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밀담

美도 포기했는데 韓이 개발…北지하 핵시설 날릴 '비밀무기'[이철재의 밀담]

중앙일보

입력 2021.10.10 05:00

업데이트 2021.10.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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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충남 태안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양한 ‘한국형 전략무기’가 선보였다. 핵탄두를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점에 전략무기라 부를 수 있는 미사일들이었다.

2013년 미국 공군은 폭약을 전혀 실지 않은 탄소 막대를 마하 3의 속도로 떨어뜨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운동 에너지만드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기를 만드려는 목적이었다. 미 공군

2013년 미국 공군은 폭약을 전혀 실지 않은 탄소 막대를 마하 3의 속도로 떨어뜨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운동 에너지만드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기를 만드려는 목적이었다. 미 공군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물속 잠수함에서 쏜 미사일이 수면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력으로 따진다면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가장 매섭다. 그런데도 보도자료에선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서조차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이미 공개한 현무-2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보여줬다.

정부 소식통들은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비닉(비밀) 사업”이라고 말한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5일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고위력 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정부가 관련 사실을 ‘군사비밀’로 숨겼기 때문에 제원이나 형상은 좀처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는 얻을 수 있었다. 퍼즐맞추기처럼 조각을 이어 맞춘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이러했다.

우주에서 '신의 지팡이'가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순간을 그린 컴퓨터 그래픽. 핵무기의 위력과 맞먹는다. Mighty

우주에서 '신의 지팡이'가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순간을 그린 컴퓨터 그래픽. 핵무기의 위력과 맞먹는다. Mighty

ADD는 한국형 전략무기를 선보이는 지난달 15일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350㎞를 날아가 제주도 해상의 표적을 정확히 때렸다. 3m 안팎의 정확도였다. 당시 태풍이 다가오면서 해상의 날씨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높았다. 그런데도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목표에 정확히 들어갔다.

거센 파도 강풍 속 350㎞ 날아가 명중

그런데 미사일 명칭에 고위력이란 단어를 붙인 이유에 대해 익명의 소식통은 “전술핵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여러 소식통을 종합하면 지난달 15일 시험 발사에서 고위력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8~9t에 달했다.

지난달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영상. 그러나 이는 실제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아니라고 한다. 고위력 탄도미사일에 대한 형상을 감추기 위해 현무-2 미사일의 영상을 보여줬다 ADD

지난달 국방과학연구소가 공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영상. 그러나 이는 실제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아니라고 한다. 고위력 탄도미사일에 대한 형상을 감추기 위해 현무-2 미사일의 영상을 보여줬다 ADD

미국이나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탄두 중량은 대개 1t 안팎이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ADD를 방문했을 때 이 미사일을 두고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이라고 말한 게 허사는 아니었다.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목적은 북한의 지하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6ㆍ25전쟁이 끝난 뒤 전 국토를 요새화한다며 주로 화강암 지대에 6000개 이상의 지하 시설물을 건설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평양 지하 300m 지점에 거대한 지하시설이 있으며, 유사시 북한 지휘부가 이곳에 숨는다고 밝혔다. 또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생산ㆍ저장도 지하 시설을 활용한다.

지난달 공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 이 역시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현무-2 마시일이었다. 실제 시험사격 결과에선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악천후를 뚫고 정확히 명중했다고 한다. 연합

지난달 공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 이 역시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현무-2 마시일이었다. 실제 시험사격 결과에선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악천후를 뚫고 정확히 명중했다고 한다. 연합

그런데 화약 폭발의 화학 에너지에 기대는 재래식 폭탄으로는 지하 깊숙한 목표를 공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핵을 쓸 수 없는 한국으로선 운동 에너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 운동 에너지로 벙커나 지하 시설을 무너뜨리는 개념이었다.

지하 벙커 북한 핵무기 제압 가능한 파괴력

운동 에너지는 질량(m)과 속도(v)의 제곱에 비례한다. 미사일의 위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탄두 중량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탄두부엔 화약은 조금만 넣고, 대부분을 중금속으로 채웠다

김정은 북한 국뮈워원장(오른쪽)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호의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촬영한 곳은 지하의 장거리 미사일 보관 시설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뮈워원장(오른쪽)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호의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촬영한 곳은 지하의 장거리 미사일 보관 시설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엄청나게 무거운 탄두를 달았지만 모양은 가분수형이 아니다. 꽤 날렵한 형상이라고 한다. 한국이 개발한 미사일 중 가장 길고 가장 굵다고 한다. 그래서 낙하 속도가 마하 10에 가깝다.

이렇게 만드는 게 기술이다. 난이도가 꽤 높다. ADD는 지난해 5월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2발 시험발사했는데 1발이 불발된 적 있다.

우리 군이 개발한 현무 미사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우리 군이 개발한 현무 미사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위력 탄도미사일의 아버지는 미국이 연구 도중 관둔 ‘신의 지팡이(Rods from God)’이다. 토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은 인공위성에서 길이 6m, 지름 30㎝의 텅스텐 막대를 떨어뜨리는 무기인 신의 지팡이를 만들려고 했다. 북유럽 신화 속 천둥의 신인 토르는 묠니르라는 망치를 들고 다닌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이미 레이지 독(Lazy Dog)이라는 무폭약 강철 폭탄으로 월맹이나 베트콩의 강화 진지를 부순 경험이 있었다. 레이지 독을 크게 확대한 게 신의 지팡이다. 그러나 텅스텐이 워낙 비싼 금속이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천하의 미국이라지만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미국 공군이 베트남 전쟁 때 사용한 레이지 독(Lazy Dog). 강철로 폭탄 모양을 만든 뒤 날개를 붙였다. 손가락 크기이지만900m에서 낙하하면 시속 800㎞의 속도를 내 콘크리트에 20㎝ 이상의 구멍을 냈다.  유튜브 Guns&Shot TV 캡처

미국 공군이 베트남 전쟁 때 사용한 레이지 독(Lazy Dog). 강철로 폭탄 모양을 만든 뒤 날개를 붙였다. 손가락 크기이지만900m에서 낙하하면 시속 800㎞의 속도를 내 콘크리트에 20㎝ 이상의 구멍을 냈다. 유튜브 Guns&Shot TV 캡처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50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정상 각도(30~45도)보다 높은 고각으로 쏜다. 고각 발사는 미사일의 고도를 높이는 대신 비행거리를 줄인다. 대신 낙하 속도를 높여 운동 에너지를 키운다.

미국이 포기했던 무기 한국이 개발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현무-4’로 알려졌지만, 이는 언론이 편의상 붙인 이름이다. 별도의 개발명이 있는데 역시 비밀이다. 고위력 탄도미사일이란 정식 명칭(전력명)에 더해 별명(통상명칭)을 지을지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한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을 쏘자 한ㆍ미는 바로 합동정밀타격훈련으로 맞받아쳤다. 사진은 한국 육군의 현무-2 미사일 발사 장면. 이 같은 훈련은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한다. 국방일보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을 쏘자 한ㆍ미는 바로 합동정밀타격훈련으로 맞받아쳤다. 사진은 한국 육군의 현무-2 미사일 발사 장면. 이 같은 훈련은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한다. 국방일보

ADD는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몇 번 더 시험발사할 계획이다. 신뢰성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후년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보여주지 않을까.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ㆍ기계학부 교수는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8~9t의 탄두 중량을 마하 10의 속도로 떨어뜨리는 추력을 가졌다면 탄두 중량을 1t으로 가볍게 한다면 수천㎞를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한국이 주변국까지 사정권에 둘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주변국을 자극할까 고위력 탄도미사일에 대해 감추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발사 당일 서해에 정보함을 보내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칼집에서 칼 뽑는다는 확신 필요해 

고위력 탄도미사일과 같은 한국형 전략무기로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공격을 감행하려 하면 한국은 사전에 핵 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다. 또는 핵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은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 전쟁에서 얼마나 유용한가 보다는 전쟁을 막는 게 한국형 전략무기의 목적이다.

미국 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 3 발사 훈련. 발사 데이터를 얻어 마사일을 개량하는 데 쓰이며, 미사일 발사 절차를 익히는 동시에 잠재 적국에게 경고 메시지를 준다. 미 공군

미국 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 3 발사 훈련. 발사 데이터를 얻어 마사일을 개량하는 데 쓰이며, 미사일 발사 절차를 익히는 동시에 잠재 적국에게 경고 메시지를 준다. 미 공군

전략무기를 가진 국가는 반드시 사용한다는 확신을 밖으로 드러내야만 잠재적인 적국이 겁을 먹고 공격을 주저한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핵무기를 발사하는 훈련과 시설을 슬쩍 공개한다. 상대에게 ‘지금은 칼집에서 칼을 두지만 필요하다면 반드시 뽑아 휘두른다’는 걸 계속 깨우쳐주는 행동들이다. 북한이 믿어야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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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북한은 한국이 여차하면 한국형 전략무기를 발사한다고 믿고 있을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말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문재인 정부가 감히 자기들 털끝을 건드리라고 북한이 생각하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툭하면 훈련이나 무기를 비공개로 돌린다.

이런 신호가 계속 나간다면 북한은 한국의 한국형 전략무기에 대해 콧방귀를 뀔 것이다. 설사 한국이 한국형 전략무기를 쏜다고 해도 북한이 ‘설마’라며 믿지 않는 상황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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