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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목소리'에 3000만원 대출···그돈 탕감받은 20대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2021.09.19 08:00

업데이트 2021.09.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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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OS]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김모(25)씨는 정착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4000만원을 빌렸다. 금리는 연 11%였다. 수입이 적고 재직 기간이 짧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자 부담은 만만치 않았다.

어느 날"정부 지원금으로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는 대출 상담사의 전화를 받았고, "우선 기존 대출금을 일부 상환해야 한다"는 상담사의 말에 따라 캐피탈사에서 3000만원을 새로 빌려서 건넸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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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저축은행에서 이자 연체 사실을 고지한 뒤에야 김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저축은행 대출에 캐피탈사에서 빌린 돈까지 빚은 7000만원으로 불어난 뒤였다. 범인을 특정할 수 없어 소송을 걸 수도 없었다.

김씨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라는 점을 소명하면서 회생 제도를 악용하기 위해 고의로 빚을 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김씨는 36개월에 걸쳐 총 3600만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원금 3400만원과 이자를 탕감받았다.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데다, 범인을 잡아도 범죄 이익을 환수하지 못하면 피해 구제가 어렵다. '목소리로 저지르는 살인'이라 불리는 이유다. 피해 건수와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5709건이었던 보이스피싱 사기는 지난해 3만1681건으로 다섯배 넘게 늘었다. 피해 금액은 2012년 595억원에서 2020년 7000억원으로 12배로 뛰었다.

예방이 최선이지만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지급정지 골든타임 '30분'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최대한 빨리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지급정지는 보이스피싱 사기꾼의 계좌를 동결하는 절차다. 112나 은행 콜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신고 골든타임은 30분이다. 100만원 이상 입금 혹은 이체가 이뤄진 계좌는 30분간 자동화기기를 통한 현금인출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넘겼더라도 신고는 필수다. 보이스피싱 조직도 자금 세탁 등을 위해 여러 계좌를 거쳐 돈을 출금한다. 은행들은 지급정지신청 계좌에서 송금·이체가 이뤄진 계좌도 연쇄적으로 지급정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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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미 사기꾼이 돈을 빼돌렸다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즉시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했거나 아예 피해자가 직접 인출책을 만나 현금을 건네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계좌를 묶어봐야 이미 돈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돌려받아야 한다.

먼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을 대상으로 민법에 따른 불법 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보이스피싱범의 신원 파악이 우선이다. 경찰이 범인을 찾지 못하면 민사 소송은 불가능하다.

경찰 수사로 범인이 특정되면 그 범인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 수 있다. 소송을 건다고 돈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민사 소송을 걸어 이긴다 해도 수사 기관이 범죄 수익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 상처뿐인 승리인 셈이다.

③금융사에 잘못 있다면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털려 보이스피싱범이 내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해 준 은행이나 카드사 책임으로 돌려볼 수 있다. 문제는 금융사가 허술하게 대출을 내줬다는 걸 피해자(원고)가 증명해야 한다는 데 있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회장(변호사)은 "사기 대출 과정에서 피해자인 내 잘못보다 대출해준 금융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해 볼 수는 있지만, 범죄로 이득을 본 사람(보이스피싱범)이 아닌 3자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라 더 까다롭다"며 "은행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거나 누가 봐도 보이스피싱인 상황을 방관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④개인회생·개인파산을 통한 탕감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입구.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입구. 뉴스1

김씨처럼 보이스피싱을 당해 대출을 받았다면 개인회생을 통해 채무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총 채무 중 1년 내 발생한 채무 비중이 높다면 회생 제도를 악용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백 변호사는 "통상 실무적으로 1년 내 채무가 급증했을 때 법원이 고의적 파산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기를 당해 채무가 늘어났다는 점(고의성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사건사고사실확인원 혹은 고소장 등 소명 자료를 회생법원에 제출하면 인가를 받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이들에게 사법부가 재량으로 빚을 깎아주는 제도다. 3년 동안 소득에서 최소생활비(중위소득의 60%)를 뺀 금액을 매달 성실히 내면 상환 기간 만료 후 남은 채무는 탕감해준다.

소득이 없어 매달 빚을 갚을 수 없다면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된다. 개인파산은 가진 재산을 한 번에 털어 빚을 갚고, 그래도 갚지 못한 빚은 탕감해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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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개인정보 알려줬다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개인정보를 알려줬다면 개인정보 노출 신고를 하는 게 좋다. 대포폰이나 대포계좌 등 범죄에 본인의 개인 정보가 이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금감원이 운영하는 파인에 접속해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본인 등록을 하면 된다.

등록 이후 신규계좌 개설과 신용카드 발급 등이 제한되지만 필요할 때 언제든 등록 해지할 수 있다. 이체 시 최소 3시간 경과 후 상대방 계좌로 돈이 넘어가도록 하는 지연 이체 서비스나 사전 지정한 계좌가 아니면 하루 100만원 이내 소액만 보낼 수 있는 입금 계좌 지정 서비스를 은행에 신청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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