 불과 1시간 남짓의 거리로 해 나름의 문화를 뿌리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빗물만 남은 인천//칼들은 칼들이라고 번쩍거리며/들녘에선 바람이 우는데//허수아비가 사라진 들녘/뿌리가 없어진 풀들이 운다. /누렇게 흔들리는//풀들이 운다. 인천의 들녘//섬이 사라져 들녘이 되고/들녘이 쓰러져 빌딩들이/들어선 사이로/빗물에 어려 떠있는 인천//뿌리에 고인 시간들이/역사를 내뱉고 허물어져가도//풀들은 누렇게 떠 죽어가도/공장의 시커먼 연기 번쩍이며/늘어선 바닷가.』(박일의 『오, 인천』중)
빗물같이 떨어져 모든 곳에 스며들면서도 흘러가야만 하는 인천. 인천은 개항이후 팔도사람들이 흘러 모여 흘러 떠나곤 했던 부평초같이 뜬 도시다.
해방 전 인천에서는 우리소설의 사실주의 장을 가꾸었던 소설가 현덕, 일제암흑기 민족의 정서를 무대에 올렸던 희곡작가 함세덕, 김동리씨와 함께 격렬하게 순수 대 참여문학 논쟁을 벌였던 시인이자 평론가 김동석이 나고 활동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월북, 인천문단에서조차도 현 모·함 모·김 모 등으로 잊혀져있다.
해방직후 인천문단은 김차영씨가 「시탑동인」이라는 문학동인을 만들고 동인지 『시탑』을 펴낸 데서 비롯된다. 등사판으로 프린트 한 것에 지나지 않은 『시탑』이었으나 인천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묶였다는데서 해방정국의 지역문학 지망생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시탑동인」으로 맹아를 본 인천문단은 1947년 김차영·한상억·최태호씨 등이 중심이 돼 「시와 산문 동인회」를 결성, 동인지 『시와 산문』을 펴내면서부터 본격적인 지역동인시대를 맞게된다.
「시와 산문 동인회」에 이어 49년 최병구·이종범씨 등이 「초원동인회」를 발족, 동인활동을 펴다가 50년6월11일 인천문인들은 문총 인천지부를 결성하기에 이르렀으나 6·25로 뿔뿔이 헤치게된다.
한편 고향은 안성이지만 인천중학에 재직하며 조병화씨가 48년에 펴낸 『버리고 싶은 유산』은 이 지역 최초의 시집으로 기록된다.
6·25발발, 9·15 인천수복, 1·4후퇴 등의 전란 속에서도 김영달·조한길·홍명희씨 등 이 지역의 젊은 문인들은 「소택지대 동인회」를 결성, 동인지 『소택지대』를 펴냈으나 1집 발행에 그치고 말았다.
휴전 후 1953년7월 이정태·손재준·장승만·이관재씨 등이 「사파문학 동인회」를 결성, 동인지 『사파』서 펴냈다. 이들은 국판 30여페이지에 달하는 『사파』서 8집까지 간행하며 전쟁으로 불모가 된 인천문단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한편 동년10월 최병구·박송·이관재·이홍우·손설향씨 등의 문인과 화가 김찬희씨가 「육록동인회」를 결성, 연3회의 시화전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조수일·최정삼·김창황·김창흡·심창화씨 등이 소설동인지 『해협』을 3집까지 발간, 이 지역 최초의 소설동인으로 기록된다. 3집으로 끝난 『해협』의 뒤를 이어 소설동인지『창작』이 김창흡씨 주도로 선을 보였으나 2집으로 마감되고 말았다.
60년대 들어서는 1961년9월 허욱·이석인·김규환·김종현·천기철씨 등 젊은 문학도들은 「타원문학 동인회」를 결성, 활동하다 「사라호문학 동인회」로 개칭, 문학강연 및 시화전을 개최했다.
「사라호문학 동인회」에 이어 이석인·강난주·한효순·김학균씨 등의 「삼우문학 동인회」, 「산꽃 동인회」·「문혼 동인회」등이 탄생, 명멸하며 60년대 인천문단을 이끌다 이들은 60년대 말 「인천 시문학 동인회」로 결집, 면모를 일신했고 다시 73년 동인지 『해안』을 출간하면서 경기도를 망라한 「경기 시문학 동인회」로 규모를 넓혔다가 1980년 현재의 「내항문학회」로 흘러들었다.
한편 황무지에 다름없던 수필문학은 1983년6월 조용란·한상렬씨 등에 의해 「제물포 수필문학회」가 조직되면서 활성화됐다. 현재 회장 한상렬씨를 비롯, 회원 25명으로 불어난 「제물포 수필문학회」는 동인지 『제물포 수필』을 15집까지 펴냈으며 월례합평회·수필낭송의 밤·회지 「표주박」등을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있다.
순수 아마추어 여류시인들로 84년 구성된 「시 작업 문학동인회」는 현재 회장 조영숙씨를 비롯, 11명의 젊은 여성들이 시 낭송회·시화전 개최와 회보·동인지 등을 펴내며 활동하고 있다.
문학인 저변확대와 창작활동의 활성화로 향토문학의 진흥을 꾀한다며 85년 결성된 「인천문우회」는 여러 장르를 망라해 회장 이광훈씨를 비롯, 13명의 회원이 낭송회·유적지탐방 등의 활동을 펴고있다.
인천거주 주부들이 모여 동화구연과 유아놀이지도를 하다 88년 수필문학모임으로 발전된 「글타래 문우회」는 회장 윤명숙씨를 비롯, 19명의 주부들이 활동하고있다.
한편 66년 인천문단의 결집체로 출범한 인천문인협회에는 현재 회장 이석인씨를 비롯, 전 장르를 망라한 회원 80여명이 소속돼있다. 자체적으로 신인을 양성, 향토문학을 다진다는 의도에서 인천문협은 89년부터 「인천문학상」을 제정, 시·소설·평론·아동문학·희곡 등 전 분야에서 신인을 배출해내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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