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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제로의 역설…인플레 공포 기름 붓는 '그린플레이션'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0.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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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 금융팀장의 픽: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유럽 등의 발전용 수요가 늘며 1일(현지시간)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 BTU당 5.6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1년 전보다 130% 넘게 급등했다. 사진은 지난 8월 미국 노스타코다의 왓퍼드시의 한 천연가스 유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P=연합뉴스]

유럽 등의 발전용 수요가 늘며 1일(현지시간)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 BTU당 5.6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1년 전보다 130% 넘게 급등했다. 사진은 지난 8월 미국 노스타코다의 왓퍼드시의 한 천연가스 유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P=연합뉴스]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에 긴장한 세계금융 시장이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천연가스 가격 등의 급등을 야기하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인플레이션(Inflationㆍ물가상승)’의 합성어다.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며 구리나 알루미늄 등 원자재 등의 값이 오르고, 화석 연료 에너지 생산 감소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로의 풍선 효과까지 겹치며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이미 ‘인플레 발작’ 중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연이어 “공급망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내년에도 예상보다 더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에도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며 주가가 급락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드러내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세계 경제가 벗어나며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망 병목 현상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아서다. 감염병으로 인한 다국적 기업의 해외 공장 생산 등이 여의치 않은 데다, 인력 이동과 운송 등 물류난이 겹치며 공급 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은 물가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특히 최근 치솟는 천연가스 가격은 이런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일(현지시간) 100만 BTU(열량단위) 당 5.6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년 전보다 130.3%나 급등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의 풍력발전 단지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의 풍력발전 단지 [로이터=연합뉴스]

천연가스 가격의 고공행진은 기후변화 및 탄소 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유럽발 그린플레이션 탓이다.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유럽의 전력발전의 16%가량을 풍력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충분한 바람이 불지 않으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부족한 전력 생산을 위해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발전소 가동률을 높이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덩달아 발전용 석탄 수요까지 늘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래저래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면서 유럽 각국은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뒤따른 물가 상승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이 끌어올린 것은 천연가스값만이 아니다. 알루미늄 가격도 1년 전보다 44%가량 급등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인 중국의 생산 감소 탓이다. 전력난에다 탄소 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영향이다.

이른바 ‘탄소 제로의 역설’인 그린플레이션이 경기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물가 압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그린플레이션이 물가 불안을 추가로 자극할 여지가 있다”며 “천연가스 급등이 전기 요금 상승으로 인한 기업생산 비용 부담 상승과 가계 소비 여력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풍력이나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원은 기후에 극도로 민감한 데다 이들을 통해 발전한 유휴 전력을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전력 저장 장치 기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신재생 에너지 시대의 물가 변동성 확대 및 그린플레이션은 고질적인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에너지원과의 불안한 동거는 유럽만의 걱정거리는 아닐 수 있다. ‘탈(脫)원전’에 나선 한국도 그린플레이션의 역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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