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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권리금 싼 주택가 무난-옷가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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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의류점을 하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점주가 직접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어오는 독자적인 사업과 유명 의류메이커에서 옷을 공급받는 체인점경영이 그것이다.
독자적인 사업은 자본이 적게드는 대신 새벽부터 일일이 남대문·평화시강등 여러 군데의 도매상에 나가 물건을 골라야하므로 몸이 고달프고 옷을 제대로 고르지 못할 경우 경영의 위험도 뒤따른다. 반면 체인점은 사업이 비교적 안정적이나 자본금이 많아야하므로 소자본 경영주에게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반도패션의 체인점을 하려면 적어도 25평이상 매장을 구해야하고 부동산 담보설정액이 2억원, 현금담보 2천만원, 인테리어 비용으로 평당 1백20만원을 들여야한다. 이 경우 상품판매는 위탁판매식으로 하고 물건을 담보금 범위 내에서 공급받은 후 1주일에 한번씩 입금액을 넣는 방법을 쓰고 있다.
체인점 외에 동네곳곳에 자리 잡은 옷가게들은 거의 물건을 남대문·평화·신평화·제일평화·남평화시장과 통일상가(평화시장 옆)에서 받아오고 있다.
서울 서대문로터리부근 6차선 대로변에서 10년째 11평 규모의 남성복 의류점을 경영하고 있는 전혜경씨(33·서울 교남동)는 『큰 자본 안 드는 장사라 속은 편하고 1년 내내 꾸준한 사업이지만 남편이든 누구든 믿을만한 사람이 매일 시장에 나가 옷을 받아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최소한 두 사람은 달라붙어야 한다』고 말한다.
권리금 2천5백만원, 보증금 7백만원, 월세 50만원의 이 가게를 구색 맞게 채우려면 9백만원어치의 물건을 들여놓아야 한다. 가게주변 손님수준에 맞춰 가을점퍼는 1만5천원대, 바지는 1만원대의 중간가격대 물건을 사다 20∼30%의 마진을 붙여 날고 있다고 전씨는 전한다.
새벽2∼3시부터 장을 봐야하는 여성복과는 달리 전씨의 남편(박용진씨)은 오전9시쯤 통일상가·신평화·남대문시장에 나가 적어도 40여군데의 옷을 살펴본 후 20군데에 들러 하루 40여만원어치의 옷을 사온다는 것.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도매상의 옷이 손님들 몸에 편리하게 맞을까, 재고가 쌓이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 되지만 점주가 자신의 사이즈에 해당하는 옷을 입어보면 대충 나머지 옷들의 편안함 정도를 알아볼 수 있고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재고도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서울 대현동 이대입구에서 8평 크기의 여성복가게를 운영하는 오금희씨(38)는 『여성복 장사가 아름다움과 유행에 민감한 여성에게 적합하기는 하지만 새벽부터 밤까지의 힘든 노동을 감수해야하고 물건을 손님취향에 맞게 잘 들여놓지 못하는 사업초기에는 자본이 많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손들어버리기 일쑤』라고 어려움을 말한다.
오씨는 『옷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는 권리금·월세가 비싸지 않은 곳, 즉 대학입구 등보다는 중산층의 아파트단지, 주택가가 좋다』고 조언했다. 또 주부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하려면 『우선 시작 전 얼마동안 매일 시장에 나가 옷의 유행이나 색상·디자인 등을 주의 깊게 살펴 전체적인 경향을 알아두는게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이들 여성점주들은 의류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업을 개시한 초기, 의류의 회전이 잘 안될 경우를 대비한 충분한 여유자본이 있어야하고 손님과 가격흥정이 많은 만큼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가격을 받아낼 수 있는 요령있는 말솜씨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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