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漢字

[한 週 漢字] 滿(만)-성취 안에서 자신의 몫 성찰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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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호 31면

한자 9/25

한자 9/25

滿(찰 만)은 소리를 나타내는 㒼(만)과 의미 범주를 한정하는 요소인 水(물 수)로 구성되는 글자다. 『설문해자』에서는 ‘가득 차서 넘침(盈溢也)’으로 풀이했는데, 이 글자가 水를 포함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용량이 한정된 사물이나 공간에 물이 가득 들어차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의미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㒼에 대해서는 고대 중국 예복의 폐슬(蔽膝, 허리 아래에 늘어뜨려 무릎을 가리던 장식용 천)에 자수를 빈틈없이 박아 넣은 모양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한 해석에 따른다면 㒼은 소리와 의미를 아울러 나타내는 요소로 풀이될 수 있다.

가득 찼다는 것은 일정한 기준점에 도달했다는 맥락에서 성취라는 의미와도 연결해 볼 수 있다. 보름달을 뜻하는 滿月(만월)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주탐사를 통한 과학적 증명 이전에도 인간이 달의 완전한 형상을 둥근 꼴로 인식했음을 엿볼 수 있다. 예부터 십오야에 두둥실 뜬 달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욕망이 채워지기를 기원하고 행복의 만끽(滿喫)을 염원했던 것은 인간이 만월에 부여한 완전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단 하나의 성취가 모든 것의 완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하나의 기준점에 도달하면 새로운 기준점을 향해 자신을 스스로 추동해 다시 내달리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도달점을 알 수 없는 길 위에 내몰린 채 번아웃(burnout)에 직면하기도 한다. 대체 얼마만큼을 내달리고 채워 넣어야 우리는 모자람 없이 족하다고 느끼는 만족(滿足)의 상태에 이를 수 있을까? 우리가 주체할 수 없는 속도에 내몰리지 않고 저마다의 리듬대로 각자의 성취를 찾아갈 수 있기를 십오야의 만월에 빌어 본다.

한편 어떠한 성취 이후 그것에 도취돼 객관적 자기 인식과 겸허함을 잃기도 한다. 고대 중국의 경전이자 역사서인 『상서(尙書)』에 실린 “滿(교만함)은 손해를 부르고, 겸허함은 이익을 받는다(滿招損, 謙受益)”는 구절은 성취와 교만이 서로 지척에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성취한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는 성취하지 못한 타자에 대한 배척과 혐오와 맞닿아 있다. 왜곡된 능력주의가 득세하고 각자도생을 부르짖는 작금의 세태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자신의 성취에서 자기의 기여분을 겸허히 가늠하는 성찰과 각자의 삶 속에서 이룬 다양한 성취에 대한 상호 존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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