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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週 漢字] 盡(진)-진정으로 盡하고 있는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7호 31면

한자 10/9

한자 10/9

‘고진감래(苦盡甘來)’와 ‘흥진비래(興盡悲來)’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고진감래’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듯이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라는 뜻이고, ‘흥진비래’는 “흥이 다하면 곧 슬픔이 온다”라는 뜻인데, 이 두 사자성어에는 모두 ‘진(盡)’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 성어들에서 말하는 고생의 끝은 어디까지이며 흥이 다한 뒤에 슬픔을 논하는 연유는 과연 무엇일까?

갑골문에서 ‘진(盡)’은 ‘聿(붓 율)’과 ‘皿(그릇 명)’으로 구성돼 한 손으로 붓을 잡은 채 그릇 안을 씻고 있는 형상이다. 찌꺼기를 남김없이 깨끗하게 씻는다는 것은 ‘남김 없다, 다하다, 끝내다’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이며, 이 외에도 ‘완벽하다, 모두’라는 의미와 ‘진선진미(盡善盡美)’처럼 ‘극진하다’ 등의 비교적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위의 두 성어에 사용된 ‘진(盡)’자는 모두 ‘남김 없다, 다하다, 끝내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고진감래는 세상살이가 늘 그렇듯 어려움이 있으면 언젠가는 행복한 날도 있기 마련이니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흥진비래는 세상만사에 늘 우여곡절이 따르니, 우리의 삶엔 언제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항상 공존한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 즉, 고진감래나 흥진비래 모두 인생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늘 순환돼 일어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성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고진감래나 흥진비래에서 사용된 ‘진(盡)’은 단순히 어떤 과정의 마지막 단계나 그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과 같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노력’과 ‘열정’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또 예상치도 못한 결과에 실망감과 자괴감, 허탈감이 들 경우도 있다. 후자처럼 실패가 두려워 나의 ‘진(盡)’을 다하지 아니한다면, 얼마나 많은 후회가 남을까.

어떠한 목표를 위해 결과의 승패를 떠나, 그 과정에서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다했다면 이미 그 삶은 충분히 값질 것이다. 비록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지만 ‘진(眞)’정한 ‘진(盡)’을 통해 ‘진(進)’하다 보면 언젠간 우리의 인생도 ‘찐’하게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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