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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보건진흥원장 “일상회복, 오직 과학적 데이터만 보고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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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야콥스카럽 닐슨 헬스케어 덴마크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덴마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야콥스카럽 닐슨 헬스케어 덴마크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덴마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달 10일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한 후 3주가 지났다. 공항과 병원, 코로나19 검사센터를 제외하고는 실내외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백신을 맞았건, 안 맞았건 상관없다. 백신 패스(접종증명서)도 필요 없는 완벽한 일상 복귀다.

지난달 말 야콥스카럽 닐슨 헬스케어 덴마크 대표가  양국의 의료기술 협력 증대를 위해 방한했다. 한국의 보건산업진흥원장 격인 닐슨 대표를 지난달 30일 서울 덴마크 대사관에서 만나 위드 코로나 결정 배경과 현재 상황 등을 물었다.

닐슨 대표는 위드 코로나 결정 배경에 대해 “오직 과학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접종률과 확산세, 병상 상황 등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결정을 내렸고, 그 말은 곧 확산세가 높아지게 되면 다시 방역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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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접종 완료자가 전 국민의 70%를 넘으면 집단면역이 가능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사실 덴마크에서는 집단면역 형성 여부가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보다는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 질병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사회·경제·문화적 타격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가 모든 걸 고려할 정도로 사회에 큰 위협이 되는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감염병 자체에 대한 판단과 사회·경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의미인데, 그래도 접종 완료율은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되는 지표였다. 덴마크가 위드 코로나 정책을 결정할 당시 백신 접종 완료율은 73.8%였다. 그는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생각보다는 백신 접종률을 높여 확진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게 하는 데 힘을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덴마크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떨까.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이나 이스라엘, 영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방역정책을 해제하던 주의 덴마크 일평균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는 94.3명이었는데, 현재는 76.3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사망자(100만 명당)는 같은 기간 0.49명→0.56명으로 소폭 늘었다.

이는 덴마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이스라엘·영국·미국 등은 상황이 더 악화된 것과 사뭇 다른 흐름이다. 이는 백신 접종률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앞선 국가들의 경우 접종 완료율이 50% 전후에 이르렀을 때 서둘러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했다. 반면에 덴마크는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방역을 완화한 게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

그런데도 닐슨 대표는 조심스러웠다. 그는 “덴마크도 현재는 안정적이지만 완전히 코로나19를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매일 정부가 확진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정부가 지정한 수준 이하로 결과 값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닐슨 대표는 정부가 방역정책을 발표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투명성’과 ‘신뢰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역지침을 만든 구체적인 근거, 백신 접종의 효과와 이상 반응을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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