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SLBM' 실전 잠수함서 쐈다 "핵 장착땐 게임체인저"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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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2면에 보도했다. 신문은 잠수함인 '8.24 영웅함'에서 SLBM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뉴스1

북한이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2면에 보도했다. 신문은 잠수함인 '8.24 영웅함'에서 SLBM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뉴스1

북한이 잠수함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앞서 전날 오전 10시 17분쯤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해상에서 동해 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이 수중 바지선이 아닌 잠수함에서 SLBM을 쐈다고 평가했다.

2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ㆍ미 당국은 북한이 전날 신포 앞바다에서 고래급(2000t)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고래급 잠수함은 19일 저녁 신포의 기지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실제로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처음으로 SLBM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군 당국이 평가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2015년 첫 수중사출 시험을 시작한지 6년 만에 사실상 SLBM 전력을 완성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여러 개의 수직 발사관을 갖춘 신형 잠수함에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을 탑재할 경우 '게임체인저'를 확보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SRBM - 신형 SLBM 주요 특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한 SRBM - 신형 SLBM 주요 특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선중앙통신은 20일 SLBM을 발사한 잠수함을 ‘8ㆍ24 영웅함’이라고 불렀다. 2016년 8월 24일 북한의 첫 SLBM인 북극성-1형을 시험 발사한 뒤 붙여진 명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미는 그간 2016년 북극성-1형, 2019년 10월 2일 북극성-3형 등 북한의 SLBM 시험 발사가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바지선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SLBM을 발사할 수 북한의 잠수함이 기지에 정박해 있었고, 북한의 기술 수준으론 잠수함 발사가 어렵다는 데 한ㆍ미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지난달 15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서 국산 SLBM을 쏜 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을 빼놓고는 한국이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영국ㆍ프랑스ㆍ인도에 이은 7번째 성공이라고 명시했다.

이번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익명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8·24 영웅함’이 발사 전에 바다로 나가 준비를 하는 모습을 사전에 포착했다. 최근 북한은 SLBM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도 높이는 등 전반적인 미사일 관련 기술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가 2016년과 2019년 북한의 SLBM 발사 실험을 너무 보수적으로 평가한 거 같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기술은 이미 수준급”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19년 7월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공개한 잠수함 모습.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을 3000t급으로 추정하면서 SLBM 발사관 2~3개를 갖춘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시 중앙TV는 시찰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면서 잠수함에서 SLBM 발사관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함교탑 위 레이더와 잠망경 등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파란 원)을 각각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7월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공개한 잠수함 모습.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을 3000t급으로 추정하면서 SLBM 발사관 2~3개를 갖춘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시 중앙TV는 시찰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면서 잠수함에서 SLBM 발사관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함교탑 위 레이더와 잠망경 등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파란 원)을 각각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신형 SLBM 사진에 따르면 지난 12일 북한이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열면서 공개한 소형 SLBM과 비슷하다. 군 당국은 신형 SLBM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KN-23보다 약간 큰 크기의 신형 SLBM은 최고 고도 약 60㎞, 비행거리 약 590㎞를 날아갔다. 사거리로 봐선 한국과 일본의 주요 시설과 미군 기지를 노린 무기다.

북한이 보도에서 “측면 기동 및 활공 도약 기동을 비롯한 많은 진화된 조종 유도 기술들”을 도입한 신형 SLBM이라고 내세운 점도 비행 특성상 KN-23과 유사하다. 측면 기동은 좌우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이며, 활공 도약 기동은 하강 단계에서 갑자기 위로 치솟았다가 내려가는 불규칙한 기동을 뜻한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KN-23이 패트리엇 지대공 요격미사일 등 한·미 방공 자산으로 대응하기가 까다롭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19일 크기를 줄인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오른쪽)을 발사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된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19일 크기를 줄인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오른쪽)을 발사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된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측면 기동과 활공 도약 기동은 미사일 방어망을 뚫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며 “북한은 신형 SLBM에 전술핵을 탑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비핵 전술탄도로 공격하는 역할은 방사포에 맡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 SLBM의 시험발사는 최초이지만 이미 개발을 끝낸 뒤 전력화 단계 수준인 미사일(KN-23)을 개량했다는 점에서 이번 SLBM은 북극성 계열 SLBM보다 먼저 실전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8ㆍ24 영웅함’은 SLBM을 2발 이상 실기가 어렵다. 따라서 시험발사용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실기동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데 성공한 만큼 다음 단계로 톤 수를 늘린 신형 잠수함을 개발해 여기에 신형 SLBM을 탑재해 전력화할 경우 한국과 미국 등엔 심각한 위협이 된다.

문근식 교수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2019년 7월 건조 현장을 둘러본 신형 잠수함과, 설계가 끝났다는 핵추진 잠수함은 현재로선 예산과 기술력이 부족해 당장 진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이쪽으로 집중 투자에 나선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우려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도 “북한이 잠수함에 SLBM을 복수로 실어 운용한다면 한국과 일본엔 게임체인저 성격의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번 발사를 놓고 합참은 “1발 발사”를, 일본 방위성은 “2발 발사”로 다르게 판단해 논란이 일었지만, 북한은 이번에 몇 발을 발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8ㆍ24영웅함(길이 67m)은 발사 시험을 위해 건조한 잠수함으로 1발만 탑재해 쏠 수 있다”며 “(일본이 2발 발사라고 한 것은) 아마 탄도미사일에서 분리된 추진체 부분 같은 것을 이중으로 잘못 추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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