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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뜨면 지구 한바퀴, 54시간 비행…화물기 조종도 2명뿐?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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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을 싣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화물기. [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을 싣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화물기. [연합뉴스]

 여러 산업 분야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항공운송업일 겁니다. 특히 여객 운송은 90% 가까이 줄어들었을 정도인데요.

 이 때문에 국내외 항공사들이 2년 가까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항공 화물 운송이코로나 19의 충격을 견뎌내는 그야말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운송으로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 항공사가 올해 흑자를 기록할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반도체, 스마트폰 등 기존 항공화물에다 코로나 19 백신 수송 물량까지 더해진 덕분이라고 합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화물 호조  

 화물기 운항은 여객기와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무엇보다 한번 출발하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되돌아오는데요. 여객기의 경우 비행시간은 13~14시간이 최장 수준입니다. 인천~뉴욕, 인천~애틀랜타 노선이 대표적인데요.

 대부분 목적지 공항에 도착해서는 승객을 싣고 출발지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여정입니다. 물론 중간에 다른 공항에 들러 승객을 더 태우기도 합니다.

 화물기에 수출 화물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기에 수출 화물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화물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하면 여러 공항을 번갈아 들러가며 화물을 운송합니다. 국내 항공사가 운영하는 화물 노선 중에선 대한항공의 '인천-앵커리지(미국)-마이애미(미국)-상파울루(브라질)-산티아고(칠레)-리마(페루)-로스앤젤레스(미국)-인천' 노선이 비행시간이 가장 긴데요.

  최장 화물 노선, 비행시간만 54시간  

 기다랗게 이어진 아메리카 대륙을 거의 종주하는 수준입니다. 편명도 구간에 따라 KE251, KE273, KE274로 세 번 바뀔 정도인데요. 순수하게 하늘에 떠 있는 시간만도 54시간 30분에 달합니다.

 기착지에서 잠시 머무는 시간(그라운드 타임)까지 합하면 운항시간이 무려 64시간을 넘습니다. 인천을 떠나서 돌아올 때까지 꼬박 2박 3일이 걸리는 셈입니다.

 화물기에 반도체와 전자 제품들을 싣고있다. [중앙일보]

화물기에 반도체와 전자 제품들을 싣고있다. [중앙일보]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 3회 운항하는 노선이지만 비행시간을 따져보면 일주일 내내 하늘에 해당 비행편이 떠 있는 거로 보면 된다"고 말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구 한 바퀴 노선 

 대한항공의 KE277, 278편도 비행시간이 상당한데요. '인천-앵커리지-댈러스(미국)-과달라하라(멕시코)-밴쿠버(캐나다)-인천' 구간으로 비행시간만 33시간여에 달합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상적인 화물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한번 뜨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노선입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앵커리지, 뉴욕(미국), 브뤼셀(벨기에)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미주와 유럽을 다 거쳐오는 것으로 순수 비행시간은 32시간가량입니다.

화물기 조종석 내부. [중앙일보]

화물기 조종석 내부. [중앙일보]

 이렇게 장거리를 오랜 시간 비행하기 때문에 운항승무원(기장, 부기장)도 많이 필요합니다. 통상 비행시간 8시간 이내이면 3명이, 8시간을 넘으면 4명이 타게 되는데요.

 4명의 경우 2개 조로 나눠 이·착륙과 순항 업무를 각각 담당한다고 합니다. 또 각 기착지에선 앞선 비행편으로 도착해서 휴식을 취한 운항승무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교대를 합니다.

 8시간 넘으면 조종사 4명 교대 비행  

 현지에 체류한 운항승무원들은 최초 타고 왔던 화물기로 돌아가기도 하고, 다른 스케줄의 항공기를 타고 다른 기착지까지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화물기에는 객실승무원이 없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직접 기내식을 챙겨서 식사하는데요. 기착지마다 계약한 업체에서 기내식을 실어두면 때에 맞춰 교대로 식사를 합니다. 이때 식중독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기장과 부기장은 각각 다른 메뉴를 먹습니다.

화물기에 말을 싣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말을 싣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이들 화물기가 실어나르는 품목도 그야말로 다양한데요.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첨단 부품은 물론 말이나 돼지 등 생물도 운송합니다. 2017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발생한 계란 파동 때에도 화물기의 달걀 수송 작전이 빛났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화물기의 활약으로 어려움을 버텨내고 있지만, 앞으로코로나 19 상황이 좀 더 호전돼 여객 운송까지 활발해지길 기대해봅니다. 그래야 양 항공사뿐 아니라 화물 호황 덕을 보지 못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어깨도 활짝 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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