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벌 IT 19개사 작년 법인세 1500억, 네이버 절반도 안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글ㆍ애플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19개사가 지난해 한국에서 낸 법인세 총액이 1500억원대에 그쳤다. 네이버 한 곳이 부담한 법인세의 절반도 안 됐다.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건물에 구글 로고가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건물에 구글 로고가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IT기업 19개사가 부담한 법인세액은 총 1539억원이다. 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ㆍ페이스북ㆍ애플ㆍ넷플릭스ㆍ디즈니ㆍ시스코 등 19개사가 납부한 법인세를 모두 합쳐도 국내 기업 네이버 하나에 못 미쳤다. 네이버가 지난해 낸 법인세(4303억원)의 35.8%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돈이 적은 것도 아니다. 용 의원이 추산한 구글코리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643억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과 동일한 과세 기준을 적용하면 2823억원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분 법인세 기준 국내 6위 현대자동차(3256억원), 7위 SK하이닉스(2680억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구글코리아가 실제 납부한 법인세는 97억원(추정액)에 그쳤다. 예매한 국내 법인세법 규정, 국제 조세 조약 미비 때문이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21년도 국정감사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가 발언대에서 중인대표로 선서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정기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이강택 TBS 사장,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 박대준 쿠팡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뉴스1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21년도 국정감사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가 발언대에서 중인대표로 선서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정기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이강택 TBS 사장,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 박대준 쿠팡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뉴스1

지난해 국세청은 구글로부터 6000억원대 법인세를 추징하기로 결정했지만, 구글코리아는 조세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조세 분쟁에서 국세청이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국세청이 론스타에 1700억원 법인세를 추징했다가 한ㆍ미 조세 조약에 따라 대법원에서 패소한 전례가 있어서다.

국경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들이는 거대 플랫폼 회사의 세금 회피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기업을 타깃으로 한 세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다. 하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쉽지 않고, 실제 적용하더라도 세율ㆍ세액이 미미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용혜인 의원실에서 OECD 합의안을 적용해 구글로부터 거둘 수 있는 디지털세를 추산했는데, 지난 6년간(2015~2020년) 기준 773억원이다. 이 기간 구글코리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한 법인세 과세 추정액(7849억원)의 10%도 안 된다.

용 의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구글이 회피한 법인세는 6000억원 이상에 달한다”며 “거둘 수 있는 세금을 거두지 못한 채 구글에 매년 1000억원 이상 특혜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국제 조세 체계에 위배되지 않는 독자적 우회로를 만들거나 조세 조약을 빨리 개정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요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