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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밥값·기름값에 전기료·통신비도 오른다…인플레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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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9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올라 반년째 2%대의 높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3분기를 통틀어 보면 지난해보다 2.6% 높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2년 이후 9년 만에 2%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경제가 회복하는 가운데,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하는 등 전 세계적 고물가 흐름은 더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에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의 3분의 1(33.9%)은 석유류 가격이 끌어올렸다.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은 1년 전보다 27.7%, 경유는 23.8%, 휘발유는 21.0% 상승했다.

10월에도 석유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보통 3, 4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각종 공업제품 가격도 전년보다 3.4% 상승했다. 2012년 5월(3.5%)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먹고사는 물가 다 올라

9월 소비자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9월 소비자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부동산 가격 급등에 주거비 부담은 또 불어났다. 전세 가격은 지난해보다 2.4% 올라 2017년 11월(2.6%)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월세는 0.9% 오르며 2014년 7월(0.9%) 이후 최대 상승했다.

먹거리 가격은 이미 비쌀 대로 비싼 상태다. 9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은 올해 2월 16.2%까지 오른 뒤 매달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물가지수 자체로 보면 지난달 135.12(2015년=100)로 최고치를 찍었다.

식재료값이 오르면서 외식 가격도 3.1% 상승했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가격은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4차 유행에도 소비심리는 반등하며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8(100보다 높으면 낙관적)로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오르고 올라도 또 오른다

올해 남은 4분기에도 물가를 올릴 요인들이 남아있다. 우선 전기요금이 오를 예정이다. 지난달 전기료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그러나 이번 달부터는 국제유가 등이 오르면 전기료도 따라 올리는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전기료를 올린다. 그동안 정부가 국민 생활 부담을 이유로 인상을 막아왔지만, 한국전력공사가 져야 하는 연료비 부담도 더는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통신비도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비대면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통신비를 2만원씩 선별(16~34세, 65세 이상 대상) 지원했다. 올해는 이 지원 효과가 사라지면서 통계상 통신비 가격도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기료 외 다른 공공요금은 동결 

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ℓ당 2290원과 2090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ℓ당 2290원과 2090원에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흐름도 한국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전력난을 겪는 중국 등이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 연료 확보에 나서면서 국제 연료 가격은 치솟고 있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같은 달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3.0%로, 올해 연간으로 보면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의 2배인 4%에 이를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선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에선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 연료비 상승에 영향을 받아 전반적인 물가 상승 기조로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 하반기 물가 안정을 점쳤던 정부는 뒤늦게 공공요금 인상 방어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외에 다른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상을 요청한 가스요금에 대해서도 “물가 관리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동결할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상하수도·교통·쓰레기봉투 등 지방 공공요금도 동결할 계획이다.

정부의 물가 감시 기능도 범부처로 확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가공식품 가격을, 산업부가 유류 가격을 각각 살피는 식으로 감시망을 펼치고,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의 징후가 의심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협업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원재료 인상 등에 편승한 인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업계와의 소통과 담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며 “달걀·쌀 등 전년 대비 가격이 높은 품목에 대한 안정적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김장 채소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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