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진출에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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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중국 베이징기차(BAIHC)와 합작법인 설립 및 자동차 생산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베이징기차와 이미 독점계약을 맺은 현대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임러가 중국 합작 생산체제를 강행키로 한 것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30일 베이징기차와 중국 현지에 합작회사를 설립, 2005년부터 단계적으로 연간 2만5천대의 자동차를 생산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토니 멜피(Tony Melfi) 전략사업 언론담당 최고 책임자는 슈투트가르트 본사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에게 "중국 베이징기차와 9월 체결한 양해각서(MOU) 대로 합작생산 계획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2개 차종(C, E클래스)이고, 다임러 측의 투자액은 11억유로(약 1조6천억원)에 이른다. 기존 합작사인 베이징 지프 코퍼레이션의 공장을 확장해 생산체제를 갖춘다. 중국에 벤츠 차종을 팔기 위한 전략이다.

멜피 최고책임자는 "앞으로 아시아 최대 시장이 될 중국에서 베이징기차와 합작사업은 회사의 장기 전략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현대차와 마찰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다른 문제들과도 연관돼 있어 아직 최종 결론을 못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국내외 파트너인 다임러나 베이징기차와의 협력사업에서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베이징기차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2010년까지 중국에서 55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베이징기차와 독점 합작계약을 맺어 중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었다.

현대차는 국내에선 다임러와 합작법인을 설립, 2004년 전주공장에서 연간 10만대 규모로 상용차 엔진을 생산키로 했으나 노조와의 협상 지연과 베이징기차와 다임러 간의 합작문제가 불거지면서 무기 연기됐다.

또 현대차는 2000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사 지분 10.5%를 인수했던 다임러가 지분 5%를 추가로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설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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