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유영민에 증원 통사정해도…또 먼저 들린건 '보건소 극단선택'[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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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기자의 촉: 허목 보건소장협의회장의 고언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80일째다. 게다가 추석 이동 확산이 시작됐다. 방역 최전선은 전국 254개 보건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이 떨어진다.

허목 부산 남구 보건소장(전국보건소장협의회 회장)과 직원들은 요즘 시간 나는 대로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에게 전화한다. 독거노인, 예약 방법을 모르는 사람, 백신을 이해 못 하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상당수는 기저질환(지병)을 이유로 든다. 허 회장이 "위험보다 득이 훨씬 크다"고 2~3분 설득하면 대부분 접종한다고 한다. 다음은 허 회장의 설명.

"접종률이 90% 돼도 안 맞는 10%는 그냥 10%가 아닙니다. 기저질환 환자라 어떡하든 맞혀야 해요.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고위험군 접종이 완료돼야 합니다. 기저질환 환자가 백신 맞고 문제가 생겼다 하니까 두려워서 못 맞는 거지요. 평소 다니는 병원 의사도 '접종해도 좋다'고 선뜻 말을 못합니다. 잘못되면 책임져야 하니까요."

부정맥을 앓는 서울 은평구의 85세 할머니도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심장병 주치의에게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물어봐도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도 망설이고, 자식들도 말린다.

"진심을 담는 것이지요" 

허 회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을 누가 설득해야 하나. 결국 보건소다. 절대 안 맞겠다던 사람도 한 달 후 전화하면 돌아선다. 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민이 맞게 기다리지 말고 빈틈을 찾아서 메워야 합니다. 진심을 담는 것이지요. 전국 보건소가 다들 바빠서 못할 뿐이지 마음만은 굴뚝 같을 것입니다."

허목 소장(사진 맨 왼쪽)이 부산 남구 의사회에 마스크를 배부하며 방역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

허목 소장(사진 맨 왼쪽)이 부산 남구 의사회에 마스크를 배부하며 방역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

허 회장은 "코로나 발발 이후 하루도 쉬지 않았다. 전국 보건소장들이 다 그렇다. 보건소의 소장·과장은 토·일요일에 출근해도 수당이 없다"고 말한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전 등을 제외한 광역시 대부분 보건소가 올해 들어 월 40~45시간 초과근무한다. 2019년보다 인천은 4배로, 대구는 3배로, 부산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민원인의 불만이 폭주하면서 극단적 선택이 잇따른다.

열흘 전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부평구 보건소 직원 A(35)씨는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7월 117시간, 8월 110시간 초과근무했다고 한다. 매일 4시간, 5시간 더 일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 부평구지부는 성명서에서 "인천시는 선제대응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시·도에서는 하지 않는 야간 역학조사, 역학 조사 기간 확대, 선별진료소 운영시간 확대 등을 인력 충원 없이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동구보건소 주지수 주무관은 이달 초 토론회에서 "코로나 초기에는 종식된다는 희망이 있어 역학의 기본 원칙에 따라 노동력을 갈아 넣어가며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존의 역학조사관, 한시 역학조사관으로 감당되지도 않은 확진자 규모인 데다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숙련되지 않은 인력을 역학조사관으로 임시인력을 뽑아서 기존 역학조사관이 훈련까지 해가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이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문회의에서 "보건소가 너무 힘들다. 그동안 인력을 늘려달라고 했는데…. (반영되지 않아)서운하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어 "사기진작이라도 해달라. 시·도에서 상을 다 가져간다. 직원들에게 희망이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 끝없이 빨려 들어가니까육아휴직·병가 내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자리는 유영민 비서실장, 이태한 사회수석, 기모란 방역기획관, 이진석 상황실장 등이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우울 위험군 약 2배 

이에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17일 보건소 실태와 대책을 내놨다. 직원의 65%가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과중한 업무와 민원 탓이다. 우울 위험군이 33.4%(일반 국민 18.1%)로 경계선을 넘었다. 정부 대책은 보건소당 평균 9명을 한시 인력으로 지원하고, 내년에 기준 인건비 책정 때 인력 증원을 추진하도록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후 기초조사를 했다지만 내년에 반영될지 미지수다.

당장 급한 것은 예방접종TF팀의상설 조직화다. TF는 구청 파견인력과 보건소 다른 업무 직원으로 꾸린 임시조직이다. 코로나 백신 때문에 없던 일이 생겼다. 연말에 TF가 해체되면 기존 보건소 인력으로 부스터 샷, 의료기관 백신 공급, 콜센터 등의 업무를 떠안아야 한다. 또 '쥐어짜기'다.

신현영 의원은 “감염병 팬데믹에 대비한 보건소 인력 준비가 허술한 데다 기존 업무에다 역학조사, 자가격리자 관리, 백신접종, 백신 이상반응 상담 등 추가 업무가 계속 쌓이는 중”이라며 “장기화하고 반복되는 감염병에 대비하려면 보건소 업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적절한 인력을 산출하고 지원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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