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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한복도 중국 것” 문화로 한국 공격하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2021.10.2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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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중 문화충돌

최근 중국에선 연예인 대신 ‘중국’을 사랑하는 팬클럽 ‘아이중(izhong)’이 뜨고 있다. ‘중국’이 중국 인민의 유일한 아이돌로 각광받는다. [둬웨이 캡처]

최근 중국에선 연예인 대신 ‘중국’을 사랑하는 팬클럽 ‘아이중(izhong)’이 뜨고 있다. ‘중국’이 중국 인민의 유일한 아이돌로 각광받는다. [둬웨이 캡처]

중국에서 전통문화 붐이 한창이다. 정부 차원에서 전통문화 계승 및 활용방안을 분주하게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김치·한복 등 누가 봐도 자명한 한국문화를 중국문화라고 주장해 한국인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 공자학원을 세워 중국문화를 전파 중이다. 중국은 지금 ‘문화’로 자국민을 통제하고, ‘문화’로 다른 나라를 공격 및 교화하려 한다. 중국에선 어떻게 문화가 무기가 되는 걸까.

중국에서 문화가 사회통제 수단으로 사용된 건 고대로 올라간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며 따르는 가치와 관습, 신념, 상징적 실천을 말한다. 한데 고대 중국에서 문화는 정신적 영역을 강조하며 야만과 차별되는 문명, 진보, 고급의 의미를 가졌다. 고대 중국은 독특한 문화관념을 갖고 있었다. 중국은 혈통이 아니라 문화로 화하(華夏)와 이적(夷狄)을 구분했다. 공자는 “주례(周禮)를 따르면 화하이고, 따르지 않으면 이적”이라 했다. 주례는 주나라의 예악문화를 말한다.

중국서 문화는 문명·고급 등 상징
이념전파·정치투쟁 도구로 이용
문화우월주의·패권주의 안 변해
“한국은 문화도둑·문화속국” 폄하

“다른 국가는 야만” 뿌리 깊은 편견

아이중이 만든 이모티콘. 아래엔 “누구도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고 써 있다. [웨이보 캡처]

아이중이 만든 이모티콘. 아래엔 “누구도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고 써 있다. [웨이보 캡처]

고대 중국인은 중국만이 예악문화를 가진 선진문명이고 다른 국가는 야만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중국 통치자들은 “이적을 예악문화로 교화해(文治敎化)” 정치적으로 통합된 공동체인 천하질서를 세우고자 했다. 천하질서는 수직적 등급제를 바탕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이적이 동심원을 그리며 둘러싸고 있다는 상상의 정치질서 인식으로, 기미(羈縻)와 조공(朝貢)제도로 구체화했다. 예악문화로 교화한다는 건 곧 중국문화로 동화시켜 천하질서를 실현하는 걸 말한다. 고대 중국은 중국 중심의 우월적 문화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관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문화자신(文化自信)과 문화강국(文化强國)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특색사회주의문화에 대한 문화자신을 확고히 하고, 중국특색사회주의문화 발전의 길을 견지해 문화강국을 건설할 때만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자신은 ‘중국특색사회주의문화’에 대한 자신을 일컫는다. 중국 정부는 문화허무주의가 만연했다며 문화자신 정책을 실시한다. 문화허무주의는 ‘중국특색사회주의문화’를 부정하고 서구 자본주의 문화를 추구하는 걸 말한다. 중국 정부는 문화허무주의자들의 목적은 당의 지도력을 약화시켜 자본주의 길을 가기 위한 여론 조성이라고 한다.

문화강국은 ‘중국특색사회주의문화’를 세계에 전파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으로 인류운명 공동체 건설의 구체적 실천 방안이다. 인류운명 공동체는 중국 공산당이 건립하려는 최고의 국제질서 강령이다. 고대 천하질서 관념의 주요 요소인 화이부동(和而不同), 협화만방(協和萬邦), 천하일가(天下一家), 천하대동(天下大同)을 계승한 고대 천하질서의 현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문화강국 건설을 위해 전파공정(傳播工程)도 실시 중인데 대표적인 사업이 공자학원이다. 문화자신이 국내 반정부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면 문화강국은 국제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중국 내 혐한 사건 분야별 분포

중국 내 혐한 사건 분야별 분포

현대 중국에서 문화는 여전히 문명, 진보, 고급이란 뜻이 있다. “문화가 없다(没有文化)”는 말은 “학력이 낮다” “무식하다” “교양이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문화가 갖는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중국에서 문화는 정치투쟁 도구가 됐다. 중국에서 문화 논쟁은 단순히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5·4 시대 이후 혁명투쟁의 첨예화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중국화에 따라 문화비판은 종종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바뀌었다. 문화대혁명이나 1980년대의 전반서화론 모두 문화를 키워드로 한 정치투쟁이었다.

현재도 중국에서 문화운동은 이데올로기 투쟁이며 정치투쟁이다. 시 주석은 “문화는 한  국가, 한 민족의 영혼”으로 “자신의 문화를 배반하거나 포기한 민족은 역사적 비극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로써 문화는 중국 또는 중화민족과 일체화됐고 국가 흥망과 관련된 문제로 반드시 충성하고 지켜야 할 애국의 대상이 됐다. 중국 공산당은 문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응집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민의 지혜를 모아 사회주의 현대화를 추동할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공산당은 문화로 교화하면 대중을 쉽게 동원할 수 있음을 잘 안다. ‘중국특색사회주의문화’는 5000여 년의 문명발전 중 잉태된 ‘중화 우수 전통문화’와 당이 인민을 이끌고 혁명, 건설, 개혁 중 창조한 혁명문화와 사회주의 선진문화를 말한다. 즉 전통문화와 사회주의문화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걸 일컫는다. 현재 중국의 많은 연구자는 마르크스주의가 외국에서 들어온 게 아니라 중국 전통문화, 특히 유교에서 기원했음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건 유교와 사회주의의 결합이다.

필자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혐한(嫌韓) 사건 60개를 문화, 한류, 역사, 정치, 경제, 기타로 나눠 분석한 바 있다. 2004년 시작된 혐한은 2008년 정점을 찍고 퇴조했다가 2016년 이후 다시 고조됐다. 따라서 2004년에서 2015년은 혐한 1단계, 2016년 이후를 혐한 2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표1〉을 보면 전체 혐한 사건 중 문화가 50%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역사문제는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문제이지만 중국에서 혐한으로 비화한 예는 많지 않다.

〈표2〉와 〈표3〉을 보면 혐한 1단계에선 다양한 분야가 혐한의 대상이지만 2단계에선 문화와 한류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한류도 문화의 일부란 측면에서 볼 때 혐한의 주요 대상이 문화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전파공정은 세계가 대상이다. 한데 특히 한국에 대해 문화공격이 많은 이유는 무언가. 첫째, 전통의 문화관념이 현재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2004년 한국이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중국인들은 분노했다. “한국이 중국의 문화발명권을 인정하지 않고 몰래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한다”며 한국을 ‘문화도둑’으로 인식하게 됐다.

한국 ‘사드’ 배치 이후 더욱 노골적

한국을 문화도둑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전통문화관에 근거한다. 고대 한국은 스스로 문화를 발명할 능력이 없기에 한국문화는 중국에서 전파된 것이라고 한다. 둘째, 중국 정부의 전통문화 부흥정책 영향이다. 문화자신과 문화강국의 핵심 자원은 전통문화로, 중국에서 전통문화 붐이 일어났다. 자문화 우월주의와 문화패권주의는 타문화를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했다. 특히 역사적으로 문화교류가 많았던 한국은 주요 타깃이 됐다. 2016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이후엔 더욱 노골화해 한국을 중국의 ‘문화속국’이라 주장하고 있다.

셋째, 한류팬의 애국주의 대열 투항을 들 수 있다. 중국 애국주의 네티즌인 소분홍(小粉紅)의 핵심은 ‘청년 인터넷 문명지원자’와 한류팬이다. ‘청년 인터넷 문명지원자’는 2016년 이후 중국 정부에서 대학생 이상 학력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인터넷 댓글 부대다. 한류팬은 일찍이 매국노라는 비난을 들어왔는데, 사드 사건 이후 입지가 좁아지자 애국주의 대열에 투항했다. 한류팬의 풍부한 자료 제공과 고학력의 ‘청년 인터넷 문명지원자’가 결합하면서 한국에 대한 공격이 증가한 것이다.

연예인 비판하는 중국, 진정한 아이돌은 국가
최근 중국에서 연예인 팬덤 문화가 비판받고 있다. 홍색 정풍운동 대상이 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내부 단속에 들어간 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듯이 천하에 영웅은 둘일 수 없다. 중국에서 영웅은 오직 공산당, 특히 지금은 시진핑 주석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젊은이의 영웅은 연예인이다.

2019년 9월 인민일보는 ‘#우리는 모두 아중(阿中)이라는 이름의 아이돌이있다#(#我們都有一個愛豆名字叫阿中#)’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이후 중국을 지극히 사랑하는 팬클럽인 ‘아이중(izhong)’이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중은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는 뜻도 된다.

여성회원들은 중국을 ‘아중 오빠’라 부른다. 이들은 “국가보다 중요한 아이돌은 없고, 조국이야말로 진정한 아이돌”이라고 한다.

이제 ‘오빠’에 환호하던 이들이 ‘중국’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중국’ 혹은 ‘시진핑 주석’은 중국 인민의 유일한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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