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지 11곳이 위험해졌다, 이 재앙이 韓에 미치는 영향[이철재의 밀담]

중앙일보

입력 2021.10.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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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에선 산불이 자주 일어나 피해가 컸다. 미국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올해 미국 13개 주에서 4만 752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오레건 주방위군 소속 UH-60 블랙호크 헬기가 버킷에 담은 물로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오레건 주방위군

오레건 주방위군 소속 UH-60 블랙호크 헬기가 버킷에 담은 물로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오레건 주방위군

미국에서 산불이 빈번한 배경엔 기후변화가 있다. 온도가 높아지고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불이 쉽게 붙고 번질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산불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에선 허리케인도 잦았다.

그런데 미국의 산불과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가 한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기후변화의 나비효과다.

나비효과는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난다’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의 발언에서 나왔다. 사소한 사건이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2018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덮쳤을 때 주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을 하지 못했다. 재난 구호의 인력과 장비를 대줄 수 있는 주방위군 4000명을 투입할 수 없어서였다. 그들은 이미 해외 파병을 앞둔 상태였다. 그래서 인근 주의 주방위군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올해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은 규모가 어마어마해 캘리포니아 주방위군만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다호ㆍ몬태나ㆍ애리조나주의 주방위군이 지원에 나섰다.

이처럼 미국 주방위군운 요즘 산불 진압과 허리케인 구조 활동에 바쁘다. 육군과 공군으로 꾸려진 주방위군 소속 장병은 평소 생업을 하면서 매년 일정 기간만 복무한다. 미국의 주지사가 지휘권을 가지며, 유사시 연방군 아래 들어간다.

그런데 주방위군은 한반도에서 긴급 사태가 일어나면 한ㆍ미 연합군에 힘을 보태는 증원 전력의 하나다. 주방위군이 미국의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훈련에 열중하거나, 실제 자연재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지면 한반도의 준비 태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16년 10월 허리케인 매튜가 강타한 미국 플로리다주에 주방위군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플로리다 주방위군

2016년 10월 허리케인 매튜가 강타한 미국 플로리다주에 주방위군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플로리다 주방위군

미국에서도 기후변화가 국방력을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의 기후변화 선임 고문인 조 바이런은 “기후변화는 우리(국방부와 군)에게 점점 더 많은 자원과 준비태세를 지불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변화, 미군 기지 11곳 위협 

기후변화가 경제ㆍ사회 이슈를 넘어서 안보 이슈로 다뤄야만 할 문제로 커지고 있다.

2019년 5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펏 공군 기지의 활주로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 미 공군

2019년 5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펏 공군 기지의 활주로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 미 공군

서울대 김상배(정치외교학) 교수는 “군사 갈등으로부터의 안전에 중점을 두는 전통 안보와 사이버ㆍ테러ㆍ자연재해 등 비전통 안보가 복합화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대표적”이라며 “기후변화는 비전통 안보에서 전통 안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국가 안보나 군사 작전은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며 “군사 시설, 군사 장비, 군사 작전 등 다양한 분야가 기후변화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미국은 허리케인 플로렌스와 허리케인 마이클로 플로리다주의 틴덜 공군 기지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캠프 러전(해병대)를 상당 기간 폐쇄해야 했으며, 수많은 장비가 망가졌다.

네브래스카주의 오펏 공군 기지는 2019년 홍수로 활주로가 물에 잠겼다. 이 기지는 전략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전략사령부는 미국의 핵전력을 총괄한다.

2019년 미 국방부는 미 본토의 11개 공군 기지가 홍수ㆍ가뭄ㆍ강풍 등 기후변화 때문에 위험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11개 기지 중 하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시설과 우주 로켓 발사 시설을 갖춘 캘리포니아주 밴던버그 공군 기지다. 미 의회 회계감사국(GAO)은 102개 기지가 물 부족으로 운영이 곤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10월 허리케인 매슈로 침수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세이머 존슨 공군 기지에서 정비반이 트럭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미 공군

2016년 10월 허리케인 매슈로 침수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세이머 존슨 공군 기지에서 정비반이 트럭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미 공군

샤프캇 무니르 방글라데시 테러연구센터장은 “말리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주둔 중인 방글레데시군은 통신 장비를 밤이 될 때까지 켤 수 없다. 기온이 내려가야만 장비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빙하 녹으면서 잠수함 소나 작동 제대로 안 돼

기후변화로 북극의 얼음 두께가 얇아지면서 미 해군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미 본토에서 러시아나 중국을, 반대로 러시아나 중국에서 미 본토를 핵미사일로 타격하려면 북극을 거쳐 가거나 북극권에서 쏴야 한다. 지구는 공처럼 둥글기 때문에 북극이 최단 코스에 놓여 있다. 그래서 미국·러시아의 전략잠수함(SSBN)은 북극권에서 훈련을 자주 벌인다.

러시아 전략잠수함이 북극에서 빙하를 뚫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북극은 핵전쟁에서 핵심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에 잠수함 훈련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전략잠수함이 북극에서 빙하를 뚫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북극은 핵전쟁에서 핵심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에 잠수함 훈련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그런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권의 민간 선박 통항이 많아졌다. 미 교통부 연방해양청의 앨리슨 애저라는 “올여름 북극권의 베어링 해, 배핀 만, 그린란드 인근 바다의 소음이 10㏈ 정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바다가 시끄러우면 당장 잠수함의 귀가 먹힌다. 수중은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잠수함은 소나에 기대 움직인다. 소음이 커지면 당장 소나의 성능이 떨어지는 법이다.

수상함의 잠수함 사냥 역시 힘들어진다. 소음 속에 잠수함이 숨기 때문이다. 또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 소나의 세팅을 새로 바꿔야만 한다.

미 해군 제2함대 사령관인 앤드루 루이스 제독(해군 중장)은 “(북극권에서) 소리가 어떻게 작동하고, 소리가 해저에서 어떻게 전파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장의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라고 말했다.

‘물 부족 사태’ 전쟁까지 우려 

더 나아가 기후변화가 전쟁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21일(현지시간) ‘기후변화와 국제 대응: 2040년대까지 미국 안보에 점증하는 위협’이란 보고서에서 2040년대 물 부족으로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육군 제10 특전단 소속 병사 2명이 캘리포니아주 포트어윈의 국립훈련센터(NTC)에서 사막을 내려다보고 있다. 미 육군

미국 육군 제10 특전단 소속 병사 2명이 캘리포니아주 포트어윈의 국립훈련센터(NTC)에서 사막을 내려다보고 있다. 미 육군

기후변화와 안보의 상관성이 점점 커지자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기후 위기를 미국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의 중심에 두겠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오늘날, 어떤 나라도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안보를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모든 종류의 위협에 직면해 있지만, 그들중 실존적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기후위기말고는 없다”고까지 언급했다.

미 국방부는 2023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 기후변화 때문에 부서진 시설을 보수하거나, 취소된 훈련을 보충하고, 민간인을 돕기 위해 기후재난 출동을 준비하는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최현호씨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군이 전기추진 훈련기나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도입하려는 등 탄소배출 저감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처럼 국방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상배 교수는 “외교안보 당국이 기후변화는 국가안보와 관련 있다는 걸 먼저 인식하고 예산을 들여 조직을 만들고 대책을 만들어야만 한다”며 “지금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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