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비업에 대한 인식 달라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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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달 10일부터 13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경비산업협회(ASIS) 주최로 열린 국제사경비업자 세미나 및 경비기기 전시회에 참석했었다.
미국경비산업협회는 15개 국가에서 1만9천명의 사경비업자가 가입하여 1백50개의 지부와 20개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오는 경비관련문제를 자문하며, 정기적인 모임과 세미나를 통하여 새로운 범죄형태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단체다.
세미나에 다녀와서 몇가지 느낀 점이 있다.
첫째, 범죄대응능력의 적정한 배분이었다. 범죄는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있어왔다. 우리나라도 범죄가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고, 그것도 흉포화·지능화·광역화되어가고 있다. 더욱 주목할 것은 동기없는 범죄마저 일어나고 있다. 요즘 정부에서는 민생치안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범죄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국민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에서 아무리 민생치안에 혼신의 힘을 쏟고있다 하더라도 누수현상이 있게 마련이다. 누수를 누가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대한 과제다. 아파트에 경비원이 있고 회사나 빌딩에 수위가 있어 막기도 하고 드물게 주민자치 방범조직을 통하여 막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자영경비는 무엇보다 제도로 정착하지 못했고 임용자격도 정해져 있지 않다.
또한 교육에 관한 규제도 없어 방범기술에 진척이 없으며 무엇보다 사고발생시 배상장치가 되어있지 않다. 이에 반하여 사경비업자가 운영하는 경비업무는 위에 지적한 모든 것이 규제되어있고 특히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고있다.
미국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경비이외에 사경비업자가 적절히 분포되어 범죄예방 능력을 분담하고 있었다.
둘째, 사회가 발전하고 기능이 분화됨에 따라 주민자위 방범체제에서 전문적 직업인을 필요로 하게되어 사경비업자의 생성은 극히 자연스런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는 무엇이건 공권력에 의지하여왔고 더욱이 안전을 보강하는 경비분야에선 사경비란 제도조차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사경비제도가 처음 실시된 것은 휴전이후 극히 제한적으로 법적 보장도 없이 시행하여 오다가 78년에야 비로소 용역경비업법이 공포 시행되어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는 사경비업이 하나의 건전한 산업으로 정착하였다. 사경비종사자는 천부의식을 갖고 평생직장으로서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있었고 종사자들도 직업관이 투철했다. 우리의 경우를 돌아보면 어떠한가. 사경비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되지 못하였으니 그 종사자들도 직업관이 그리 투철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장래의 비전을 제시받지 못하여 직업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경비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업자스스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경비업자 스스로 노력한다해도 사회의 차가운 시선, 산업에서의 외면, 국가시책에서 도외시된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정준혁<한국경비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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