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왜 백화점에서 사?"...김혜수·조인성 내세운 1조 전쟁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06:01

업데이트 2021.10.22 14:09

발란·트렌비·머스트잇·캐치패션까지. 최근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김혜수·조인성 등 톱스타를 기용해 TV 광고까지 내 보내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1조 원 넘은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주요 플랫폼으로 굳히기 경쟁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명품 소비가 늘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확산하면서 이들에게 기회가 됐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톱스타를 대거 기용한 광고가 눈에 띈다. 사진 발란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톱스타를 대거 기용한 광고가 눈에 띈다. 사진 발란

명품을 왜 백화점에서 사?  

그동안 명품 시장은 백화점이 주도해왔다. 고가인 만큼 직접 물건을 눈으로 확인하고 VIP고객으로 대우받으며 구매하고 싶다는 심리 때문이다. 주요 소비층이 4050 중장년층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명품도 ‘최저가’를 검색해 구매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과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모바일 앱 기반의 명품 플랫폼들이 폭발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이유다.

주요 온라인 명품 플랫폼 거래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온라인 명품 플랫폼 거래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11년 명품 플랫폼 시장에 비교적 빠르게 진입한 ‘머스트잇’은 지난해 거래액 2500억 원을 돌파했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이 512억 원을, 2017년 설립된 트렌비는 1080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후발주자로 진입한 캐치패션은 지난해 560억 원의 거래액을 달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 원이다.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들의 사업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해외 명품 부티크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병행 수입 업체를 입점시킨 오픈 마켓이거나 이들을 가격 비교 형태로 연동해주는 방식을 택하거나, 해외 구매 대행을 기업형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해외 직구 사이트를 직접 연동해주는 방식도 있다.

주요 수익원은 약 10% 정도의 중계 수수료다. 정식 수입이 아닌 병행 수입 혹은 직구 가격에 가깝다 보니 백화점 정식 매장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엔 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한 곳에서 쇼핑한다는 사용자 편의성을 더 강조하는 추세다.

합리적 가격으로 승부를 보던 초반과 달리, 최근엔 줄 설 필요 없이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진 트렌비

합리적 가격으로 승부를 보던 초반과 달리, 최근엔 줄 설 필요 없이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진 트렌비

명품 좋아하는 ‘MZ’ 업고 ‘VC’ 투자받고

명품 특화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과 성장성에 따른 투자 유치도 활발한 편이다. 사진 캐치패션

명품 특화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과 성장성에 따른 투자 유치도 활발한 편이다. 사진 캐치패션

업계에선 온라인 ‘명품 특화’ 플랫폼으로 이들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최근엔 종합 몰보다 특화 상품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해 특정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버티컬’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패션 업계에서의 ‘무신사’가 그 예다.

아직 스타트업 수준이지만 대형 벤처캐피탈(VC)의 투자도 줄을 잇고있다. 누적 투자액은 트렌비가 400억 원, 캐치패션이 380억 원, 머스트잇 280억 원, 발란이 100억 원 대다.
구매 대행에 따른 정·가품 논란 등 부정적 이슈를 털고 플랫폼 신뢰도를 높여간다면 온라인 명품 업계에서 제2의 무신사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주요 온라인 명품 플랫폼 누적 투자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온라인 명품 플랫폼 누적 투자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톱스타 기용 출혈 경쟁? 살아남는 곳 어딜까

플랫폼의 성패는 회원 수 확보를 통한 시장 선점에 달려있다. 한 번 이용해본 소비자들이 편리함을 느끼면 익숙한 서비스에 계속 머무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최근 김혜수(발란), 김희애(트렌비), 조인성(캐치패션), 주지훈(머스트잇) 등 수억 몸값의 톱스타들을 대거 기용해 TV 광고에까지 나선 이유다.

업계에선 오프라인 명품 쇼핑을 선호했던 3040도 온라인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 머스트잇

업계에선 오프라인 명품 쇼핑을 선호했던 3040도 온라인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 머스트잇

이들이 내세우는 메시지도 한층 공격적으로 변했다. 초반엔 서비스에 대해 알리는 형태의 광고가 많았다면 지금은 오프라인 명품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백화점을 경쟁상대로 차별점을 내세우는 광고가 많다.
고가의 물건을 사면서도 백화점 앞에 줄을 서고, 늘 재고가 부족해 매장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등 기존 백화점 명품 쇼핑의 불편한 점을 직구 서비스(산지직송) 등으로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업계에선 3040 오프라인 명품족도 점차 온라인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효민 캐치패션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가품 우려가 없는 인기 상품을 충분히 확보하며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면 시장이 커지고 고객층이 확장되는 등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초고가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준명품 혹은 신명품 등 가격 저항력이 낮은 브랜드 패션 상품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기회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패션 잡화 뿐 아니라 리빙이나 키즈 등의 카테고리 확장도 가능하다.

다만 소비자 신뢰도가 생명인 명품 시장에서 병행수입과 구매대행 등 ‘가짜’ 논란 이슈가 끊이지 않는 상황은 위협 요인이다. 트렌드 전문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명품 업계도 블록체인 등 기술을 활용한 정품 인증에 공을 들이는 추세”라며 “결국 좋은 진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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