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가방 샀더니 명세서엔…온라인 명품 '파정 싸움'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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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OO 사이트 판매 물건, 파정일까요?”  

최근 자신이 구매한 물건과 함께 ‘파정’을 확인하는 게시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 파정은 ‘파워 정품’의 줄임말로,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100% 정품인지 아닌지를 묻는 글이다. 백화점이나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 등 오프라인 브랜드 매장에서만 명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상에서의 명품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정품 여부에 대한 불안감도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명품 시장이 확대하면서 자연스레 정품 여부에 대한 불안감도 상승하고 있다. 사진 unsplash

온라인 명품 시장이 확대하면서 자연스레 정품 여부에 대한 불안감도 상승하고 있다. 사진 unsplash

1조 훌쩍 넘은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명품은 브랜드 매장에서만 산다? 요즘엔 꼭 그렇지도 않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5년 8.6%에서 2020년에는 10.6%로 지난해 처음으로 10% 이상 늘었다. 명품 10개 중 1개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셈이다.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일단 오프라인 외에는 판매처를 두지 않던 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열어 판매를 시작했다. 공식 판권을 가진 백화점이나 패션 대기업 편집숍도 온라인몰을 열어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트렌비·머스트잇·발란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도 늘어났다. 과거 소규모로 난립하던 구매대행을 대형화·기업화시켜 현지 제품을 저렴하게 국내에 소개하거나, 병행 수입 업체들이 오픈 마켓 형태로 입점해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 사이트들이다. 명품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와 해외 편집숍 등 공식 유통사를 직접 연동해 가격 비교를 해주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지갑 얇은 MZ세대, 명품도 저렴한 온라인 선호

국내 명품 시장의 성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에 무척 익숙한 세대로, 명품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게다가 명품에 대한 열망이 크지만, 소득은 적은 편이라 무엇보다 ‘가격’에 민감하다. 오프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확인한 후 온라인 발품을 팔아 최저가를 사는 데 익숙하다.

이런 배경으로 온라인 명품 시장은 날개를 달고 있다. 특히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하는 명품 플랫폼들의 진격이 눈부시다.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국내 명품 플랫폼 3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4100억 원으로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의 25%를 차지했다. 사업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해외의 명품 부티크나 온라인 플랫폼, 병행 수입 업체 등을 활용해 백화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보다 다양한 제품을 쉽게 쇼핑할 수 있게 한다는 전체 틀은 비슷하다.

한 패션 커뮤니티에 올라온 '파정' 여부를 묻는 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패션 커뮤니티에 올라온 '파정' 여부를 묻는 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시장은 커지는데, 정·가품 이슈 끊이지 않아

A씨는 지난 7월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보내준다고 해 믿고 국내 모 플랫폼 업체서 루이비통 가방을 구매했다. 하지만 가방과 함께 도착한 인보이스(발송인이 수하인에게 보내는 거래상품명세서)에는 판매자가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 가 아닌,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으로 돼 있었다. 날짜도 구매 시점보다 한참 전인 5월 구매로 표기돼 있었다.

SNS에도 '파정'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도 '파정'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온라인 명품 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플랫폼 신뢰도가 쌓이고 있지만, 한편으론 정·가품 여부에 대한 의심 사례도 증가 추세다. 이에 명품 플랫폼 사들도 가품 걸러내기 사전·사후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병행 수입 업체를 입점시켜 오픈 마켓 형태로 영업하는 머스트잇은 “업체의 이력이나 거래 내역 등을 까다롭게 확인하고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나 과도한 가격 할인의 경우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란도 “병행 수입 업체의 매출 규모나 수입 내역을 확인해 등급을 부여, 상위 단계 업체 제품만 취급한다”고 했다. 가품이 밝혀졌을 경우 200% 보상 등 사후 처리 정책을 내세우기도 한다.

다만 플랫폼사들이 구매처를 완벽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지 부티크나 편집숍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재판매 권리가 없는 상태에서 물건을 사들여와 국내서 다시 판매하는 식의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병행 수입이면서도 병행 수입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병행 수입은 정식 수입 업체가 아닌 개인이나 일반 업체가 수입해 판매하는 형태다. 독과점을 막기 위해 국내선 1995년부터 시행됐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병행 수입이 불법은 아니지만, 시스템상 가품이 섞여 들어갈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있다”며 “해당 제품이 어디서 생산됐고, 어떤 유통 경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됐는지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품 시 보상 등 사후 처리에 대해서도 “만약 100% 정품을 보장할 수 있다면 가품 시 보상 정책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수증과 인보이스, 수입신고필증 확인해야

명시된 판매처의 박스와 포장 상태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매치스패션 홈페이지

명시된 판매처의 박스와 포장 상태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매치스패션 홈페이지

그렇다면 가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영수증과 인보이스, 수입신고필증을 받아서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한다. 여기에 박스 갈이나 재포장을 하지 않고 되도록 명시된 판매처에서 판매한 그대로의 박스와 구성품이 와야 한다는 점도 체크 대상이다. 예를 들어 해외 사이트 ‘매치스패션’ 제품이 온다고 명시돼 있으면 매치스패션 박스에 제품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해당 판매자의 반품·교환·AS 정책을 그대로 따르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판매자의 공신력이 중요하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플랫폼은 말 그대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실제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 주체를 알아야 한다”며 “브랜드 판권을 소유한 공식 판매사에서 바로 온다면 가품 이슈가 없지만, 중간 단계가 많아질수록 가품 위험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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