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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아재 천사를 보셨나요?…韓·日배우 집밥·맥주로 통한 가족영화

중앙일보

입력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각자 상처를 지닌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히 만나 예기치 않은 여정을 함께하게 되는 로드무비다. '행복한 사전'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이시이 유야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고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등 일본과 한국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각자 상처를 지닌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히 만나 예기치 않은 여정을 함께하게 되는 로드무비다. '행복한 사전'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이시이 유야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고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등 일본과 한국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사진 디오시네마]

“개인 대 개인이랄까. 한국인‧일본인의 차원을 넘어서 각자가 어떻게든 이어져가는 과정이랄까. 느슨한 형태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 영화를 통해서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28일 개봉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주연 배우 이케마츠 소스케‧오다기리 죠 #日감독 연출, 韓배우들과 서울‧강릉 촬영 #“차이 초월해 손 잡아가는 모습 그렸죠”

오는 28일 개봉하는 한‧일 합작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서 주연을 맡은 일본 배우 이케마츠 소스케(31)의 말이다. 일본에 있는 그와 공동 주연 오다기리죠(45)를 개봉 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영화는 일본 독립영화계 중견 이시이 유야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고 한국의 박정범 감독(‘무산일기’ ‘산다’)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지난해 2~3월 한국에서 촬영했다. 일본영화를 주로 수입‧배급해온 영화사 디오시네마가 투자‧제작했다.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로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국제 라이징스타상을 받은 주연 배우 이케마츠 소스케. 2년 전 전작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한국 개봉 당시 이시이 유야 감독과 함께 한국을 찾기도 했다.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로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국제 라이징스타상을 받은 주연 배우 이케마츠 소스케. 2년 전 전작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한국 개봉 당시 이시이 유야 감독과 함께 한국을 찾기도 했다. [사진 디오시네마]

돈을 벌러 서울에 왔다가 전재산을 사기당한 일본인 형제 토오루(오다기리 죠)와 츠요시(이케마츠 소스케)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삼남매와 강릉까지 동행하며 서로 아픔을 공감하는 여정을 그렸다. 한국 배우 최희서‧김민재‧김예은이 삼남매 역으로 출연, 각각 생계를 책임지는 둘째이자 아이돌 출신 무명가수 솔, 무직인 장남 정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막내 봄을 맡았다.

비몽·마이웨이 출연 오다기리 죠 "한국에 애착"

지난 5월 이시이 감독은 이 영화가 초청된 전주국제영화제(시네마천국 부문)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정범 감독과 2015년에 만났고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이런 ‘만남의 기적’을 영화로 하고 싶다. 꼭 이 마음을 담아서 한국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7년이 지나 실현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10년 전 학창시절 이창동 감독 작품에 푹 빠져 한국영화를 좋아해왔다”는 이케마츠는 “이후 한국을 여러 차례 찾으면서 영화 만들 기회가 생기면 좋겠구나, 하던 차에 이시이 유야 감독의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오다기리는 김기덕 감독의 ‘비몽’(2008),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2011) 주연,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2013) 특별출연 등 여러 한국영화에 출연한 대표적 ‘친한파’. “한국을 좋아하고 예전부터 상당히 인연을 많이 느끼는 나라”라는 그는 “영화 촬영차 한 달 반가량 한국에서 지낸 것이 선물 같았다”고 했다.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주연 배우 오다기리 죠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의 상대역으로 호흡 맞추고, 김기덕 감독과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비몽’ 두 편을 함께하며 한국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주연 배우 오다기리 죠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의 상대역으로 호흡 맞추고, 김기덕 감독과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비몽’ 두 편을 함께하며 한국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사진 디오시네마]

한일관계가 악화한 탓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오다기리=“정치적 문제에 대해 이번 작품에선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 일에서는 나라‧인종‧문화가 다르더라도 창작하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 국가 간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저희에겐 상관없는 게 아닌가. 설령 (일본과) 사이가 안 좋은 국가에서 제안이 왔을 때도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한다.”
일본 촬영현장과 달랐던 점은.
이케마츠=“한국 전체를 본 것이 아니어서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촬영하며 갔던 장소가 가이드북에 실릴 만한 관광지가 아닌 한적한 시골, 아무것도 없는 길, 사람 냄새 나는 장소가 많았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인싸’가 될 것 같은 화려한 장소가 주목받지만, 우리가 이번에 간 곳은 대부분 한국인이 지은 집밥, 모락모락 나는 김, 소박한 맛의 두부가 있는 겉은 번지르르하지 않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장소였고 사람들의 생활상을 접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맥주 물처럼 마셔…제목 '맥주와 키스' 될 뻔

이케마츠 소스케는 한국배우들과 돈독했던 촬영 당시를 즐겁게 돌이켰다. 특히 “김민재씨(맨 오른쪽)는 최고의 형이었다”면서 “술을 진짜 잘 드시는데 아무리 촬영이 늦게 끝나도 마시러 가자고 했다. 사람됨이 좋았다. 순수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했다. [사진 디오시네마]

이케마츠 소스케는 한국배우들과 돈독했던 촬영 당시를 즐겁게 돌이켰다. 특히 “김민재씨(맨 오른쪽)는 최고의 형이었다”면서 “술을 진짜 잘 드시는데 아무리 촬영이 늦게 끝나도 마시러 가자고 했다. 사람됨이 좋았다. 순수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했다.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에서 생판 남남이던 주인공들은 함께 먹고 마시며 가족처럼 섞여간다. 한국 캔맥주는 거의 매 장면 나온다. 이시이 감독과 일본 배우들이 한국판 제목을 ‘맥주와 키스’로 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다. 실제 촬영 현장도 영화 속 같았다. 일본어가 유창한 최희서가 현장 통역에 가세했다.
오다기리는 “희서씨는 정말 정이 많고 인품이 훌륭해서 사토 료 배우(극 중 츠요시의 아들 마나부 역의 아역)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면서 “그 아이가 어떻게 하면 결혼할 수 있는지 저와 이케마츠에게 고민을 털어놔서 열심히 이야기를 받아주느라 고생했다”고 돌이켰다. 두 사람이 꼽은 최고의 한식은 ‘닭 한 마리’. “고민에 고민을 더하면 결국 김밥 아닌가도 싶고 김치일 수도 있고요. 딱 하나 고르기 어렵네요.”(오다기리)

이케마츠 소스케 "인생의 ‘미아’ 살려내는 작품"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서 바다는 각자 다르고도 닮은 상처를 지닌 한국과 일본 가족들을 이어주는 공간으로도 등장한다.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서 바다는 각자 다르고도 닮은 상처를 지닌 한국과 일본 가족들을 이어주는 공간으로도 등장한다. [사진 디오시네마]

이번 작품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제치고 제37회 일본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감독상 등을 휩쓴 ‘행복한 사전’(2013), 이케마츠가 한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는 일용직 노동자를 연기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된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9) 등 이시이 감독의 전작 영화들을 잇는 주제도 살아있다.

‘이별까지 7일’ ‘마치다군의 세계’ 등 그와 여러 편을 함께한 이케마츠는 “상처‧아픔을 안고 인생의 갈피를 못 잡는, 저는 ‘미아’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사람을 살려내는 게 작품의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시이 감독의 영화는 매번 무언가에 저항하고 도움을 주는 시도 같다”는 오다기리는 “저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조금은 파탄돼있는 인간상이랄까”라면서 “그의 의뢰는 웬만해선 사양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이 영화의 일본어 원제는 ‘アジアの天使’로 아시아의 천사란 뜻이다. 등장인물들을 결정적으로 이어주는 존재가 동양인 아저씨 모습의 환상 속 천사 캐릭터여서다. 이케마츠는 “기독교인이 아주 적은 일본에서도 천사라고 하면 서양 것, 백인 아기 모티브가 당연시돼왔지만 백인도 흑인도 아닌 아시아 아저씨도 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한국판 제목이 좋다”고 했다. “나는 나의 천사를 만나게 됐고 기적을 믿게 됐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간다. 사람들과 손을 느슨하게 잡고. 이런 것을 그리기 위한 존재 아닌가 합니다.”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주연 배우 이케마츠 소스케와 오다기리 죠.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주연 배우 이케마츠 소스케와 오다기리 죠. [사진 디오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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