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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물의 나라’…남프랑스 여행 거점 액상프로방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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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연경의 유럽 자동차여행(15)


물의 나라 액상프로방스 (1)

물의 나라 엑상프로방스 로똥드 분수. [사진 pixabay]

물의 나라 엑상프로방스 로똥드 분수. [사진 pixabay]

아를에서 방향을 돌려 이제 엑상프로방스를 향해 간다. 엑스(Aix)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데, ‘아쿠아’에서 유래했다. 물이라는 의미다. 이 지역은 원래 물이 귀한 지역인데 여러 샘이 있었고 19세기 후반 베르동 운하와 졸라 댐으로 인해 물이 풍족하게 되었다. 인근에 섹스티우스 온천도 있다. 생 빅투아르산의 바위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온천수라 한다.

위치상으로도 아비뇽에서 90km, 님에서 100km, 마르세유에서 30km라서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의 거점으로 손색이 없다. 엑상프로방스에서 2박을 한다면 하루는 엑상프로방스 시내와 세잔의 흔적을 따라가 보고, 하루는 마르세유와 카시스에서 칼랑크 투어를 해 본다. 만약 하루를 더 쓸 수 있다면 뤼베롱 남쪽 지역 프랑스 예쁜 마을로 꼽히는 앙수이 마을, 루르마랭, 쿠쿠론을 가보면 좋겠다. 엑상프로방스는 상당히 큰 규모의 도시라 차로 이동하면서 볼 수도 있지만 걷기를 좋아하면 차는 호텔에 모셔두고 시내 중심부는 도보로, 좀 거리가 있는 곳만 자동차로 가 본다.

【주차장】
①Parking Rotonde
주소 2 Rue Lapierre, 13100 Aix-en-Provence / 좌표 43.525595, 5.443732

②Parking Pasteur
주소 1 Rue du Chapitre, 13100 Aix-en-Provence / 좌표 43.533739, 5.446205

만약 걷는 게 불편하면 위에 소개한 로통드 주변을 먼저 보고 차로 이동해서 ②번 주차장에 주차하고 성 소뵈르 대성당과 세잔 스튜디오를 보도록 한다.

엑상 프로방스 도보 코스.

엑상 프로방스 도보 코스.

미라보 거리(Cours Mirabeau)

엑상프로방스 미라보거리. [사진 pixabay]

엑상프로방스 미라보거리. [사진 pixabay]

남프랑스 여행에서 엑상프로방스를 그냥 지나치거나 소홀하게 대접하기 쉬운데 세잔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꼭 가봐야 한다. 위①번에 주차하고(숙박한다면 차는 호텔에 모셔 두고) 바로 옆 관광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얻고 로통드 분수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크고 작은 분수가 1000여 개나 된다는 엑상프로방스에서 로똥드 분수는 물의 도시 엑상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명소고, 분수 앞으로 쭉 뻗은 길이 미라보 광장이다. 차가 다니지 않고 가로수가 멋있으며 예쁜 분수에 카페가 즐비하고 폴 세잔과 에밀 졸라가 즐겨 찾았다는 카페 레 되 가르송도 있었던 거리다. 카페는 2019년 12월 화재로 문 닫았다.

미라보 거리의 이끼 분수와 르네 왕 분수. [사진 엑상프로방스관광안내소]

미라보 거리의 이끼 분수와 르네 왕 분수. [사진 엑상프로방스관광안내소]

이끼 분수와 르네 왕 분수

이끼 분수는 온천수를 뿜는 분수로 이런 분수가 엑스에 여러 개 있다. 겨울에도 이끼를 볼 수 있다. 15세기 왕 르네는 예술 애호가로 그의 지원으로 엑스에 시인 화가 조각가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르네 왕 분수를 지나 우회전을 두 번 해 그라네 미술관을 찾아간다.

그라네 미술관

프랑수아 마리우스 그라네가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면서 박물관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1838년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고 폴 세잔이 엑상프로방스에서 그렸던 작품(목욕하는 사람들, 정물화, 생 빅트와르 산 )을 볼 수 있다. 20세기에는 플랑크 재단의 후원을 통해 모네, 그리고 피카소와 장 뒤 뷔페 등의 작품까지 소장하게 되고, 드가·르느아르·고갱·고흐·피에르 보나르·파울 클레·자코메티 등 20세기에 유명한 화가의 작품과 조각들이 많다. 지역 뮤지엄이지만 컬렉션이 상당해 프랑스의 문화 저력에 대해 생각게 되는 뮤지엄이다.

세잔의 방이 따로 있다. [사진 그라네미술관]

세잔의 방이 따로 있다. [사진 그라네미술관]

호텔 꼬몽

호텔 꼬몽. [사진 홈페이지]

호텔 꼬몽. [사진 홈페이지]

이름에 호텔이 붙었지만 18세기 저택을 아트센터로 만들어 전시회도 열리고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장소도 아름답지만 디저트도 훌륭하지만 입장료가 있다는 함정이 있다. 이제 방향을 북쪽으로 돌려 알베르타 광장 거쳐 소뵈르 성당으로 가 보자. 미라보 거리에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성 소뵈르 대성당

고딕양식의 외관. [사진 홈페이지]

고딕양식의 외관. [사진 홈페이지]

엑상프로방스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나를 입증해 주는 성 소뵈르 대성당이다.
성 소뵈르 대성당이 들어선 자리는 고대에는 아폴로 신전이 있었고 로마 시대에는 공회당으로 사용됐고 기독교 공인 후에 오늘날 모습의 실마리가 시작되었다. 5~18세기 걸쳐 세워져 유럽 건축의 역사가 다 녹아있는,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

입구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문과 예배당, 고대 그리스 로마 양식의 벽, 고딕 양식의 중심 건물과 조각상, 1323년부터 1425년에 걸쳐 만든 바로크 양식의 종탑을 챙겨 본다. 녹색과 금박을 아름답게 입힌 파이프 오르간은 덤이다.

구약의 예언자(에스겔, 다니엘, 예레미야, 이사야)를 조각한 아름다운 소뵈르 대성당 문. [사진 홈페이지]

구약의 예언자(에스겔, 다니엘, 예레미야, 이사야)를 조각한 아름다운 소뵈르 대성당 문. [사진 홈페이지]

성 소뵈르 대성당 입구 조각은 1505년 툴룽의 조각가 장 귀라망이 완성했는데, 구약의 4선지자, 신약의12사도가 조각되어 있다. 유구한 역사인 만큼 챙겨 봐야 할 것도 많은 성 소뵈르 성당에서 5세기에 지어진 세례당의 모습과 12세기 양식의 수도원 회랑, 니콜라 프로망이 그린 ‘타오르는 수풀의 3부작’을 챙겨보도록 한다. 이 그림은 보존 때문에 늘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는다. 방문 시기에 그림을 볼 수 있다면 그 또한 행운이겠다. 오래된 세례당과 8개의 기둥은 대성당 들어가서 오른쪽에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참으로 고아한 모습이다.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묻힌 세례 당을 발굴해서 1996년에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복원된 세례당, 18세기 말의 세례 모습. [사진 홈페이지]

복원된 세례당, 18세기 말의 세례 모습. [사진 홈페이지]

성 소뵈르 성당 수도원 회랑. [사진 홈페이지]

성 소뵈르 성당 수도원 회랑. [사진 홈페이지]

12세기 양식의 수도원 회랑은 또 어떤가! 가이드 투어로만 볼 수 있는 회랑 기둥을 잘 보자. 서쪽 기둥에는 구약의 내용이, 북쪽 기둥에는 신약의 내용이 조각되어 있다.

니콜라 프로망이 그린 '타오르는 수풀의 3부작. [사진 홈페이지]

니콜라 프로망이 그린 '타오르는 수풀의 3부작. [사진 홈페이지]

엑상프로방스 성 소뵈르 성당에서 챙겨 봐야 할 것은 르네 왕의 궁정화가 니콜라 프로망이 그린 ‘타오르는 수풀 3부작’이 아닐까 한다. 이 그림은 이제 보존을 위해 1년에 6개월 동안만 개방된다. 대림 첫 주일(11월 말에서 12월 초)부터 주현절 (1월 6일)까지, 부활절에서 성탄절까지, 6월 21일부터 9월 셋째 주말까지가 관람 기간이다.

가운데 패널은 구약의 출애굽을 묘사했는데 성모 마리아와 아기가 덤불 속에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그 아래 양치는 모세가 있다. 모세는 ‘네가 밟는 땅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으라’는 말씀대로 맨발이다. 천사는 모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는 손짓을 취하고 있다. 아기 예수는 거울을 들고 있는데 원죄에 대한 비유이며 거울 안에는 원조 없이 잉태된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그려져 있다. 배경으로 보이는 도성은 아비뇽을, 마을은 르네 왕의 영지인 앙주의 성을 모델로 한 것으로 짐작한다. 양옆으로는 이 그림의 후원자 왕 르네와 두 번째 부인 잔 드 라발과 수호성인들이 그려져 있다. 프랑스 초기 르네상스 시대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20세기 들어 진가가 알려졌다.

르네 왕은 앙주공 루이 2세의 아들로 앙주공 프로방스 백작이 되었지만 정치적으로는 불운해 부르고뉴 공에게 잡혀 디종에 감금되기도 하고 시칠리아 왕권도 잃게 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던 사람이었다. 르네 왕의 시기에 엑상프로방스는 이탈리아, 프랑스 및 플랑드르 예술, 회화, 조각, 건축이 만개한 예술의 중심지였는데, 소뵈르 성당에서도 그 자취를 볼 수 있다.

이제 세잔의 장례식이 치러 진 소뵈르 성당을 떠나 아틀리에까지 걸어가 본다. 세잔도 매일 이 길을 오갔음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근대와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세잔의 엑상프로방스에 취해 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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