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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폴크스바겐·도요타의 배터리 독립선언…K배터리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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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독일 폴크스바겐 임원들이 지난 13일 전기차 배터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배터리셀 생산에 300억 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 폴크스바겐]

독일 폴크스바겐 임원들이 지난 13일 전기차 배터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배터리셀 생산에 300억 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 폴크스바겐]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도요타는 이달 들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합계 5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1, 2위 기업이 나란히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는 952만 대, 폴크스바겐은 930만 대를 팔았다.

폴크스바겐은 2024년까지 300억 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해 배터리셀을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순수 배터리셀 공장을 신설하는 데 21조원, 전동화 전환에 20조원을 쓴다. 도요타는 배터리 생산과 연구개발에 16조원을 투자한다. 폴크스바겐과 도요타는 자체 배터리를 양산하는 시점으로 2030년을 제시했다.

배터리 생산을 둘러싸고 대규모 투자 경쟁의 막이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는 데 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미국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 합작으로 설립한 블로오벌SK를 통해 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 6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ID.라이프’를 선보였다. [사진 폴크스바겐]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 6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ID.라이프’를 선보였다. [사진 폴크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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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배터리 공장 두 개를 짓고 있다. GM도 독자적인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자체 연구소를 만들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BMW와 포르쉐도 전기차 배터리 관련 공장과 연구시설에 투자했다. 현대자동차도 국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험용 설비를 갖췄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를 열심히 팔면 팔수록 배터리 업체와 더 많은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완성차 업체가 자체 배터리를 쓰는 게 아니면 수익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도요타를 포함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착해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각종 부품을 30~50% 적게 쓴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에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추가한다. 그만큼 완성차 업체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일본 도요타가 지난 7일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시제품. [사진 도요타]

일본 도요타가 지난 7일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시제품. [사진 도요타]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일본 정부가 순수 전기차 정책을 추진하면 일본은 일자리 550만 개를 잃고 자동차 생산량은 800만 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자동차산업협회장을 맡은 그는 “일본 정부의 친환경 제조 목표는 결코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에 속도를 낼수록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은 한국·중국·일본의 세 나라가 주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에 나서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협력 대상 완성차 업체를 찾는 데 주력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현대차와 손을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현대차와 협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네덜란드 스텔란티스와 BMW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자동차 기업의 자체 배터리 생산 선언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새롭게 등장한 브랜드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량 격차는 더 벌어졌다.

CATL은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 8.6GWh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했다. 소형 전기차(50kWh 용량) 17만여 대에 해당하는 배터리 공급량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공급량은 49.1GWh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은 30.3%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량은 지난달 5.4GWh였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공급량은 39.7GWh,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은 24.5%였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먼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에는 중국산 배터리만 쓰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제품을 중국산 전기차가 채택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대부분 유럽·미국 등으로 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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